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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7/12/25) 게시물이에요








 우리에게 뜻밖에 되돌아갈 곳이 생겼다 | 인스티즈

이원규, 토란

 

 

 

밤이슬 다 모으고도 모자라

비를 기다리는 토란을 아십니까

 

내가 아직 어렸을 때

최고의 우산은 토란잎이었지요

잎 하나의 우산을 쓰고

삼십오년 세상의 빗속을 뛰어다닐 때

속까지 젖는 것은 언제나 나였습니다

 

지리산이 젖고

섬진강이 젖은 오늘

이제서야 나는 한 잎의 토란입니다

 

시시로

물의 순은빛 눈동자를 머금지만

그마저 소소한 바람에게 내어주고

저 홀로 푸른 토란입니다

 

수천 수만의 빗방울이 집적거려도

토란은 그저 젖지 않는 토란일 뿐

내 곁을 스쳐간 사람들

그들도 하나씩

물의 눈동자로 구르지만

몸 한번 뒤척여

슬그머니 놓아주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뜻밖에 되돌아갈 곳이 생겼다 | 인스티즈


진헌성, 하늘 그리고 시

 

 

 

갈대잎 돋은 늪녘 언덕바지에

옛 늙은 도공이 홀로

청자를 빚고 있었습니다

 

홀연 머나먼 섬에서 하루는

한점 학의 흰 날개가 아스라이 날아오다

그만 푸드득 빚던 항아리에 부딪쳐

천년 한으로 박혔습니다

 

아뿔싸 이를 어쩐담

닳은 도공의 담배연기도 그만 박혀서는

먼먼 뜬구름의 한 채로 남았습니다






 우리에게 뜻밖에 되돌아갈 곳이 생겼다 | 인스티즈


오정국, 갈피 접힌 책

 

 

 

갈피 접힌 책은 고요하다

긴 긴 문장들도

뜻을 접고 앉아서 쉰다

왜 이쯤에서 갈피를 접었을까

갈피 접은 뜻을 알 수 없다

언제쯤 읽다만 페이지일까

 

갈피 접힌 책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여긴 내가 밑줄 친

세간의 얼룩도 없다

누가 이 책에 갈피를 접고 간 것일까

 

갈피 접힌 뜻을 알 수 없어

또 누군가가 황혼녘의 서가를

갈피 접힌 생

갈피 접혀 책 속을 흘러다니는 생

도서관에서 굶어죽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바람에 떨어지는

푸른 열매들

 

다시는 이 땅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울먹이던 누군가가

이윽고 숨을 거둔다

또 하나의 갈피가 접히고

딸아이가 옆방에서 거짓울음을 울고 논다






 우리에게 뜻밖에 되돌아갈 곳이 생겼다 | 인스티즈


황학주, 벨기에의 흰 달

 

 

 

정거장마다

지붕 위에서 사라지는

달이 기다리고

어딜 가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은

달에 가 있다

달이 물방울처럼 아름다운

브뤼셀은 가까워 오는가

정말 생에 가까운 것이 오려나

 

당신은 참 좋은 사람예요

갑자기 열차 창 쪽에서

선이 바스러진 달이

말한다

죄를 사용했던 사랑만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다시 태어나면

여자에게 그렇게 잘해주는

남자가 되고 싶어요

 

이번에는 달이

지붕 밑에 온기를 쭈그리고

눈을 붙인다

 

화려한 땅을 묻어버리고

자기가 자기를 향해 떴던

달은 뒤통수처럼 고요하다

 

브뤼셀을 한 정거장

지나쳐버린 늦은 밤

우리에게 뜻밖에 되돌아갈 곳이 생겼다






 우리에게 뜻밖에 되돌아갈 곳이 생겼다 | 인스티즈

이재무, 꽃그늘

 

 

 

꽃그늘 속으로

세상의 소음에 다친 영혼

한 마리 자벌레로 기어갑니다

, 그 고요한 나라에서 곤한 잠을 잡니다

 

꽃그늘에 밤이 오고

달뜨고

그리하여 한 나라가 사라져갈 때

밤눈 밝은 밤새에 들켜

그의 한 끼가 되어도 좋습니다

 

꽃그늘 속으로

바람이 불고

시간의 물방울 천천히

해찰하며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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