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활동이 끝나고 시나리오 하나를 받았다. 글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다웠다.
시나리오를 덮고 가슴이 설레고 좋았다. 그런데 내가 그 작품을 하려면 시나리오를 수정해야 됐다.
주인공의 나이가 나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프로듀서에게 ‘이 시나리오가 정말 좋지만 못하겠다’고 했다.
그 영화가 ‘8월의 크리스마스’ 였다. 지금은 땅을 치고 후회한다. 그래도 내가 그 작품을 했으면 아마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20년 전에 개봉한 허진호 감독 데뷔작
한석규 심은하 <8월의 크리스마스>
여주인공 물망에 올랐던 배우는 최강희
"원래 '8월의 크리스마스'는 내 작품이었다. 공개오디션에서 여주인공 역할을 따냈다.
캐릭터가 주차단속요원이라 유니폼까지 맞춰놓고 첫 촬영을 기다렸다. 상대역으로 거론됐던 배우는 정우성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영화사에서 전화를 걸어와 '주연배우가 바뀌었다'고 통보를 했다.
알고보니 당시 '대세'였던 한석규 선배의 출연이 확정되면서 여주인공도 심은하 선배로 바뀌었던 것"
"속상한 마음이 컸는데 영화를 본후 그런 마음이 씻은듯이 사라졌다.
스크린속 심은하 선배를 통해 '저런게 아름다움이고 제대로 된 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원래 심은하 선배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지만 그 영화 속에서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내가 그 역할을 연기했다면 다른 분위기가 됐을 것"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조감독을 하시던 분이 '인어공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 감독이다.
박감독님이 캐스팅이 불발됐다고 알려주면서 '주인공 역할에 캐스팅됐던 사람은 꼭 다시 주연을 맡을수 있다'며 위로해줬다.
그 이후 박감독님이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연출할 때 고맙게도 나를 주인공으로 불러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