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right here waithing
응답하라 1988 18화 中
운명은 시시때때로 찾아오지 않는다.
적어도 운명적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아주 가끔 우연이 찾아드는 극적인 순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운명이다.
그래서 운명의 또 다른 이름은 타이밍이다.
만일 오늘 그 망할 신호등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면,
그 빌어먹을 빨간 신호등이 날 한번이라도 도와줬다면,
난 지금 운명처럼 그녀의 앞에 서 있을지 모른다.
내 첫사랑은 늘 그 ,
그 타이밍에 발목잡혔다.
그 빌어먹을 타이밍에.
그러나 운명은, 그리고 타이밍은 그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다.
간절함을 향한 숱한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기적같은 순간이다.
주저 없는 포기와 망설임 없는 결정들이 타이밍을 만든다.
그 녀석이 더 간절했고, 난 더 용기를 냈어야 했다.
나빴던 건 신호등이 아니라, 타이밍이 아니라,
내 수많은 망설임들이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열어보기 전엔 무엇을 잡을 지 알 수가 없다.
쓰디쓴 초콜릿을 집어든데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내가 선택한 운명이다.
후회할 것도, 질질 짤 것도, 가슴 아플 것도 없다.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술자리를 갖게 된 쌍문동 친구들.
덕선은 누군갈 기다리는 듯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면
어김없이 문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 아, 정팔아 반지 가지고 왔지? " 동룡
" 뭔 반지? 아, 피앙새 반지 말하는거지? " 선우
" 피앙새 반지가 뭐야? " 덕선
" 공사 졸업반지라고 있어. 그거 아직도 가지고 있잖아." 선우
" 낭만이 좀 없지. 우리 정팔이가. " 선우
"에라이 아, 난 너 고백하는거 보고 죽는게 내 소원이다 소원. " 동룡
동룡의 말을 끝으로 찾아온 짧은 시간의 침묵
그리고 묘한 표정의 정환.
" 덕선아. "
" 올해 졸업할 때 주려고 했는데 이제 준다.
나 너 좋아해. "
" 좋아한다구. "
" 내가 너 때문에 무슨 짓까지 했는 줄 아냐?
너랑 같이 학교 가려고
매일 아침 대문 앞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리고
너 독서실에서 집에 올 때까지
나 너 걱정돼서 한숨도 못잤어.
얘가 왜 이렇게 늦지, 또 잠들었나.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너. "
"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같이 콘서트 갔을 때,
그리고 내 생일날 너한테 셔츠 선물 받았을 때.
나 정말 좋아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하루에도 12번도 더 보고싶고
만나면 그냥 좋았어.
옛날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나 너 진짜 좋아.
사랑해. "
" 됐냐, 아. "
" 뭐가 돼? "
" 이게 네 소원이라며. "
장난 속에 깃든 정환의 진심.
덕선도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무마한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들려오는 종소리에
덕선이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만
여전히 덕선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오지않는다.
알 수 없는 표정의 덕선.
그리고 과거 회상.
" 나 한복으로 바뀌었는데 어때? 이게 더 낫지? "
" 그냥 아무 것도 하지마. 그게 제일 나아. "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정환은 연습 중인 덕선의 모습을 몰래 흐뭇하게 지켜본다.
그리고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던 날.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덕선이 걱정되어 우산을 든 채
집 앞에서 한참동안 덕선을 기다렸을까,
정환은 곧 집으로 돌아오는 덕선과 마주하게 된다.
걱정, 안도 그리고 떨림.
" 작은 누나 집에 있냐? "
" 응. "
" 아, 있어? 그래. 야, 이거 누나 가져다 줘. "
" 이게 뭐야? "
" 서,선물. "
" 어? "
" 선물. 딱 보면 모르냐? 크리스마스 선물. "
그의 열여덟, 사랑, 청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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