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10월.
24살. 군 제대하고 설렁설렁 복학준비를 하고있던 본인에게 부모님은 다분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원래 살던 아파트를 떠나 강원도 Y군에 집을 짓겠다는것. 그것을 도와줄 수 있겠냐는것. 그것을 위해서 휴학을 연장해 줄 수 있겠냐는것.
두분다 곧 정년 퇴직을 바라보시는 나이신지라.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었지만... 왜 하필 지금?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벌써 취업준비에 들어간 여자 동기들에 비해서 이미 2년이 뒤쳐져있는 상황이니까.
어쨌든. 나는 그러겠다 말씀드렸다.

-부모님이 땅을 산 Y군. 가장 가까운 편의점까지 거리는 차로 10분이다.
목표는 부모님의 오랜 친구인 H리 이장님(프로 낙농업자 겸 건축기술자)과 내년 5월 까지 집을 완공하는 것. 사람을 쓰지 않고 두명이서 깨작깨작 하는 것이라 작업속도는 매우 더뎠다.


-옆에 보이는 갈색 집이 이장님 댁이다. 걸어서 30초. 기초 공구리를 치고 굳혀서 집터를 만드는데에만 한달쯤 걸렸다.


뼈대 세우기. 강원도 12월의 바람은 엄청 매서웠다. 본인이 수평기로 기둥을 맞춰서 붙잡고있으면 이장님이 어스로 용접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원형톱을 처음 만진것도 이때였다. 손가락이 날아갈까봐 머뭇거리던 것도 어느새, 이장님이 원하는 길이대로 한치의 오차없이 잘라올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집의 설계는 엄마가 직접 하셨다

외벽붙이기. 내열 우레탄판넬은 엄청 엄청 엄청 무거웠기때문에 도저히 두명이 할수 없어서 사람을 더 불렀다.
이장님 말씀으론 무거운 만큼 단열은 끝내주고, 불도 진짜 안붙는단다. 화재가 나면 집 안만 타고 건물 외벽만 남아있을 정도로


지붕올리기+창문+외장재 붙이기.
역시 작업량이 많아 두분정도 사람을 더 썼다. 이제 어느정도 집 모양이 나온다.


내벽+수도+보일러설치.
원래 보일러관 밑에 보온재는 은박지가 아래로 가게 깐다는데, 우리집을 마루타로 저렇게 깔아보시겠단다. 저기요


내부 석고보드 붙이기와 도배가 끝난 뒤. 이 작업이 정말 고역이었던 거 같다. 이장님이 석고보드를 붙잡고 본인이 타카로 쏘는 역할이었는데 제대로 안쏜다고 욕도 많이 먹었다.





그리고 18년 5월 12일. 완공후 이사까지...
7개월 동안 가족 모두가 수고했던것같다. 나는 물론이고 일끝나고 달려와서 일을 거들어 주시던 부모님.
그리고 이 모든일에 돈한푼 받지 않고 노력해주신 이장님내외까지. 또 많은 도움을 주신 교회 식구분들도.
아직 할일이 태산이다. 정문쪽에 데크 만들기, 주차장쪽 텃밭과 정원관리. 이건뭐 부모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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