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사온 제품 놓고 "이것처럼 만들어"
# 친구가 새로 구입한 화장품이 자신의 것과 같아 반가운 마음에 자신의 제품도 꺼내 보인 이채원 양(가명·19)은 잠시 후 얼굴이 붉어졌다. 언뜻 보기에 똑같은 두 제품을 자세히 비교해보니 친구의 것은 수입 브랜드, 이 양의 것은 그것을 똑같이 모방한 국내 저가 브랜드였던 것이다. 국내 중저가 브랜드도 품질이 좋아 자주 이용하는 편이지만 명품 디자인 카피 제품인 줄 알았다면 사지 않았을 것을…. 이 양은 ‘짝퉁’을 쓰고 있는 느낌과 함께 화장품에 대해 잘 몰라 속은 것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가격은 수입 화장품의 5분의 1수준이지만 비슷한 효능을 갖춘 국내 중저가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알뜰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온라인에서는 ‘명품화장품 저렴이 버전’이라는 이름으로 명품화장품과 비슷한 성능의 국내 중저가 화장품을 비교하는 리뷰가 넘쳐나고 있고 화장품 마니아 사이에서는 이러한 글이 ‘필독글’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 못지 않게 논란거리로 대두 되는 것이 바로 화장품 디자인.
국내 중저가 화장품의 용기 모양과 색 조합, 글씨체가 수입 명품 화장품의 그것과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색 조합, 글씨체, 세부 장식까지 비슷해
국내 ㅂ브랜드, ㅅ브랜드 등이 내놓은 리퀴드 타입의 하이라이터 용기는 수입브랜드 ‘베네피트’의 디자인과 매우 흡사한 유리재질의 원통모양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짜서 쓰는 튜브형, 눌러서 쓰는 펌핑형 등 변화가 가능한데 왜 하나같이 똑같이 생긴 제품을 출시하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그나마 이 정도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국내 한 업체가 온라인 전용으로 출시한 ㅈ브랜드의 경우 수입 브랜드 ‘질 스튜어트’의 메이크업 라인 전체와 디자인이 비슷하다. 재질과 전체적인 용기 디자인은 물론 포인트로 장식한 술, 큐빅 등 디테일 한 부분까지 매우 흡사하게 제작됐다.
또 다른 국내 중저가화장품 ㅂ브랜드의 경우 수입, 국내 가리지 않고 골고루 빼다 박은 화장품으로 가득하다. 기초제품은 국내 ‘에뛰드하우스’ 디자인과 형태, 색깔이 한 눈에 봐도 거의 비슷하고 색조제품은 수입 브랜드 ‘부르주아’, ‘베네피트’의 히트상품과 글씨체, 색 조합, 캐릭터 등이 지나칠 정도로 흡사해 보기 민망할 정도이다. 브랜드 명만 지우면 구분 자체가 가능할지도 의문일 정도다.
툭 던져놓고 ‘이대로 만들어!’ 주문
국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는 대부분 내부에 자체 팀을 꾸려 제품 디자인을 하고 있고 특별히 심혈을 기울여 출시하는 제품일 경우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직 화장품 디자이너 이모씨는 “대행업체에 맡기는 경우에는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는 하지 않지만 ‘외제처럼 보이게 해달라’하고 주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화장품 디자이너를 화장품 업체가 직접 고용할 경우에는 노골적이다”라며 “일본 출장 등을 통해 여기저기에서 구해온 수입 제품을 디자이너에게 툭 던져놓고 ‘이것처럼 해라’라고 대놓고 주문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디자이너들은 이 같은 경우를 경멸하지만 한 회사에 고용된 직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 코스메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비슷한 성능에 저렴한 가격은 좋은 현상이지만 노골적으로 따라한 디자인을 볼 때면 포스팅(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는 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며 “디자인에서의 지나친 명품 따라하기는 소비자에게 명품 아류를 쓰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중저가 브랜드 당당 “트렌드를 쫓아 간 것 뿐”
이러한 상황에도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별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ㅂ브랜드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도 다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음악도 마찬가지이고, 요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디자인이라기 보다 원래 있는 것을 더 유용하게 바꾸는 디자인 시대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내 ㅈ브랜드 관계자 또한 “디자인의 모태는 트렌드이다. 우리는 트렌드를 따라한 것이지 디자인을 따란 한 것이 아니다”라며 “때문에 우리가 따라했다는 해당 수입 브랜드에서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전반을 담당하는 협회도 디자인에 관해서는 별다른 관리나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는 “디자인과 관련해 협회와 상관이 없을뿐더러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수입 브랜드 ‘대응 가치 못 느껴’, ‘차분히 준비 중’
하지만 수입 화장품 브랜드의 입장은 다르다.
수입 명품화장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남경희 과장은 “제품 자체의 질적인 측면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 뿐”이라며 “‘디자인 따라하기’는 이미 도를 넘은 상황까지 온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응을 준비하는 수입 브랜드도 있다. ‘질 스튜어트’ 이은기 브랜드 매니저는 “한국인으로서 창피한 수준으로 완전 똑같다”며 “현재 본사(일본)에 비슷한 국내 제품을 모두 보냈고,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선 상태이며 각종 법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디자인 가치 높아져…브랜드 정체성 살려야
이에 전문가는 화장품 산업에 미래는 디자인에 달렸다며 국내 화장품 업계 전반에 각고의 노력을 주문한다. 아모레퍼시픽 디자인센터 고윤영 팀장은 “디자인 카피는 지적재산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내 화장품 산업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과거에 비해 디자인의 가치와 고객들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만큼 각 제품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내용은 6일 밤 9시50분, 11시50분과 7일 오전 8시 20분, 9시 50분에 케이블TV '비즈니스앤'으로 더 자세하게 시청할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출처: http://news.nate.com/view/20100406n09641?mid=n0302
민희진 비비 고준희씨, 욕설 내뱉으니 속이 시원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