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더스크롤 세계관은 다른 중세 판타지 세계관 작품들과 비교할때 매우 독특한 렌즈를 통하여 인식됩니다.
일단 플레이어 자체가 중세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요. 플레이어의 세계관과 플레이어 캐릭터 및 플레이어 주변의 보통 사람들의 세계관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일로 이어지냐면요, 유튜브에 보면 일명 리뷰어중 몇몇이 스톰클록 내전을 종교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반란으로 해석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말도 안된다는 것을 알수있죠. 중세시대에 종교의 자유?! 무신론자는 지금도 일부 문화권에서는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교도보다도 증오스러운 범죄자로 해석됩니다.
스톰클록 내전은 종교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교를 위해, 특정한 종파가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탈로스 금지령)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인 탈로스를 위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사회현상은 15~16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위그노 전쟁, 마녀사냥, 네덜란드 독립전쟁과 같은 종파국가 분쟁들입니다. 모두 공통적으로 타 종파에 대한 대규모 박해와 학살이 포함되었으며 특정 종파는 곧 집단적 정체성이였습니다.
명심하셔야 될것이 스카이림 세계관은 종교적, 사회적, 생산방식 관점에서 완벽하게 '중세'입니다. 물론 마법이 있지만 그 마법이 산업혁명을 이루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게임내의 모든 등장 인물은 중세인들이고 그리고 중세인들에게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 공동체이고(보통 중세 유럽이면 같은 지역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다른 하나는 자신이 믿는 신이죠. 백금 조약은 그 신을 부정했고 거기에 반발하여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반란을 일으킨것이 스톰클록 내전입니다
중세인이 아닌 사람이 중세시대에 살게되면서 크게 문제가 생기는게 또 있는데요. 중세인들은 어느 문명권을 막론하고 문맹인 경우가 90% 이상이였다는 겁니다.
사실 문자 해독력 자체가 사회구성원의 기본 소양이 되는 현상은 길게 잡아도 산업혁명 이후입니다.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라는 책을 보면 러시아 혁명 직전 노동자계급이자 주인공인 '어머니'가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되어서 글을 배웁니다. 당장 뉴스에만 봐도 일제시대에 태어난 할머니, 할아버 처음 글을 배우는 것이 심심치않게 나오죠.
중세시대, 고대시대의 문자는 보통 문화권내의 지배계급들간에 공유되는 정보전달 체계였습니다. 마치 현대에 이르러 대부분의 인텔리 계급이 서로 영어로 유창하게 소통이 가능한것 처럼요. 가장 단적인 예시가 한자이죠. 한글은 일반 백성이 쓰는 문자였고, 한자는 사대부가 쓰는 문자였으며, 한글이 생기기 전엔 거의 지배층들만 문자를 썻습니다. 누구와 한자로 소통하기 위해서였냐면 당연히 중국이였죠. 고대이후 동아시아 모든 문화의 중심지.
그런데 스카이림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 자체는 현대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플레이어 캐릭터도 게임내의 모든 문자를 해독할 능력이 있다는 거죠. 정상적인 중세 평민이면 할줄 몰라야 정상입니다. 세상에 글을 완벽하게 읽고 쓸줄아는 분께서 도끼들고 산적 나 작살낸다니 현대로 치면 대학교수가 시리아에서 IS 사냥하는거랑 비슷한 상황인 겁니다.
그러면 이쯤 되면 게임내에서 단서를 찾아야됩니다. 정말로 내가 를 작살낸 산적들이 다 문맹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니까요.
일단 문맹이 아닐거라는 증거 부터 봅시다
1. 산적 던전들에서는 심심치 않게 책이 나오며, 심지어 산적들중 몇몇이 직접 쓴 저널도 발견 됩니다
2. 대부분 도시의 잡화점에서는 책을 심심치않게 팔고 있습니다.
3. 또하나 중요한 것인데 지배계급의 언어가 피지배계급과 다르지 않습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실제 역사적 발전과정과 비교하면 문맹률이 낮을 가능성을 더해주죠.
4. 드래곤볼에게 책을 가져다 달라고 하는 퀘스트가 꽤 많습니다 개 중에는 당연히 읽고 쓸줄아는 학자같은 사람도 많지만 개중에는 글을 읽는 것과는 상관없는 대장장이가 2명 끼어있습니다.
5. 스카이림 내의 모든 책과 저널들은 띄어쓰기가 되어 있습니다. 가로쓰기하던 한자는 물론이고 영어도 띄어쓰기가 제대로 도입된지 얼마 안되었습니다. 띄어쓰기 규칙도 정립이 안되어있었고 인쇄술의 보급이전 종이와 책들의 필사본은 매우 귀해서 책을 쓰는 사람들은 최대한 많이 쓰기 위해 띄어 쓰기를 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세시대에 보통 책을 읽는 방법은 교회 찬송가 부르듯이 리듬에 맞춰서 끊어 읽는 것이였죠.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문자와 책들은 어느정도 보급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다만 주의할것이 중세인들이 무조건 전부다 문맹은 아니였다는 것이죠.
개인차원에서는 어느정도 일상언어는 읽을줄 아는 사람이 있는게 당연합니다. 1930년대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소학교도 못가서 글도 못읽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래도 몇몇은 어느정도 글을 읽을줄 알았습니다. 몇몇 개개인이 글을 읽고 쓸줄 안다고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는 못하죠. 그리고 5번은 게임상 편의적으로 그렇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그렇다면 문자 보급률을 제대로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바로 교육기관을 알아봐야합니다.
교육 기관에서 문자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보통 그 사회의 문자 보급률을 잘 알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스카이림에는 2군데의 상설 교육기관이 있습니다.
윈터홀드 대학은 일단 가장 유명한 교육기관입니다. 사실 현대로 치면 공과대학에 더 비슷하지만 어쨌든 봅시다.
윈터홀드 대학에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시설을 관장하는 교수는 처음본 드래곤본에게 당연히 글을 읽을줄 안다는 듯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책을 내어주죠. 현대인들 관점에서는 당연한 겁니다만 중요한 점은 그 교수가 드래곤본이 당연히 글을 읽을줄 알거라고 생각했다는 거죠.
하지만 문제는 그것도 확실치는 않다는 겁니다. 어쨌든 플레이어가 학생으로 입부하는 방법도 있고, 그 교수가 물론 웬지 모르게 갑옷을 입고 있어도 학부생으로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죠. 그리고 윈터홀드 대학은 인문학을 관장하는 대학이 아닙니다.
바드 대학을 보면 좀더 명확해지죠. 일단 바드 대학은 스카이림의 모든 바드 즉 음유시인들을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바드가 뭐냐하면, 무엇인가 기억할만한 사건이나 지역들을 직접 목격하고 그것을 노래로 만들어서 부르고 다니는 직업입니다. 물론 평범한 가수라고 이해하면 편하지만 기억해야 할것이 여기서 배우는 것은 발성법, 작곡법 이런것 뿐만이 아니라 "역사"를 배운다는 점입니다. 스카이림에서 만난 대부분의 바드들은 전쟁, 왕, 드래곤, 무엇인가 일상생활보다는 대단한것들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당장 바드 대학에 입학하려고 찾아간뒤 대화 몇번 나눠보면 음유시인들이 '지금 벌어지는 내전은 너무 지루해 좋은 노래가 나올수가 없어.', '수세기가 지나서도 기억될것은 왕과 내전따위가 아니라 드래곤의 출현이지'라고 말합니다.
현대에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가 수세기 뒤에도 기억될거라고 생각하면서 노래를 만들 가능성은 낮죠, 그러면 바드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바로 스카이림 판 "역사학자" 입니다.
실제로 대학을 돌아다니다 보면 학생과 교수들이 연대별로 일어난 사건들을 줄줄 읊는게 목격 됩니다. 단순한 가수라면 그럴 필요가 없죠, 실제로 바드들의 역할은 스카이림이라는 지역의 집단적 기억들이 구전을 통해 후대에도 기억될수 있도록 '노래'로 만드는 역사학자의 역할인 것입니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현실에서 찾아보면 우리나라의 판소리꾼이 있죠.
구전을 통해서 집단적 기억을 후대에 전승시키는 직업이 있는 시대는 공통적으로 문해율이 매우 낮았습니다. 고3 국어 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게 배우는것 처럼 문해율이 낮으니까 판소리를 통해 어쩌고 저쩌고 사건을 풍자하고 어쩌고 저쩌고 결론은 집단적 기억이 구전을 통해 유통됐다는 것이죠.
현대에 음유시인이 있나요? 물론 시인, 가수, 소설가 같이 문학의 형태로 집단적 기억을 이어가는 직업이 있습니다만 현대의 집단적 기억의 매우 적은 부분만을 차지합니다.
우리가 예를 들어 저번 지방선거를 기억할때 누군가가 시를 쓸수도 있지만 보통 우리는 신문기사나 다른 글들을 읽어서 인식합니다. 아무도 10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2차세계대전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같은 일을 시나 소설만을 읽어서 배우지 않죠
그렇다면 스카이림의 집단적 기억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볼까요. 일단 스카이림에서 집단적 기억을 유지하고 유통하는 유일한 집단은 바드입니다. 그리고 바드들의 가장 주된 활동은 '역사'에 대한 구전적 기억입니다. 이것 하나 만으로 스카이림의 문해율을 그다지 높지 않다는 가설을 세울수 있죠.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가 하나 더있습니다. 바로 "오블리비언 사태"에 대한 기억입니다. 모두 알다시피 오블리비언 사태는 현대로 치면 운석충돌급의 대규모 소요사태입니다. 비록 한참전인 200년전 일이지만 게임내에서 직접 다룬 책들도 어느정도 찾아볼수 있구요.
던스타의 영주직속 마법사인 Madena와 *스포일러*가 유일하게 오블리비언 사태를 게임내에서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플레이어 캐릭터도 오블리비언 사태가 뭔지 몰라서 마법사에게 다시 물어보는데다가 사태 당시 황제를 암살한 여명회에 대한 박물관을 만들고 있는데 마을사람들이 빡쳐서 가서 불살라 버리지 않고있죠. 요즘으로 치면 "나치 기념관"같은게 생기는 것인데요!
이게 무슨 의미냐면 일반적인 스카이림 사람들의 기억에 "오블리비언 사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현실과 비교해 볼까요 우리는 대부분 거의 100년 전에 일어난 1차 세계 대전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는 약간 덜 자세하지만 200년전의 나폴레옹 전쟁도 일어난것 자체는 잘 알고 있죠.
그런데 스카이림에서는 세계가 종말을 맞을 뻔했고 정치적인 보편제국이 멸망하는 급변사태가 200년 만에 잊혀진 겁니다!!
일반 대중들 사이의 정보 유통이 기록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죠. 물론 문해력을 가진 지식인들은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위의 Madena 처럼요. 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잊혀질 만큼 기록된 정보들이 일반 대중에 널리 유통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 대신 구전을 통해 집단적 기억을 구성하는 바드들의 존재를 생각해 볼때 문해율이 매우 낮다고 추측할수 있습니다.
일단 플레이어 자체가 중세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요. 플레이어의 세계관과 플레이어 캐릭터 및 플레이어 주변의 보통 사람들의 세계관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일로 이어지냐면요, 유튜브에 보면 일명 리뷰어중 몇몇이 스톰클록 내전을 종교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반란으로 해석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말도 안된다는 것을 알수있죠. 중세시대에 종교의 자유?! 무신론자는 지금도 일부 문화권에서는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교도보다도 증오스러운 범죄자로 해석됩니다.
스톰클록 내전은 종교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교를 위해, 특정한 종파가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탈로스 금지령)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인 탈로스를 위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사회현상은 15~16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위그노 전쟁, 마녀사냥, 네덜란드 독립전쟁과 같은 종파국가 분쟁들입니다. 모두 공통적으로 타 종파에 대한 대규모 박해와 학살이 포함되었으며 특정 종파는 곧 집단적 정체성이였습니다.
명심하셔야 될것이 스카이림 세계관은 종교적, 사회적, 생산방식 관점에서 완벽하게 '중세'입니다. 물론 마법이 있지만 그 마법이 산업혁명을 이루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게임내의 모든 등장 인물은 중세인들이고 그리고 중세인들에게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 공동체이고(보통 중세 유럽이면 같은 지역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다른 하나는 자신이 믿는 신이죠. 백금 조약은 그 신을 부정했고 거기에 반발하여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반란을 일으킨것이 스톰클록 내전입니다

중세인이 아닌 사람이 중세시대에 살게되면서 크게 문제가 생기는게 또 있는데요. 중세인들은 어느 문명권을 막론하고 문맹인 경우가 90% 이상이였다는 겁니다.
사실 문자 해독력 자체가 사회구성원의 기본 소양이 되는 현상은 길게 잡아도 산업혁명 이후입니다.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라는 책을 보면 러시아 혁명 직전 노동자계급이자 주인공인 '어머니'가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되어서 글을 배웁니다. 당장 뉴스에만 봐도 일제시대에 태어난 할머니, 할아버 처음 글을 배우는 것이 심심치않게 나오죠.
중세시대, 고대시대의 문자는 보통 문화권내의 지배계급들간에 공유되는 정보전달 체계였습니다. 마치 현대에 이르러 대부분의 인텔리 계급이 서로 영어로 유창하게 소통이 가능한것 처럼요. 가장 단적인 예시가 한자이죠. 한글은 일반 백성이 쓰는 문자였고, 한자는 사대부가 쓰는 문자였으며, 한글이 생기기 전엔 거의 지배층들만 문자를 썻습니다. 누구와 한자로 소통하기 위해서였냐면 당연히 중국이였죠. 고대이후 동아시아 모든 문화의 중심지.
그런데 스카이림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 자체는 현대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플레이어 캐릭터도 게임내의 모든 문자를 해독할 능력이 있다는 거죠. 정상적인 중세 평민이면 할줄 몰라야 정상입니다. 세상에 글을 완벽하게 읽고 쓸줄아는 분께서 도끼들고 산적 나 작살낸다니 현대로 치면 대학교수가 시리아에서 IS 사냥하는거랑 비슷한 상황인 겁니다.
그러면 이쯤 되면 게임내에서 단서를 찾아야됩니다. 정말로 내가 를 작살낸 산적들이 다 문맹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니까요.

일단 문맹이 아닐거라는 증거 부터 봅시다
1. 산적 던전들에서는 심심치 않게 책이 나오며, 심지어 산적들중 몇몇이 직접 쓴 저널도 발견 됩니다
2. 대부분 도시의 잡화점에서는 책을 심심치않게 팔고 있습니다.
3. 또하나 중요한 것인데 지배계급의 언어가 피지배계급과 다르지 않습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실제 역사적 발전과정과 비교하면 문맹률이 낮을 가능성을 더해주죠.
4. 드래곤볼에게 책을 가져다 달라고 하는 퀘스트가 꽤 많습니다 개 중에는 당연히 읽고 쓸줄아는 학자같은 사람도 많지만 개중에는 글을 읽는 것과는 상관없는 대장장이가 2명 끼어있습니다.
5. 스카이림 내의 모든 책과 저널들은 띄어쓰기가 되어 있습니다. 가로쓰기하던 한자는 물론이고 영어도 띄어쓰기가 제대로 도입된지 얼마 안되었습니다. 띄어쓰기 규칙도 정립이 안되어있었고 인쇄술의 보급이전 종이와 책들의 필사본은 매우 귀해서 책을 쓰는 사람들은 최대한 많이 쓰기 위해 띄어 쓰기를 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세시대에 보통 책을 읽는 방법은 교회 찬송가 부르듯이 리듬에 맞춰서 끊어 읽는 것이였죠.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문자와 책들은 어느정도 보급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다만 주의할것이 중세인들이 무조건 전부다 문맹은 아니였다는 것이죠.
개인차원에서는 어느정도 일상언어는 읽을줄 아는 사람이 있는게 당연합니다. 1930년대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소학교도 못가서 글도 못읽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래도 몇몇은 어느정도 글을 읽을줄 알았습니다. 몇몇 개개인이 글을 읽고 쓸줄 안다고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는 못하죠. 그리고 5번은 게임상 편의적으로 그렇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그렇다면 문자 보급률을 제대로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바로 교육기관을 알아봐야합니다.
교육 기관에서 문자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보통 그 사회의 문자 보급률을 잘 알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스카이림에는 2군데의 상설 교육기관이 있습니다.

윈터홀드 대학은 일단 가장 유명한 교육기관입니다. 사실 현대로 치면 공과대학에 더 비슷하지만 어쨌든 봅시다.
윈터홀드 대학에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시설을 관장하는 교수는 처음본 드래곤본에게 당연히 글을 읽을줄 안다는 듯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책을 내어주죠. 현대인들 관점에서는 당연한 겁니다만 중요한 점은 그 교수가 드래곤본이 당연히 글을 읽을줄 알거라고 생각했다는 거죠.
하지만 문제는 그것도 확실치는 않다는 겁니다. 어쨌든 플레이어가 학생으로 입부하는 방법도 있고, 그 교수가 물론 웬지 모르게 갑옷을 입고 있어도 학부생으로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죠. 그리고 윈터홀드 대학은 인문학을 관장하는 대학이 아닙니다.

바드 대학을 보면 좀더 명확해지죠. 일단 바드 대학은 스카이림의 모든 바드 즉 음유시인들을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바드가 뭐냐하면, 무엇인가 기억할만한 사건이나 지역들을 직접 목격하고 그것을 노래로 만들어서 부르고 다니는 직업입니다. 물론 평범한 가수라고 이해하면 편하지만 기억해야 할것이 여기서 배우는 것은 발성법, 작곡법 이런것 뿐만이 아니라 "역사"를 배운다는 점입니다. 스카이림에서 만난 대부분의 바드들은 전쟁, 왕, 드래곤, 무엇인가 일상생활보다는 대단한것들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당장 바드 대학에 입학하려고 찾아간뒤 대화 몇번 나눠보면 음유시인들이 '지금 벌어지는 내전은 너무 지루해 좋은 노래가 나올수가 없어.', '수세기가 지나서도 기억될것은 왕과 내전따위가 아니라 드래곤의 출현이지'라고 말합니다.
현대에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가 수세기 뒤에도 기억될거라고 생각하면서 노래를 만들 가능성은 낮죠, 그러면 바드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바로 스카이림 판 "역사학자" 입니다.
실제로 대학을 돌아다니다 보면 학생과 교수들이 연대별로 일어난 사건들을 줄줄 읊는게 목격 됩니다. 단순한 가수라면 그럴 필요가 없죠, 실제로 바드들의 역할은 스카이림이라는 지역의 집단적 기억들이 구전을 통해 후대에도 기억될수 있도록 '노래'로 만드는 역사학자의 역할인 것입니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현실에서 찾아보면 우리나라의 판소리꾼이 있죠.
구전을 통해서 집단적 기억을 후대에 전승시키는 직업이 있는 시대는 공통적으로 문해율이 매우 낮았습니다. 고3 국어 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게 배우는것 처럼 문해율이 낮으니까 판소리를 통해 어쩌고 저쩌고 사건을 풍자하고 어쩌고 저쩌고 결론은 집단적 기억이 구전을 통해 유통됐다는 것이죠.
현대에 음유시인이 있나요? 물론 시인, 가수, 소설가 같이 문학의 형태로 집단적 기억을 이어가는 직업이 있습니다만 현대의 집단적 기억의 매우 적은 부분만을 차지합니다.
우리가 예를 들어 저번 지방선거를 기억할때 누군가가 시를 쓸수도 있지만 보통 우리는 신문기사나 다른 글들을 읽어서 인식합니다. 아무도 10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2차세계대전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같은 일을 시나 소설만을 읽어서 배우지 않죠
그렇다면 스카이림의 집단적 기억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볼까요. 일단 스카이림에서 집단적 기억을 유지하고 유통하는 유일한 집단은 바드입니다. 그리고 바드들의 가장 주된 활동은 '역사'에 대한 구전적 기억입니다. 이것 하나 만으로 스카이림의 문해율을 그다지 높지 않다는 가설을 세울수 있죠.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가 하나 더있습니다. 바로 "오블리비언 사태"에 대한 기억입니다. 모두 알다시피 오블리비언 사태는 현대로 치면 운석충돌급의 대규모 소요사태입니다. 비록 한참전인 200년전 일이지만 게임내에서 직접 다룬 책들도 어느정도 찾아볼수 있구요.
던스타의 영주직속 마법사인 Madena와 *스포일러*가 유일하게 오블리비언 사태를 게임내에서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플레이어 캐릭터도 오블리비언 사태가 뭔지 몰라서 마법사에게 다시 물어보는데다가 사태 당시 황제를 암살한 여명회에 대한 박물관을 만들고 있는데 마을사람들이 빡쳐서 가서 불살라 버리지 않고있죠. 요즘으로 치면 "나치 기념관"같은게 생기는 것인데요!
이게 무슨 의미냐면 일반적인 스카이림 사람들의 기억에 "오블리비언 사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현실과 비교해 볼까요 우리는 대부분 거의 100년 전에 일어난 1차 세계 대전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는 약간 덜 자세하지만 200년전의 나폴레옹 전쟁도 일어난것 자체는 잘 알고 있죠.
그런데 스카이림에서는 세계가 종말을 맞을 뻔했고 정치적인 보편제국이 멸망하는 급변사태가 200년 만에 잊혀진 겁니다!!
일반 대중들 사이의 정보 유통이 기록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죠. 물론 문해력을 가진 지식인들은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위의 Madena 처럼요. 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잊혀질 만큼 기록된 정보들이 일반 대중에 널리 유통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 대신 구전을 통해 집단적 기억을 구성하는 바드들의 존재를 생각해 볼때 문해율이 매우 낮다고 추측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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