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고 사는 것도 일이다.
지방까지 출장을 가야 했던 나 같은 경우엔 특히 그렇다.
이틀 출장이 예정 되어 있었지만, 일을 최대한 오늘 안에 끝내고 상경하는게 목표다.
그리고 내일은 편히 쉬면서 집에 있어야지...
생각보다 일은 오래 걸렸고 벌써 일곱시.
하지만 여기서 하룻밤 자는건 죽기보다 싫어 억지로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헌데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점차 속도가 늦춰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정차하기에 이르렀다.
예상치 못한 심각한 교통체증. 아마 저기 어딘가에서 사고가 났나보다.
거북이 주행 중 시계를 보니 벌써 여덟시 반... 아직 반에 반도 못갔는데 이대로 가다간 새벽에나 도착 할 기세다.
어쩔 수 없이 막힌 차들 사이로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벗어나는데만 한 시간... 현재 시각은 이미 열시에 다다랐다.
서둘러 국도에 올라 속도를 냈다. 어둠이 내리깔린 국도는 음산했다.
헤드 라이트는 까만 아스팔트를 비춰가며 날 집으로 인도했다.
도로 위를 구르는 바퀴의 단조로운 마찰음. 엔진의 낮은 진동음에 난 서서히 잠에 젖어갔다.
눈을 꿈뻑거리며 잠을 쫒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3초정도 눈을 감았다 뜬 순간.
헤드 라이트 바로 앞에 여자가 비춰 보였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로 치고 말았다.
내 몸은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앞으로 쏠렸다.
차는 멈췄고 정신이 아득했다.
사람을 쳤다.
에어백은 터지지 않았다.
쑤시는 온 몸을 가누며 안절벨트를 풀고 밖의 상황을 보기 위해 차문 밖으로 나갔다.
문득 돌아본 지나온 길은 칠흑같이 어두워 순간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난 스스로를 최대한 다독이며 차량 앞으로 다가갔다.
근데... 아무도 없다.
분명 사람을 봤고 그 사람을 쳤는데 아무도 없다.
핏자국도 없고, 내 차가 찌그러지지도 않았고, 앞유리도 멀쩡했다.
난 허겁지겁 조수석 서랍에서 손전등을 꺼내 밖을 여기저기 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귀신에 홀린걸까?
이젠 무서운 기분을 넘어서 소름이 몸을 타고 흘렀다.
그 감각을 견딜 수 없어 난 다시 운전석에 올라 문을 닫고 잠궈버렸다.
그리고 나는...
1. 경찰에 신고했다. 분명 난 사람을 쳤다. 쾅 소리도 들었다. 흔적은 없지만 무언갈 친건 분명하다. 경찰에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vs
2. 난 무언가에 홀린거다. 그 속도로 사람을 쳤으면 차가 크게 망가졌을게 분명한데, 아무것도 없다. 그냥 어서 이 자리를 떠야겠다.

인스티즈앱
삼겹살 잘못 자른건지 한번 봐주세요...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