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앱 안녕. 여시들. 오늘은 이문원이라는 사람에 관한 일화를 얘기해볼까 해.
이 사람과 관련된 웃긴 일화가 꽤 있는데
정작 인물을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가 없어... 진짜 있었던 일화인지, 단순 민담에 이름만 차용된 건지, 아니면 진짜 이런 성격의 인물이라 이런 민담의 주인공이 된 건지는 모르겠음.
그냥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어주길.
1.
어릴 적 이문원의 집안은 양반이기는 했지만 매우 가난하여 농사를 짓고 살았음.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동생이 염소에게 풀을 먹이러 나갔다 사고를 치고 말았는데
한눈을 파는 사이 염소가 남의 콩밭에 들어가 콩잎을 뜯어먹어버린 것이었음.
그 콩밭의 주인은 이전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난동을 부려 상당한 돈을 갈취한 전적이 있는 소문난 인지라 온 집안이 시름에 잠김.
그때,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문원이었음.
그는 밭주인의 집에 찾아가 다짜고짜 고함을 치기 시작했음.
이문원 : 집주인 당장 나와!!!!!!!!!!!!!!!
밭주인 : (어리둥절) 넌 뭔데 남의 집에서 이 소란을 피우는 게냐?
이문원 : 지금 염소가 콩잎을 뜯어먹었는데 소란 안 피우게 생겼습니까!!!!!!!
밭주인은 그제서야 촉이 왔음. 그는 저 꼬마가 자신과 똑같은 수법으로 돈을 뜯어내려 한다고 짐작했고,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이렇게 말함.
밭주인 : 우리집 염소가 콩잎을 뜯어먹은 모양인데, 원래 콩이라는 건 콩잎을 좀 따줘야 더 잘자라는 법이다ㅎ. 그러니까 별일 아닌 걸로 소란 떨지 말고 빨리 느그 집으로 돌아가.
이문원 : 콩잎을 뜯어먹은 건 우리 집 염소인데 별일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안녕히 계세요ㅋ
밭주인 :
2.
이문원에게는 한양에서 높은 벼슬을 하는 먼 친척 어른이 있었는데 이 사람에게는 자녀가 없었음.
그래서 친척 아이들 중에서 양자를 들이기로 마음먹고 영특하다는 이문원을 양자로 데리고 오게 되었음.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지 그 똑똑하다는 아이가 1년이 다 지나도록 천자문을 떼지 못함.
결국 양부는 이렇게 말하며 고향으로 그를 돌려보냄.
"천자문을 다 떼거든 돌아오거라."
그때 이문원은 아직 어린 아이였던지라 혼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하인을 한 명 딸려보내 동행하게 했는데
하인이 보기에 이문원이 굉장히 안쓰러웠던 모양인지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다고 함.
하인 : 도련님 팔자도 기구하네요. 계속 대감댁 도령으로 있었으면 정승판서도 되고 호의호식 했을 텐데 다 아는 천자문 하나를 못 떼서...
이문원 : 야 넌 내가 천자문도 모르는 바보인 줄 알아?
하인 : 아니면 뭔데요.
그러자 이문원은 땅바닥에 손가락으로 시를 썼는데, 이런 내용이었음.
(천자문 첫 글자)천지현황을 떼는 데 3년이 걸렸으니
(천자문 마지막 글자)언제호야는 어느 세월에야 익힐까
하인 : 천자문을 다 아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였단 말이오?
이문원 : 넌 그 집에서 하인 노릇을 하면서 서재도 들여다보지 않았단 말이냐? 세상에 책이 천장까지 쌓여 있더라. 쓸데없이 똑똑한 티를 내면 그걸 다 읽어보라고 시킬 것이 아니냐. 그럼 어느 세월에 놀란 말이야. 그깟 공부야 시골 가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빨리 집에 가자,
그러나 이문원이 모두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인은 몰래 빠져나가서 대감에게 모든 사건의 전말을 일러바침.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양부는 서둘러 그를 돌아오게 하였지만 이문원은 돌아가지 않겠다고 뻗댔고 결국에는 억지로 공부를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에야 돌아왔다고 하는데...
3.
양부가 약속을 너무 철저히 지킨 탓인지 나이 서른이 다 되어가도록 과거에 합격하지 못함.
그는 주변에서 속이 타들어가든 말든 행복한 백수 인생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임금이 친히 주관하는 과거 시험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림.
그러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문원이 과거 준비를 하기 시작함.
주변의 반응은 이제와서 그래봤자 늦었다는 분위기가 대다수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문원은 나름대로 성실하게 과거 준비를 했음.
그렇게 과거 시험 당일이 다가오고, 왕이 직접 지켜보는 과거라 그런지 시험장에 경쟁자가 바글바글했음.
그리고 드디어 시제가 나오는데...
왕이 직접 참관하는 시험답게 난이도가 어마어마했음.
그때 뜻밖에도 이문원이 자신있게 답을 적어 내려가더니 순식간에 1등으로 답을 제출하고 나가 버렸음.
당시 왕이었던 영조는 이문원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자 호기심이 일었음.
얼마나 잘난 인재길래 이렇게 순식간에 답을 적어냈을까, 하는 마음이었던 것임.
그래서 그의 시문을 가져오게 해서 직접 읽어보았는데....
거기엔 딱 세 글자가 적혀 있었음.
臣不文
해석하자면
[저는 아는 게 없어요]
라는 소리임.
크게 사기를 당한 영조는 당연히 단단히 빡쳤고 이 역적같은 놈을 잡아 오라고 명을 내림.
하지만 이미 사라진 이문원이 누군지 어떻게 알고 잡아 오겠음?
당시엔 연줄로 합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문에 신상정보를 적어서 종이로 봉하고, 합격한 이후에야 신상정보를 뜯어보도록 했는데 이문원을 잡으려면 이걸 뜯어보는 수밖에는 없었음.
결국 신상이 털린 이문원은 영조 앞으로 끌려옴.
영조 : 이딴 답안을 작성한 이유가 뭔지 바른대로 답하라.
이문원 : 전하, 소인을 이렇게 잡아올 수 있었다는 소리인즉, 소인의 신상을 뜯어 보셨다는 소리입니까?
영조 : 아니면 네가 여기 잡혀 왔겠느냐
이문원 : 그럼 소인은 합격한 게 아닙니까?
영조 :
결국 영조는 무식하긴 하나 비범하다며 과감히 그를 합격시켜 줌.
일견으로는 이문원의 양아버지인 이천보가 사도세자의 일에 휘말려 자살했기 때문에 이를 미안하게 여겨 그를 합격시켜주었다는 시각도 있음.
아니면 이문원이 이 사실까지 계산에 넣고 행동했던지...
4.
때는 정조 시대.
이문원은 무식하긴 한데 일은 잘 한다는 평판을 들으며 관직 생활을 하는 중이었음.
한번은 정조가 충청도 지방에 과거를 열려 했는데 감독관으로 보낼 사람이 없어서 고민 중이었음.
그때 이문원이 자신이 가겠다고 자청을 하여 충청도로 가게 됨.
그런데 정작 충청도에 도착한 그는 일을 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술만 퍼마시며 놀았음.
지방 관리들이 시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채점 기준은 무엇인지 물어보았으나 알아서들 하라는 답만 돌아올 뿐 일을 할 생각은 1도 없어 보였음.
안 그래도 무식하다고 소문난 이문원을 무시하고 있었던 지방 관리들은 살판이 났는데, 왜냐면 그들은 이미 이번 과거에서 누굴 뽑을지 다 짜놓은 후였기 때문이었음.
마침내 과거는 치러졌고 지방 관리들은 이미 내정된 합격자들의 답안을 뽑아 이문원에게 바침.
이문원은 반가워하며 답안을 확인하다가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쉬었음.
지반 관리 : 왜 그러세요, 갑자기?
이문원 : 아니, 답안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걱정이 되서 말이오...
지방 관리 : 뭐가요?
이문원 : 내 자식들이 날 닮았는지 공부를 안 해서 무식해... 나야 선친 잘 만난 덕에 벼슬을 하고 있지만 내 자식들은 공부를 잘 해야 할 텐데. 그래서 말인데 탈락한 답안지들 중에 잘 쓴 것 좀 가져다줄 수는 없는가? 애들 공부 좀 시키게. 사례는 하겠네.
지방 관리들은 그쯤이야 어려울 것도 없어서 탈락한 답안 몇 개를 가져다 보여 줌.
그들은 대충 이런 대화를 하며 답안을 검토했음.
이문원 : 이 답안은 어떤가? 내가 공부를 안 해서 잘 몰라.
지방 관리 : 문장도 바르고 잘 썼네요ㅇㅇ
이문원 : 이건?
지방 관리 : 그것도 잘 썼네요ㅇㅇ
모든 작업이 끝난 후, 이문원은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짐.
이문원 : 그런데 이 탈락 답안 합격 답안지랑 비교했을 때 수준이 어떤가? 솔직히 말해봐.
지방 관리: 예? 아마 몇 개는 더 잘 썼죠?
이문원 : 그럼 이거 합격. 더 잘 쓴 것이 급제여야 맞지 않은가.
지방 관리 : (할 말이 없음)
이렇게 이문원은 고생 하나 하지 않고 양질의 답안지만을 얻어 왕에게 바쳤고
왕도 이문원의 재주를 신기하게 여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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