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스페인에 체류할 때, 필리핀 독립군과 미서전쟁에 낑겨서 필리핀에 고립된 채 일년간 생존왕을 찍고 돌아온 일단의 스페인 군인들에 대한 영화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스페인 영화답게 극중 등장인물들간의 갈등을 극대화시켜 왜 이들이 이런 이역만리에서 개죽음을 당해야만 하는가... 이런 내용이었는데, 국내엔 마이너한 내용일 이 영화의 리뷰들이 얼마전 우수수 올라온 걸 보니 아마 국내 다운로드 사이트에도 드디어 풀린 모양입니다. 근데 그 리뷰들이 다 민족주의적 견지에서 적힌 내용들뿐이라 좀 보기 거북하더군요. 분명 당시 필리핀군들이 악수까지 하면서 이들을 곱게 보내줬고 초대 필리핀 대통령인 에밀리오 아기날도도 이들이 "펠라요나 엘시드의 아들들답게 용감하게 싸웠다" 고 감탄한 것도 역사적 사실인데 뭐 복돌이들이 그런것까진 알 리가 없겠죠.

영화 포스터입니다. 일단 배우들은 스페인 내에서 일류급이라 할만한 사람들입니다.
실제 촬영은 필리핀이 아닌, 적도기니에서 행해졌습니다.

전투가 끝난 후 에밀리오 아기날도 초대 필리핀 대통령이 이들의 용맹을 칭찬하면서
이들을 포로가 아닌 친구로 대하라는 내용의 훈령입니다.
그럼 본문 나갑니다~

간신히 필리핀 독립운동을 막고 있던 스페인 세력의 상황은 미서전쟁의 발발로 절망적으로 바뀝니다.

그 와중에 일단의 스페인 군인들이 발레르라는 지역에 고립됩니다.

이들은 그 지역에서 유일하게 요새화된 건물이라 할만한 성당에서 농성합니다.
현재의 발레르 성당입니다.

당시 농성도입니다.

카티푸난 독립군도 굳이 피를 보는건 원하지 않았기에 회유를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마닐라에는 산해진미와 미녀가 가득한데 왜 여기서 고생하세요오오~??"
(실제 배우는 Alexandra Masangkay 라고 러시아 국적입니다.)

결국 장장 337일(1898년 7월 1일~ 1899년 6월 2일) 간의 농성전이 시작됩니다.
숫자는 필리핀인들이 많지만 두꺼운 성당벽을 제압할만한 중화기가 부족했기에 농성은 장기화됩니다.

원래 사기도 낮고 훈련도 제대로 안되있던 스페인군들은 하나씩 지쳐갑니다.

결국 이들은 스페인이 필리핀에서 철수했다는 소식을 어렵사리 듣고 항복을 결심합니다.

카푸티난 독립군도 이제 그들의 적이 스페인이 아니라 미국임을 실감하여
관대하게 항복을 받고 바르셀로나로 곱게 보내줍니다.

실제 항복 후 성당에서 나오는 스페인 군인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생존자들입니다.
영화에서는 "왜 싸우는겨? 스페인은 늬들을 기억하지 않을거야!" 라고 이들을 저주하는 스페인군 탈주병이 나오는데,
뭐 이들은 스페인에서 그렇게 처참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신문은 이들을 치하하고 정부는 국왕명의의 추천장을 줍니다.

그림 앞에서 필리핀 사람들이 웃고 있네요... 제 3자로서 양국간에 과거의 악연을 잘 정리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