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왜 참패했나 의총 열었더니 절반은 나가버린 한국당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25일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김병준 위원장(앞줄 가운데), 김성태 원내대표, 김용태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방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지지율 회복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만든 30일 의원총회 풍경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의총 후 “아까는 꽉 차 있었는데, 지금 이제 한 40명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총을 열고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 의뢰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 - 자유한국당의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원인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함진규 정책위의장,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10.30/뉴스1
보고자로는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나섰다. 그런데 발표가 시작되자, 회의장을 가득 채웠던 의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라이드가 3장 넘어가는 동안 100명 가까이 참석했던 의원 중 절반이 자리를 떠났다. 원활한 발표를 위해 회의장의 불이 꺼지자, 남은 의원 중 절반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예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잠이 든 의원도 있었다. 김 교수의 발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지도부를 포함해 33명에 불과했다.
이날 발표는 한국당에서 이탈한 지지자들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이들이 지지를 다시 회복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추리면 “강경한 대북 안보 프레임을 버리고, 합리적인 보수 노선의 경제 정책을 확고히 수립해야 한다”, “총체적 난국의 실질적 원인이 되었던 인물을 교체해야 한다” 등으로 요약된다.
보고서가 주목한 대상은 한국당 지지자였다. 탄핵을 전후로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이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과거 한국당을 지지했다가 이탈한 지지층이 왜 떠나게 됐는지, 어떻게 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정치연구소는 이탈 지지층을 분석하기 위해 전국 성인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지지자, 이탈자, 반대자로 나눴다. 지지자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한국당 후보를 찍은 이들, 이탈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뽑았지만, 홍준표 후보는 뽑지 않은 이들, 반대자는 두 번 모두 다른 당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이다. 지지자는 272명(24.6%), 이탈자는 376명(34%), 반대자는 458명(41.4%)으로 조사됐다.
이탈자들은 스스로 이념성향(매우 진보 0, 매우 보수 10)을 중도(5.0)로 정의했다. 각 정당의 이념성향에 대해서는 민주당(3.1), 한국당(7.9), 바른미래당(5.8)로 응답했다. 이탈자들은 남북관계 등 안보이슈에서는 반대자(민주당 지지층)들과 생각이 가까웠고, 안보문제를 잘 풀 정당으로도 민주당(43.8%)을 한국당(29.5%)보다 더 많이 꼽았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정책에서는 여전히 한국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과 생각이 비슷했다.
보고서는 “외교ㆍ안보 쟁점에 있어 한국당이 지속해서 강한 보수적 태도와 적대적 대북관을 견지해왔다는 점이 유권자들과 한국당의 이념적 거리를 증가시켰다"며 "보수정당에 기대하는 경제성장, 출산과 육아, 교육, 주택ㆍ부동산, 이민 등에 대해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9월15일 미국에서 귀국하고 있다. [뉴스1]
이탈자들은 문재인 체제(5.4), 유승민 체제(4.2), 심상정 체제(4.2), 김병준 체제(3.7), 안철수 체제 (3.6), 손학규 체제(3.4), 홍준표 체제(3.0) 순으로 호감도를 응답했다. 반면 한국당 지지자들은 홍준표 체제(4.5), 김병준 체제(4.0), 유승민 체제(3.7) 등의 순이었다.
여성ㆍ청년 등 신규 지지층을 유입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이미지 개선 노력과 정책적 메시지보다 중요한 것은 총체적 난국의 실질적 원인이 되었던 인물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보고서가 주목한 인물은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었는데, 홍 전 대표의 체제의 경우 호감도가 여성 3.1, 20~30대 2.7로 비교대상군 중 가장 낮았고, 김 비대위원장은 여성 5.0, 20~30대 5.7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대학생겨레하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막는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전 대표의 가면을 쓰고 '쓰레기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보고서에 대해 지도부는 일단 “검토하고 참조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현주소를 용역 연구팀이 여과 없이 보여줬다”며 “남북관계 역시 과거의 안보관으로 너무 경색해서 바라봐서는 안 되느냐는 충고도 중요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론 채택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검토하고 참조하는 용도”라고 답했다.
안효성ㆍ성지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