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5831335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이슈·소식 유머·감동 정보·기타 팁·추천 고르기·테스트 할인·특가 뮤직(국내)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41 출처
이 글은 7년 전 (2018/11/03) 게시물이에요








 비출 듯 가린다 | 인스티즈


박노해, 비출 듯 가린다

 

 

 

어두운 밤길을

작은 등불 하나 비추며 걷는다

 

흔들리는 불빛에 넘어져

그만 등불이 꺼져 버렸다

 

순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빛나는

밤하늘 별빛을 보았다

 

언제부터 내 머리 위에서

찬연히 반짝여온 저 별빛

 

작은 등불을 끄지 않고는

하늘의 별빛을 볼 수 없다

 

작은 것은 늘 크고 깊은 것을

비출 듯 가리고 서 있으니







 비출 듯 가린다 | 인스티즈


김소연, 이별하는 사람처럼

 

 

 

이별하는 사람처럼

할 말을 조용히 입술 안에 가뒀지

 

비가 왔고

앙상한 나뭇가지 관절마다

물방울들이 반짝였지

크리스마스트리의 오너먼트들처럼

 

우리는 물방울의 개수를

끝없이 세고 싶었어

이만이천스물셋 이만이천스물넷

 

나는 조용히 일어나

처음 해보는 것처럼 수족을 움직여

찻물을 끓였고

 

수저를 달그락거리며

너는 평생 동안 그래온 사람처럼

오래도록 설탕을 녹였지

 

해가 조금씩 기울었지

베란다의 화분들이

그림자를 조금씩 움직였지

 

선물처럼 심장에선 무언가를 꺼내니

내 손바닥엔 까만 돌멩이 하나

 

답례처럼 무언가를 허파에서 꺼내니

네 손바닥엔 하얀 돌멩이

하나

 

이별하는 사람처럼 우리는

뚱한 돌멩이가 되었지







 비출 듯 가린다 | 인스티즈


이수익, 거미

 

 

 

허무한 바람의 벽에

걸어놓은 그 약한 투망도

거미여

네게 그것은 희망이다

, 생존이다

 

지나가는 한줄기 바람결에도

경계하는 네 푸른 신경은 떨리어

허약해졌는가, 거미여

 

태양이 마지막 피를 연소하는

일몰의 거리에서

나는 하루에 받은 인상들을 감광하고

남몰래 밤이면 암실에서

내 영혼의 빛으로 이를 현상한다

 

나는 나의 과거를 그리고

봄이면 나무에 꽃이 피는 이유를 그리고

우리들의 사생활을 그린다

 

결국은 나와 결별해야 하는

그 몇 줄의 시를 위하여

나는 투망을 한다

희망도 생존도 될 수 없는

그 몇 줄의 시를 위하여, 거미여

오늘도 나는 아픈 손으로 그물을 짠다







 비출 듯 가린다 | 인스티즈


천양희, 한계

 

 

 

새소리 왁자지껄 숲을 깨운다

누워 있던 오솔길이 벌떡 일어서고

놀란 나무들이 가지를 반쯤 공중에 묻고 있다

언제 바람이 다녀 가셨나

바위들이 짧게 흔들 한다

한계령이 어디쯤일까

나는 물끄러미 먼 데 산을 본다

먼 것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누가 터무니없는 말을 했나

먼 것들은 안 돌아오는 길을 떠난 것이다

이제 떠나는 것도

떠나고 싶은 마음보다 흥미가 없다

내 한계에 내가 질렸다

어떤 생을 넘겨도 동어반복이다

언덕길 오르다 말끝을 흐린다

마음아 그만 내려가자







 비출 듯 가린다 | 인스티즈


김완하, 썰물

 

 

 

물 나가서야

섬도 하나의 큰 바위임을 안다

 

바다 깊이 떠받치고 있는

돌의 힘

 

인간 세상

발아래 까마득한 벼랑을 본다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아까 골목에서 고양이 흉내냈는데
11:14 l 조회 494
나이먹고 혀가 퇴화한 남동생
11:03 l 조회 1716
40대에 인생 헛 살았다는걸 알았네요1
10:41 l 조회 3155
공주같은 인기가요 MC 보던 시절의 설리.jpg1
10:26 l 조회 5532 l 추천 4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는 순간7
10:25 l 조회 5156 l 추천 3
전신마비인데 어떻게 커뮤에 글을 쓰시죠?1
10:15 l 조회 1685
강아지 키우는 집 공감 ㅋㅋㅋㅋ3
10:10 l 조회 4602 l 추천 1
나이 먹으면서 줄어드는 어휘력
10:09 l 조회 2583
상담사 말투가 엠지해
10:08 l 조회 3138
친구 가족 단톡방에 초대 못 받아서 오열한 여성5
10:03 l 조회 2702
오빠는 왜 여자친구가 없을까요1
9:56 l 조회 1502
나 어떡해.. 사장님한테
9:51 l 조회 1211
마음이 너무 급했나보다
9:39 l 조회 975
저세상 긍정 마인드
9:34 l 조회 929
인지부조화 오게 만드는 엠넷 최신 릴레이댄스 .jpg
9:27 l 조회 1516
중딩때 학교를 너무 많이 빼먹어서
9:21 l 조회 2302
이상해씨의 기분좋은 구멍.jpg
9:00 l 조회 4331
스트리머겸 레이싱 모델 홍딩굴.jpg
9:00 l 조회 1522 l 추천 2
회사에서 사준 베리밤24
8:30 l 조회 17872
[흑백요리사] 분명 김풍 안나오는데 자꾸 백수저에서 김풍 향기가 남22
8:30 l 조회 18608 l 추천 15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