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떵떵거리는 아버지 세상 뜨시고몇 달 뒤에 형이 죽었다천둥 벼락도 불안 우울도 없이전화벨이 몇 번씩 울었다 아버지가, 캄캄한 형을 데려갔다고들 했다깊고 맑고 늙은 마을의 까막눈들이똑똑히 보았다는 듯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다른 손을 빌려서아버지는 묻고형은 태웠다 사람이 떠나자 죽음이 생명처럼 찾아왔다뭍에 끌려나와서도 살아 파닥이는 은빛 생선들바람 지나간 벚나무 아래 고요히 숨쉬는 흰꽃잎들나의 죽음은 백주 대낮의 백주 대낮 같은번뜩이는 그늘이었다 나는 그들이 검은 기억 속으로 파고 들어와끝내 무너지지 않는 집을 짓고떵떵거리며 살기 위해아주 멀리 떠나 버린 것이라 생각한다노창재, 초 정말이지어쩌면 그렇게 이름을 붙일 수 있었겠니세상 치욕과 수치란 모두너 앞에 붙었구나 그러나 얘야이제는 이리로 오려므나치욕은 치욕끼리 수치는 수치끼리그렇게 한세월 어울리다 보면 말 없이도 이렇게 저 강 건너서까지올망졸망 새끼들도 부리고때로는 손을 놓아 하늘에 구름도 잡아본단다 이상도 하지너의 이름자가 내게로 와서이토록 평온해질 줄을사람들은 어떻게 알았는지최승자,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세상이 펼쳐져 있는 한삶은 늘 우울하다 인생은 병이란 말도 이젠 지쳤고인생은 언어라는 말도 이젠 지쳤고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저 혼자 깊어만 가는 이상한 강인류 어느 누가 못 잊을 꿈을무심코 중얼거리는가푸른 하늘흰 구름 한 점박현웅, 통증이 누웠던 자리 사람의 몸에는 여분의 숨소리가 있다흰 뼈의 숨구멍으로 숨을 쉬며낮아지는 내면으로의 호흡, 오래 전이나 혹은 오랜 후의 시간이 그 속에 들어있다 몸져눕는다는 것은 한 집안의 통증이 되는 일이다 등에는 늙은 병(病)이 가득 지워져 있어 돌아눕지도 못하고누운 체로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다 답답한 등그 등에 창(瘡)을 달았었다몸이 열어 놓은 곳으로 통증의 얼굴이 여럿 보였다 늘 신음이 똑똑 새어나오던 집비탈을 닮은 진물이 다 빠져나가는데 오년이 걸렸다물 빠진 집병이 누웠다 나간 아랫목이 핼쑥하다 형제들이 모여 장례를 마치고 통증이 누웠던 자리에 나란히 누워 잔다욱신거리는 온기에 등을 대고 누운 몇참 오랜만에뒤척이는 몸을 누인 아랫목은 쉽게 잠들지 못하고이갑수, 방생 한 번이라도 오줌 누어 본 이라면실감하면서 동의하리라내가 화장실의 안팎을 구별하여 주면오줌은 내 몸의 안팎을 분별하여 준다따지고 보면 그게 얼마나 기특한 일인지어떤 때 나는 소변 쏟다 말고 쉬면서 잠깐오줌붓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콜라를 부어도 막걸리를 넣어도정수되어 말갛게 괸 오줌몸 속 욕망의 바위틈을 지나오면서얼마나 무겁게 짓눌리고 시달렸는지맨 마지막 구멍으로 헤엄쳐 와서는나오자마자 거품 물고 하얗게 까무라친다 내가 잠시 방뇨하면오줌은 오래 나를 방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