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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322 출처
이 글은 7년 전 (2018/11/09) 게시물이에요







 그냥 서 있으라고 | 인스티즈


신현정, 그냥 서 있으라고

 

 

 

낙엽이 나무의 발등을 덮어버렸다

나무야 어딜 그렇게 다니느냐고

이제부터라도 가만히 서 있으라고

나무의 발등을 낙엽이 덮어버렸다

그만큼 떠돌았으면 됐지 가만히 있으라고

먹구름 속에서 우는 천둥은 왜 쫓아 다녔으며

그 세찬 비바람은 왜 불들려고 하였으며

이제 그 자리에 서 있으라고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해맑은 새소리나 들으면서

그냥 서 있으라고

나무는 제 발등에 낙엽을 수북이 내려놓았다

제 발등을 덮어버렸다







 그냥 서 있으라고 | 인스티즈


이기인, 달의 공장

 

 

 

공장 밖으로 심부름을 나온 달빛

심부름을 나온 바람

심부름을 나온 소녀가 슈퍼에서 쪼글쪼글한 귤을 한 봉지 산다

슈퍼 주인 할아버지가 자기 방식으로 귤을 센다

늘어진 전깃줄에서 나온 백열등이 귤을 또 센다

초코파이가 들어와 부풀어오른 비닐봉투 배가 불록하다

이게 모두 얼마예요그래서 이게 모두 다 얼마예요

이게 모두 얼마예요이게 모두 다 얼마예요라는

말을 들은 귤과 초코파이의 몸이 욱신욱신 속이 상해서

비닐봉투에 들어 있다

자정이 넘어서 귤을 벗기고 있는 소녀와 소녀를 벗기고 있는

기계소리가 아프다

오늘 밤이 지나면 얼마를 줄 거예요

귤을 벗긴 이의 손톱은 달을 파먹은 것처럼 노랗게 물이 들었다

무심한 달빛이 공장 지붕을 아프게 지나간다







 그냥 서 있으라고 | 인스티즈


나태주, 가족

 

 

 

펄렁!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면서 말했다

잘 있어, 나 먼저 가

 

펄렁!

나뭇잎 하나가 또 떨어지면서

말을 받았다

같이 가, 나도 지금 갈 거야

 

지나는 바람이 귀 기울였다

 

땅바닥이 부드러운 품을 열어

안아주고

햇빛은 또 쓸슬한 이불을 꺼내어

그들을 덮어주었다







 그냥 서 있으라고 | 인스티즈


김경성, 와온(臥溫)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으니

멈추는 곳이 와온(臥溫)이다

일방통행으로 걷는 길 바람만이 스쳐갈 뿐

오래전 낡은 옷을 벗어놓고 길을 떠났던 사람들의 곁을 지나서

해국 앞에서도 멈추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바람이 비단 실에 묶여서 휘청거리는

바람의 집으로 들어선다

눈가에 맺힌 눈물 읽으려고

나를 오래 바라봤던 사람이여

그 눈빛만으로도 눈부셨던 시간

실타래 속으로 밀어 넣는다

흔들리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다

흘러가버린 시간의 날줄에 걸쳐 있는

비릿한 추억, 삼키면 울컥 심장이 울리는 떨림

엮어서 갈비뼈에 걸어 놓는다

휘발성의 사소한 상처는

꼭꼭 밟아서 날아가지 못하게 하고

너무 깊은 상처는 흩어지게 펼쳐 놓는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집

네 가슴 한껏 열고 들어가서

뜨거운 기억 한 두릅에

그대로 엮이고 싶은 날이다







 그냥 서 있으라고 | 인스티즈


남유정, 사랑에게

 

 

 

이것은 꿈이야

여름날 맑은 풀벌레 울음으로 걸어가며 바람에서 문득

낯선 가을 냄새를 맡을 때

회화나무 아래 떨어진 연둣빛 꽃잎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처음으로 그 꽃잎이 오징어 모양이라는 것을 알 때

회화나무가 물결칠 때마다 꼬리를 너울거리는 작은 꽃잎들이

물살을 가르듯 허공을 날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바깥을 냄새 맡는 사람처럼 킁킁거리며

살아있는 게 꿈은 아닐까 생각해

 

도무지 사랑은 늙지 않는 것도 이상해

거울에 비친 세월은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데

사랑은 매일 아침 토마토처럼 싱싱해

꿈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

늙을 줄 모르는 사랑이 나는 두려워

아기 이빨 같은 초승달이 돋아날까 봐

그믐밤 같은 가슴에 저 혼자 둥글고 환하게 자랄까 봐

두려워

 

새신랑이 달아난 첫날밤의 여인처럼

하얗게 무너지는 재가 될까 봐 두려워 그러니

언제나 꼿꼿이 버틸 수 있도록

기다림의 끝은 끝끝내 오지 않아야 해

문 밖에서 귀를 기울이다 조용히 제 길을 떠나야 해

이 꿈이 화들짝 깨지 않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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