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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11 출처
이 글은 7년 전 (2018/11/27) 게시물이에요







 내 안에 너를 퍼 담는다 | 인스티즈


강우식, 사랑

 

 

 

바람의 순리대로 쏠리는 풀잎이듯

잠결에도 아내 곁으로 돌아눕는다

무심으로 하는 이 하찮은 일들이

오늘은 내 미처 몰랐던 사랑이 된다







 내 안에 너를 퍼 담는다 | 인스티즈


최춘희, 얼레지꽃

 

 

 

식물도감에서 보던 너를

남해금산 숲속에서 처음 만났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센서가 작동하는

디지털 체중계같이

산을 밟고 선 몸무게에

내장된 봄의 전자 칩은 여기저기

보랏빛 비상등을 켠다

비바람과 우레에도 흔들림 없던

속내 들켰다는 것인지

구급차로 실어 나르기 바쁘다

첫눈에 소울메이트임을 알았다고

불꽃심장의 쌍둥이 아니냐고

산 전체를 내어 주겠다고

덤벼드는 너

이미 가슴 속 숨어 피던

너는 여기에 없다

뜨겁게 타오르는 꽃잎의 열기에 놀라

남해바다 푸른 물결만

몽돌해안에 돌아누울 뿐이다

카메라 셔터를 열어 해 저물도록

내 안에 너를 퍼 담는다







 내 안에 너를 퍼 담는다 | 인스티즈


전동균, 나뭇가지를 꼭 쥐고

 

 

 

쏘내기 퍼붓듯 쏟아지는

만개의 꽃빛들보다도

이 꽃빛들을 안고

새로 나온 푸른 이파리들보다도

그 뒤에 숨어 있는

뒤틀리고 구부러진 나뭇가지들에게

더 자주 눈길 건너가고

가슴 먹먹해지나니

 

이 서러운 묵언(默言)의 나뭇가지들

꼭 쥐고

어루만지나니 그 누구의

몸인 듯 마음인 듯







 내 안에 너를 퍼 담는다 | 인스티즈


김인수,

 

 

 

거니는 숲 속

작은 섬 하나

와 닿지 않고

열어 보지 못한 섬

 

푸른 숲을

단단히 물고 있다

외롭지 않느냐고

마을로 가고 싶지 않느냐고

행복을 꿈꾸고 싶지 않느냐고

 

대답이 없다

 

단단한 가슴이 빛나는

숲 언저리에

소리 없이 서 있는

 

섬 하나







 내 안에 너를 퍼 담는다 | 인스티즈


송수권, 혼자 먹는 밥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뒤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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