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5876838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이슈·소식 유머·감동 정보·기타 팁·추천 할인·특가 뮤직(국내) 고르기·테스트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295 출처
이 글은 7년 전 (2018/11/28) 게시물이에요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인스티즈

정끝별, 크나큰 잠

 

 

 

한 자리 본 것처럼

깜빡 한 여기를 놓으며

신호등 앞에 선 목이 꽃대궁처럼 꺾일 때

사르르 눈꺼풀이 읽던 행간을 다시 읽을 때

봄을 놓고 가을을 놓고 저녁마저 놓은 채

갓 구운 빵의 벼랑으로 뛰어들곤 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사과 냄새 따스한

소파의 속살 혹은 호밀빵의 향기

출구처럼 다른 계절과 다른 바람과 노래

매일 아침 길에서 길을 들어설 때

매일 저녁 사랑에서 사랑을 떠나보낼 때

하품도 없이 썰물 지듯

깜빡깜빡 빠져나가는 늘 오늘

깜빡 한 소식처럼

한 지금을 깜빡 놓을 때마다

한입씩 베어먹는 저 큰 잠을 향해

얼마나 자주 둥근 입술을 벌리고만 싶은가

벼락치듯 덮치는 잠이 삶을 살게 하나니

부드러워라 두 입술이 불고 있는 아침의 기적

영혼의 발끝까지 들어올리는 달콤한 숨결

내겐 늘 한밤이 있으니

한밤에는 저리 푹신한 늘 오늘이 있으니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인스티즈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인스티즈


곽재구,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숨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인스티즈


권혁웅, 파문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 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인스티즈

나희덕, 뿌리에게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 나의 사랑을

 

먼 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가려무나

 

척추를 휘어 접고 더 넓게 뻗으면

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

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

네 뻗어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

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

 

네가 타고 내려올수록

단단해지는 나의 살을 보아라

이제 거무스레 늙었으니

슬픔만 한 두릅 꿰어 있는 껍데기의

마지막 잔을 마셔다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

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면

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지고 있을 테니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동남아 혐한 얘기나오는거 좀 의아한게
1:11 l 조회 1
김지민 "자궁에 젓가락 꽂히는 느낌" 시험관 시술 고통 호소
0:58 l 조회 2210
난 진짜 샤워 오래하는 사람들 너무 궁금함.twt2
0:57 l 조회 1598
운전 중 날아온 맨홀뚜껑.gif
0:57 l 조회 422
미국에서 논란중인 손씻기 캠페인 디자인2
0:53 l 조회 2444
NCT JNJM MV TEASER IMAGE 01 [BOTH SIDES - The 1st Mini Album】
0:42 l 조회 264
사심 채우는 정승제ㅋㅋㅋㅋ
0:40 l 조회 534
윤정수가 말아주는 화를 돋구는 강원도 화법.avi
0:36 l 조회 299
남편에게 코가 잘린 조선 여성들1
0:34 l 조회 4269
선넘은 롤케이프 포장1
0:30 l 조회 6092
바로 밑에서 보는 사나
0:26 l 조회 2795
프로 애니메이터의 한계.jpg
0:20 l 조회 3632
여러 짤들로 보는 한국인 성격 특징.jpg3
0:05 l 조회 8907 l 추천 2
홍콩남성이보는 한국여성4
0:00 l 조회 5333
현재 기묘해서 알티타는 향수회사..JPG13
02.19 23:52 l 조회 30366 l 추천 1
최근 많이 바꼈다는 군대 주말 특징1
02.19 23:52 l 조회 1269
다카이치, 총리로 재선출…예상대로 중의원 투표서 압승
02.19 23:50 l 조회 205
장항준 감독 연출 영화 관객수.jpg3
02.19 23:47 l 조회 9932
면접 레전드1
02.19 23:46 l 조회 5612
@ 이거뜨고 탐라의 오만 여돌팬들 전부 부러워서 배잡고 뒤집어짐1
02.19 23:19 l 조회 5596 l 추천 1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