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추억? 중국이 캐나다를 정조준한 이유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孟晩舟) 중국 화웨이 최고 재무 책임자(CFOㆍ부회장)를 석방시키기 위해 중국이 필사적으로 캐나다에 대해 외교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멍완저우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캐나다를 압박해 수사의 주체인 멍완저우를 미국에 넘기지 못하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사안의 성격상 미-중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1차 타깃을 캐나다로 삼고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겁니다.

중국 외교부 러위청(樂玉成) 부부장이 멍완저우의 체포에 항의하기 위해 2018년 12월 8일 캐나다 대사를 초치했습니다. 앞서 6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캐나다는 즉시 체포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당사자를 즉시 석방할 것이며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익을 전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주중 대사관은 5일 “엄중한 인권 침해”, “단호한 반대와 강렬한 항의”를 표하며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실체 논란이 있지만, 중국 정부가 4일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민간 기업인 화웨이 임원의 석방을 수위를 높여 가며 항의한 겁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무슨 의미가 담긴 걸까요?

첫째, 러위청 부부장은 ‘이번 조치가 지극히 악랄하다’며 외교 세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표현을 썼습니다. 이 사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감정을 드러내 사안의 엄중함을 내비친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중국 정부가 크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60일 이내에 멍완저우 부회장에 대한 공식적인 인도 요청을 해야 합니다. 인도 신청을 접수하면 캐나다 정부는 30일 이내에 인도 여부를 결정하는 수순입니다. 따라서 최장 90일 이내에 중국은 일련의 정치ㆍ경제적 수단을 총동원해 캐나다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러위청 부부장은 캐나다 대사를 긴급 초치해 “심각한 결과 초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며 석방을 요구한 것은 중국이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캐나다와 중국 간의 외교 갈등을 포함해 경제적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신화통신ㆍ인민일보 등 당과 정부의 기관지들은 중국 인민의 감정을 들어 캐나다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고 여론전을 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말로 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18년 12월 1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미국과 캐나다는 범죄인 인도 협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이행해 왔습니다. 멍완저우에 대한 혐의에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유령 업체를 동원하고, 금융 기관을 상대로 한 사기가 포함돼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점에서 범죄인 인도 대상 범죄로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캐나다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법률 문제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까지 해야 하는 골치 아픈 처지에 빠졌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시스템 배치를 놓고 한국 때리기를 할 때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상황에 처한 겁니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에 강한 불만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보복은 한국에 했지요.

캐나다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캐나다가 중국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예측도 나올 수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은 낮습니다.

캐나다는 미국과 안보 정보를 공유하는 영국ㆍ호주ㆍ뉴질랜드와 함께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를 구성하는 멤버입니다. 범죄인 인도 같은 법과 규범의 문제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까지 종합 고려해야 하는 사안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하는 동맹 중의 동맹인 것이지요.

해외에서 미국과 캐나다가 동맹국으로서 얼마나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됐던 주이란 대사관 외교관들의 탈출 사건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이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1979년, 이란 독재 정권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자는 ‘이슬람 혁명’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던 때였습니다. 이란 대학생들은 팔레비 왕의 망명을 받아 준 미국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다 미국 대사관의 담장을 넘어 버렸습니다.

(1979년 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때 이란 시위대에 붙잡힌 대사관 직원들)

대사관은 진작부터 기밀 문서를 파쇄하는 등 난리였습니다. 이 난리통에 대사관 직원 6명이 대사관 밖으로 탈출해 캐나다 대사관에 몸을 숨깁니다. 영화 『아르고』는 CIA의 탈출 전문가가 6명의 외교관을 이란 밖으로 빼내기 위해 벌이는 숨막히는 두뇌 싸움을 다룹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사관 직원 6명은 무사히 탈출에 성공합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드라마의 묘미를 위해 몇몇 장치를 끼워 넣기는 했지만 캐나다 대사관이 이들을 은신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잔뜩 성이 난 이란 민중이 이들이 캐나다 대사관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미국 대사관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겁니다. 그만큼 절체절명의 선택 앞에서 켄 테일러 캐나다 대사는 3개월간 이들을 숨겨 줬다가 가짜 캐나다 여권을 발급해 탈출에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1980년 켄 테일러 주이란 캐나다 대사가 귀국길에 파리에 들러 언론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2015년 10월 유명을 달리한 테일러 대사를 추모하며 당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고인은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미국 외교관들을 보호했다”며 “켄 테일러 대사는 캐나다 외교의 최고 덕목을 대표한다”고 기렸습니다. 미국의 대외 활동에 적극 동조하면서 외교 이익을 극대화하는 캐나다의 외교 스탠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무역 문제를 놓고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는 게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입니다. 그러나 안보와 대외 문제에서는 이익을 공유하는 공동체적 사고를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위협과 불이익을 당할 때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상황에 처했지만 캐나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상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캐나다는 경제 보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양국의 교역 규모는 3,800억 위안입니다. 중국이 수출 2,100억 위안, 수입 1,700억 위안으로 400억 위안의 흑자를 보고 있습니다.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선다면 중국에 진출한 캐나다 업체를 법망에 묶어 괴롭히거나 캐나다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매겨 캐나다 수출업자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카드 역시 중국이 쉽게 빼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렵사리 마련한 미중 무역전쟁 휴전인데, 이걸 완전히 걷어차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중국이 캐나다에 눈에 띄는 보복을 한다면, 이는 결국 미국을 자극하는 결과가 될 겁니다. 중국에 투자한 자금의 아웃 오브 차이나를 부추긴다는 점도 중국의 선택지를 좁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