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앱 2017년 12월 27일, 중국 정찰기 1대가 한국 방공 식별 구역(KADIZ)을 넘어왔다. 오전 10시에 이어도 인근 공역에서 KADIZ에 진입한 중국 공군 Y-9G 정찰기는 제주도 인근을 거쳐 쓰시마 해협을 통과, 동해 상공에 진입하여 강릉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온 길을 되돌아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 정찰기의 KADIZ 진입은 이제 월례 행사가 됐다. 중국 군용기는 2018년 한 해에만 110회나 KADIZ를 넘었는데, 이 가운데 8번은 Y-9G 정찰기에 의한 ‘한반도 훑고 지나가기’였다.
방공 식별 구역은 영공은 아니지만, 통상 특정 국가의 방공 식별 구역 내에 군용기를 진입시킬 때는 해당 국가에게 사전 통보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중국은 공군기를 KADIZ에 밀어넣으며 단 한 차례도 사전 통보를 한 적이 없다. 한국의 KADIZ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실 중국의 KADIZ 인정 여부를 떠나 더 심각한 것은 중국이 주변국의 전자 정보(ELINT)를 본격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자 정보(ELINT : ELectronic INTelligence)란 주로 레이더에서 방사되는 전파 특성에 대한 정보를 뜻한다. 이러한 전자 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전자전(Electronic warfare) 수행을 위해서다.
모든 레이더는 고유의 주파수 대역이 있으며, 운용 모드별로 주파수 대역이나 출력 등이 달라진다. 레이더는 이러한 전파를 공중에 방사하여 물체에 맞고 돌아오는 반사파를 수신하여 표적의 위치와 고도 정보 등을 계산한다. 그런데 적이 해당 레이더의 전파 특성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적은 교란하고자 하는 레이더의 전파 특성과 유사한 방해 전파를 방사함으로써 레이더를 교란한다. 레이더 입장에서는 수신된 데이터 가운데 어떤 데이터가 자신이 쏜 전파인지, 교란 전파인지 분간할 수 없기 때문에 레이더 스크린은 까맣게 먹통이 된다.
이러한 전자전 공격기의 위력은 가히 가공할 수준이다. 미 해군의 EA-18G 그라울러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라는 F-22 랩터를 가상 격추시킨 전력이 있다. 당시 그라울러는 고성능 재머로 랩터의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든 뒤 근거리까지 접근하여 공대공 미사일을 가상 발사하여 랩터 가상 격추 판정을 받았다. 이 가상 교전 사례는 비록 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전자전 능력이 강력하다면 비스텔스기도 스텔스기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이처럼 현대전은 인간의 눈보다는 레이더와 같은 센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레이더는 인간의 오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의 표적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지만, 반대로 레이더가 먹통이 되면 말 그대로 눈 먼 장님이 된다. 강대국들이 고성능 전자전 정찰기와 전자전 공격기 개발에 혈안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8차례나 KADIZ를 넘은 Y-9G는 중국이 개발한 최신예 전자 정찰기이다. 중국이 야심차게 개발한 ‘중국판 C-130J 슈퍼 허큘리스(Super Hercules)’라 불리는 Y-9 전술 수송기에 각종 임무 장비를 장착해 개발한 Y-9G는 중국에서는 '가오신 11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중국 공군은 Y-8CB, Y-8JB, Y-8G 등 3종류의 전자 정찰기 22대를 주축으로 한 전자 정찰기 전력을 운용해 왔으며, 이들 정찰기들은 최근 신형 Y-9G 계열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Y-9G에 탑재된 장비의 구체적인 명칭과 성능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찰기가 전자 정보 수집은 물론 전자전 공격 임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이 Y-8이나 Y-9 계열의 전자전기를 운용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된 일이지만, 지난해처럼 특정 공역에 정기적으로 정찰기를 띄웠던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중국이 한반도 인근에 이토록 자주 전자 정찰기를 띄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중국의 전자전 공격기 전력 확충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최근 공군과 해군 항공대용으로 각각 1종류씩, 2종류의 신형 전자전 공격기를 내놓았다. ‘중국판 스트라이크 이글’이라고 불리는 J-16에 전자전 장비를 얹은 일명 J-16D 버전과 항모용 전투기 J-15에 전자전 장비를 얹은 J-15D가 그것이다.
중국이 전자전 전용 공격기를 개발한 것은 J-16D가 처음이다. 당초 중국은 자체 개발한 KG600 계열의 전자전 포드를 JH-7 전투기를 비롯해 J-10과 J-11B 전투기 등에 탑재해 운용했지만, 이것들은 기존에 전투기로 생산된 기체에 전자전 포드를 붙여 전자전 공격 임무를 추가한 것에 불과했으므로 본격적인 전자전 공격기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미 해군의 경우에도 기존의 F/A-18F 슈퍼 호넷 전투기를 개조하여 별도의 전문 전자전 공격기인 EA-18G를 개발한 사례가 있으므로, 중국 역시 J-16과 J-15라는 기존 플랫폼을 개조해 별도의 전문 전자전 공격기 개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개발 완료되어 공군에 배치가 진행 중인 J-16D와 현재 초기 전력화 테스트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 J-15D는 사실상 같은 전자전 장비가 탑재되고 있는 것으로 식별된다. 이들 기체는 원형이 각각 Su-30과 Su-33이라는 별개 기체이기는 하지만, 카나드 날개 유무만 빼면 사실상 ‘자매품’에 가까울 정도로 기술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동시 개발이 유리했을 것이다.
이렇게 전자전 공격기로 개발된 J-16D와 J-15D는 미 해군의 E/A-18G 그라울러와 매우 유사한 장비 구성을 보이고 있다. 날개 끝단의 윙팁(Wingtip)에는 EA-18G의 AN/ALQ-218(V)2 리시버와 마찬가지로 리시버로 추정되는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이 장비는 적이 방출한 레이더 전파를 수집하여 기존에 전자 정찰기가 수집해 분석해 놓은 적의 레이더 전파 특성과 대조해 해당 전파가 어떤 레이더에서 방사된 전파인지를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리시버를 통해 수집된 전파 정보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전파 특성 대조를 통해 적 레이더 종류와 특성이 확인되면, 재밍(Jamming)에 나설 차례다. EA-18G가 기체 외부에 최대 5개까지 AL/ALQ-99F(V) 재밍 포드를 탑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J-16D나 J-15D 모두 2~4개 이상의 KG800 재밍 포드를 탑재한다.
미 해군의 AN/ALQ-99(V)의 재밍 능력은 145km 범위 내의 적 레이더에 대한 재밍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중국 측의 주장에 따르면, KG800의 재밍 능력은 미 해군의 AN/ALQ-99(V)에 준하는 수준이다. J-16D와 J-15D는 재밍 포드를 이용해 전자전을 수행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Kh-31 대레이더 미사일 또는 이를 복제한 중국제 대레이더 미사일 YJ-91을 발사해 레이더를 직접 파괴할 수도 있다.
중국은 지난 2017년부터 J-16D의 초기 배치 단계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11월부터 J-15D의 시험 운용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자전 공격기가 제 역할을 수행하려면 주변국의 레이더 정보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J-15D와 J-16D의 실전 배치가 본격화되면 중국 Y-9G 전자전 정찰기의 KADIZ 침범은 과거보다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