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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6158 출처
이 글은 6년 전 (2019/7/19) 게시물이에요

역사 잘 가르쳐 주던 도서관 아줌마 썰 2 | 인스티즈

4.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짧은 판단력이 전두엽을 타고 흘러갔지만,
이내 내 몸은 아줌마의 손길에 이끌려 안방 장롱을 옮기고 있었다.

"아줌마... 이거.. 둘이서 옮길 수 있어요?.."

"내가 10년만 젊었으면 혼자서도 옮겼어."

망부석 같던 장롱 두 개를 꾸역꾸역 옮겼다.
몸 구석구석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는데,
아줌마도 땀 때문에 찝찝했는지 옷을 갈아입고 온다면서 안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나는 미니 선풍기 하나에 의지한 채 거실에 드러누워 있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은 아줌마가 큰 선풍기 하나를 들고 나오셨다.
하지만 내 시선은 큰 선풍기 보다 아줌마의 짧은 반 바지와 상체에 밀착한 민소매티가 더 눈에 더 띄었다.
뒤로 묶은 단발머리 때문인지 내 눈에 환술이 걸렸던 건지
순간 적으로 아줌마가 김태희로 보였다.

아줌마는 내 뒤 소파에 반쯤 다리를 뻗고 누운 채 티비를 보고 계셨다.
예능 한 편을 다 보고 나서야, 아줌마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 어깨를 잡아 쥐면서 말했다.

"뭐 먹을까? 장롱 옮기느라 고생했는데, 아줌마가 먹고 싶은 거 해줄게."

평소에 엄마가 자주 해주던 닭볶음탕이 생각나서 닭볶음탕이라고 말했다.
아줌마는 알 수 없는 흡족한 미소를 띠면서 안방에서 간디건 하나를 꺼내 입으시고는
같이 장을 보러 가자고 하셨다.
엄마 이외에 여자와 장을 보러 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줌마는 장지갑 하나를 한 손에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내 팔짱을 꼈는데,
시장 아줌마 아저씨들이 아줌마나 나한테 동생, 누나냐고 계속 물어보더라.
그래서 아는 아줌마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때 마다 아줌마가 나서서 나를 막둥이라고 소개했다.
한참 동안 시장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두 손 부족할 만큼 장을 봤다.

힘겹게 장을 보고 나서 아줌마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줌마가 나를 밀쳐내고는 티비나 보라고 하시면서 디지몬을 틀어주셨다.

"아줌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손님 학생은 가만히 계세요."

"아.., 그래도 제가 도와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집에 가서 어머니나 많이 도와드려~"

집에서 설거지 한 번 자의로 한 적 없던 내가 적극적으로 서포터 어필을 하고 있었다.
여하튼 그렇게 디지몬 몇 편 보고 나니까
아줌마가 밥 다 됐다면서 와서 먹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아줌마가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오시더라.
순간적으로 우리 아버지가 겹쳐 보였다.

"아줌마도 술 드세요?"

아줌마는 내 질문에 소주 한 잔을 원샷 하면서 대답하셨다.

"어른이니까 술 먹는거야~"

그리고는 연거푸 소주 잔을 장전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빠르게 취기가 독처럼 몸 전체에 퍼지셨는지 닭볶음탕 닭다리를 떼어서
내 밥그릇 위에 계속 올려 주셨다.
밥 한공기 위에 올려진 닭다리 개수만 다섯 개는 되어 보였다.

"많이~ 먹고~ 훌쩍 커야지~"

그날은 드물게 과식을 해서 위장이 매우 과부하 된 상태였다.
하지만 아줌마는 닭볶음탕에 부족했는지 연신 딸꾹질을 하면서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마치 명절 기간 할머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티비를 보면서 아줌마와 과일을 먹다가 조금 낯간지러운 영화 장면이 나왔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차에서 혓바닥을 메차쿠차하는 장면이었는데,
가족들과 티비를 보다가 갑분싸가 되는 것처럼 아줌마와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느덧 해가 산 중턱에 걸쳐져 있었다.
우리 집은 [구속 없는 자유분방, 인생은 독고다이] 신념을 가지고 계신 아버지 덕분에
나에게 직접적인 간섭이나 구속은 없었다.
외박 또한 친구집에서 잔다고 하면 언제든지 가능했다.
그러니까 당시 내 마음속은 아줌마 집에서 하룻밤 자고 싶었다는 말이다.

거실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티비만 보다가
슬쩍 뒤를 돌아 아줌마를 쳐다봤다.
우연의 일치 였을까, 내 시선과 아줌마의 시선이 수평으로 맞닿았다.
아줌마는 소파에 팔을 베고 누워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너, 왜 나 쳐다봐?"

퉁명한 어투로 나를 추궁하는 아줌마의 질문에 당황했다.

"아.. 그냥.."

"너.. 아줌마 리모컨 뺏으려고 했지?! 아줌마 안 자거든!!"

우리 아버지와 유전자 검사를 하면 99.9% 일치될 만큼 닮은 구석이 많았다.
다행히 내 시선처리는 리모컨 강탈을 빌미로 포장되어 덮어졌지만,
내 감정은 마른 낙엽에 옮겨붙은 불씨처럼 계속 커져만 갔다.
그렇게 다시 티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아줌마가 나를 부르면서 물 좀 떠와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싱크대 이곳저곳 다 탐색하면서 겨우 유리잔 하나를 찾은 뒤에
정수기 물을 퍼 담아서 아줌마에게 가져갔다.

"아줌마, 물드세요."

아줌마는 눈꺼풀을 감은 채 소파에 쪼그려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래서 소파 앞에 쪼그려 앉아 새근새근 잠든 아줌마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도화지같이 하얀 피부와 갸름한 얼굴 사이에 자리 잡힌 눈, 코, 입 모두가 매력적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줌마와 더욱 밀착하기 시작했다.
이런 짓을 하면 안 되는 걸 알았지만, 내 이성은 이미 감정에게 사로잡힌 뒤였다.

그때, 교과서 한 권 차이의 거리를 두고 아줌마가 눈을 떴다.
그리곤 나를 쳐다보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너한테 나는 어떤 사람이니?"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아줌마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말을 이어갔다.

"나한테 너는 그냥 착한 중학생인데."

내 목젖에 못이라도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더 이상 진심을 말할 기회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줌마는 예쁘고 친절하고 역사를 잘...."

내 대답이 채 끝나기 전에 아줌마의 따뜻한 숨결이 내 콧등 위로 느껴졌다.
따듯하고 촉촉한 젤리가 내 입술에 맞닿은 느낌이었다.

"아줌마가 지금의 너한테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야."












5.
그렇게 내 감정의 결말은 잊을 수 없는 이별 키스로 마무리되었고,
그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
물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꼴통 짓을 도맡아 했고,
어느덧 아버지의 소주 심부름을 할 수 있는 스무 살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집 대청소를 하던 중에 중학교 사회 교과서를 발견했다.
오랜 시간 책장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탓에 이곳저곳 먼지로 얼룩져 있었다.
책 곳곳에서 내가 필기한 문장들이 엿 보였고, 작은 바람도 써져 있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사회 시험 100점 목표.」

「아줌마가 좋다.」

나는 아버지의 부름에도 답하지 않은 채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갔다.
뒤늦은 후회의 발자국을 새하얀 눈 길에 남기면서 도서관에 도착했다.
도서관 전체를 허둥지둥 찾아 헤매었다.
그리고 도서관 책장 한 가운데에 기대어 앉아 자책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어깨를 가볍게 툭- 툭- 쳤다.

"혹시 뭐 찾는 거 있으세요?"

될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자신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인연이라면 그냥 놓아 주라고 했던가.
하지만 나는 또 한 번 몸부림쳐보려고 한다.

"역사 책이요."

"역사 책은 바로 뒤에 있는데요."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혹시 주몽에 관련된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저 위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잠시만요."

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높은 책장을 훓기 시작했다.

"이제 까치발 들고 안 찾아 주셔도 돼요. 저도 많이 컸거든요."

그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많이 컸네."

"아줌마가 먹인 닭볶음탕 때문 일걸요?"

이미 그녀와 내 눈높이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여전히 도서관에 계셨네요."

"그러게. 나도 여전히 여기에 남아 있었네."

"계속 기다리고 계셨어요?"

"글쎄."

그녀는 나의 뺨을 찬찬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올 줄 알았거든."

살며시 까치발을 든 그녀는 내 입술에 살포시 온기를 나눠주었다.

이후 부모님에게 그녀를 소개해 주었고, 개방적이었던 부모님은 흔쾌히 교제를 허락해 주셨다.
그리고 가끔 그녀와 닭볶음탕을 먹을 때면 물어본다.

"그때 은하수 보면서 무슨 소원 빌었어요?"

그때마다 그녀는 내 밥 위에 닭다리를 올려주면서 말한다.

"몰라. 까먹었어."

그렇게 그녀와 교제하게 된 지 일 년이 조금 지나서 나는 입대를 하게 되었다.
21개월의 이별 시간이 내게는 너무 길고 무겁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나와 다르게 덤덤하게 이겨내고 있었다.
처음 그녀가 도시락을 들고 면회를 왔을 때 동기, 선임들이 나한테 물어봤다.

"야, 너희 누나냐? 결혼하셨냐?"

나는 웃음꽃 만개한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

"저보다 누나는 맞는데, 결혼은 저랑 할 겁니다."






END

대표 사진
Yuna kim  피겨의미학
??????????
6년 전
대표 사진
오늘의 하늘은 내게 누군가가 두고 간 선물같아
글잡담 아니고 인포인데용..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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