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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년 전 (2019/10/10)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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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 인스티즈


이종수, 꼬막

 

 

 

사는 내내 고통은

내 몸 빌어 숨을 쉴 것이다

뻘숨을 쉬며 자란

고통은 검붉은 눈물을 덮고 있는

깡깡한 껍데기일 뿐이다

 

어둠의 궁륭을 걷는 별도

뻘배처럼 흐르는 밤, 등에 하나씩 늘어나는

고통의 좌표를 찍지 않으면

별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서 벌교 사람들은

꼬막 하나 까먹을 힘이 없으면

죽는 날이 가까워졌음을 안다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말은

꼬막 앞에서 뻘짓하지 말라는 말이다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 인스티즈


문성해, 일식

 

 

 

오늘 나는

썩은 사과를 먹는 사람

사과 속에 깃든

벌레의 하늘과 땅과

벌레의 과거와 미래를 먹는 사람

벌레의 낮과 밤과

벌레가 피해 다닌 무거운 길들을 먹는 사람

벌레가 그토록 아끼던 희디흰 도화지를 더럽히는 사람

벌레를 파내고

벌레만 제외된 모든 세계를 먹는 사람

사과 한 알의 별이 우주 속에서 폭발한 오늘

나는 나의 세계를

둥글게 베어 먹는 거대한 입을 바라본 사람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 인스티즈


정완영, 조국(祖國)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 인스티즈


신달자, 나의 적막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홀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면

너는 검은 안경을 걸치고 한바탕 주먹을 휘두르는

폭력 건달로 보이는데

오늘은 어느 곳을 분탕 칠 것인가

너의 살집에 면도날을 살짝 대니 검은 피가 쓰윽 배어 나오는 걸 보면

너는 나의 어느 숨은 덫인가

어느 저녁에는 굵은 빗줄기로 더 강한 주먹을 날리는데

그 주먹에 온몸을 내어주는 나는

오늘의 적막을 하얗게 손수건 한 장으로 줄여

핸드백 속으로 넣어버리지만

 

내 몸의 토질에 맞는 것은 역시 적막이다

노면 불량의 길을 걸어와

천 개의 미투리 다 헐고

그 다음에는 거리에 두 발도 다 흘려버리는 날

부적처럼 적막을 압축해 몸에 붙이면

폭력의 손도 어느새 순해져

살과 살이 섞여 잘 들어맞는 살

아픈 허리도 슬슬 풀어지는 듯

 

적막은 내게 잘 숙성된 맛이다







 너를 구름이라 부른다 | 인스티즈


고증식, 첫사랑

 

 

 

너무 멀리 와버린 일이

한두 가지랴만

십오 년 넘게 살던

삼문동 주공아파트가 그렇다네

열서너 평 임대에

우리 네 식구 오글거리던

화장실 문 앞에

세 끼 밥상 차려지고

어쩌다 쟁그랑쟁그랑 싸워도

자고 일어나면

바로 코앞에서 얼굴 맞대던

이젠 쉬 돌아갈 수도 없는

거기, 마음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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