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가의 열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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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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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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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마른 땅에 차가운 물을 찰박찰박 흩뿌릴 때의 기쁨을 아는가.
저녁에 세찬 물줄기를 맞은 꽃과 잎사귀에서 물방울이 반짝일 때의 기쁨을 아는가.
정원 전체가 잔뜩 목말랐다가 물을 마신 나그네처럼 촉촉한 숨을 내쉴 때의 기쁨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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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해내지 못한 일들은 4월에도 일어날 수 없다. 미래란 우리 앞에
놓인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싹눈 속에 자리하고 있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지금 우리 곁에 자리하지 않은 것들은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할 수 없다.
단지 땅 속에 숨어 있기에 새싹을 보지 못하듯, 우리 내부에 자리 하고 있기에
우리는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러져버린 과거의 잔여물이 풍기는 쇠락의 냄새는 곧잘 맡는다.
하지만 이처럼 노쇠하고 헐벗은 땅속에서 끝없이 움트는
하얗고 통통한 새싹은 왜 보지 못하는지!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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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한다는 것은 곧 그 일이 즐거워서, 잘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생계를 잇기 위해서여야 한다.
어떤 원칙을 위해 장화를 꿰매고, 원칙을 위해 일하고, 노동 그 자체의 미덕만을 좇는다면
일의 진정한 의미를 놓치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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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것 , 더 멋진 것들은 늘 한 발짝 앞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시간은 무언가를 자라게 하고 해마다 아름다움을 조금씩 더한다.
신의 가호로 고맙게도 우리는 또다시 한 해 더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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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언제나 미완의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살이와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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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이와 정원이 닮았다는 말이 참 인상적입니다.
저의 정원은 어떤 빛깔을 하고 있는지, 정원을 가꾸는 제게 되묻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