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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870 출처
이 글은 6년 전 (2019/12/20) 게시물이에요


한국은 여성에게만 순결을 강요하는 은장도가 있는 나라다? | 인스티즈

아마 한국인 대부분이 은장도에 대해서 이렇게 알고 있을 거임

여자가 순결을 위협받을 때, 자살하기 위해 들고 다닌 칼


과연 사실일까?

은장도는 정말 자결용일까?


답은 아니다



은장도의 정확한 이름은 장도야

은으로 만든 장도이기 때문에 은장도라고 부른 거임

장도(粧刀)는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을 말해

허리춤에 차고 다녔기 때문에 패도라고도 했고,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고 해서 낭도라고 하기도 했음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필수품이었어

신라시대, 고려시대 유물로도 발견된 오래된 장신구야

조선만의 장신구가 아니라는 거지



그럼 우리 조상들은 왜 장도를 갖고 다닌 걸까?






장도장 박용기 선생이 만든 전통 은장도야


익숙한 물건이 하나 보이지 않음?

바로 젓가락이야

우리 조상들은 장도가 칼집에서 빠지지 않게 고정하는 용도로 젓가락을 끼워넣었어

왜냐면 장도의 주된 용도가 과일을 깎아먹는 거였기 때문임!


장도는 생활 속에서 가장 요긴하게 쓰인 연장이었어

옛날 사람들은 장도로 야외에서 나뭇가지를 다듬기도 했고, 앉은 자리에서 과일을 깎아 먹기도 했어


은장도의 경우에는 음식에 독이 있나 없나를 판별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했지



심지어는 이렇게 바늘과 귀후비개가 같이 달려있는 장도도 있을 정도로 일상적인 물건이었음




이런 장도에 유교적 의미가 덧씌워진 건 언제부터 일까?



장도가 여성의 정절과 남성의 충절을 상징하는 물건이 된 것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부터야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서 임진왜란 당시 장도를 가지고 있다가 유사시에 자결 혹은 상대를 공격하였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해


이때부터 은장도에 유교적 가치가 씌워졌고

안 그래도 장도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잘 쓰던 조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은장도를 패용하게 돼

(이때도 들고 다니면서 감 깎아 먹음)



그러면서 여성들에게는 거울, 빗과 함께 3대 장신구 중 하나가 되어 버린 거지

(당연히 젓가락 꽂혀있는게 많음)


산호로 만든 산호장도노리개



조선 장도

조선 장도2

조선 장도 노리개

장인이 복원해낸 금은장매조문갖은을자도




실제로 장도는 자살용 호신 무기보다는 장신구에 가까운 물건이었어

(들고 다니면서 뭐 깎아 먹기도 편한데 내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니! 이런 물건이었던 셈)


1498년 연산군은 사치품이라는 이유로 은장도 사용을 금지하려고 했고,

1670년 현종 역시 은장도 차는 자를 벌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 있었어



전쟁 이후로 조선시대 여권은 추락하면서 열녀 숭배가 강해져

정부에서는 열녀를 칭송하며 열녀문을 세워주기까지 하지

그런데 왜 정부에서 은장도를 금지하려고 했을까?


은장도는 절개를 상징하는 물건 중 하나였을 뿐, 실제로 자살을 위한 도구는 아니었기 때문이야




실제로 은장도에 단순한 정절이 아닌 자결용 칼이라는 이미지가 붙은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라는 분석이 많아

일본 사무라이 가문에서 태어난 귀족 여자는 단도를 천에 싸서 허리띠에 끼워 다녔는데, 그게 순결이 위협받을 경우 자살할 용도로 들고 다닌 칼이라고 해

은장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풍습과 비슷한 칼이라고 짐작한 게 널리 퍼졌다는 설이지



절개를 상징하는 물건이 여자의 기본 장신구가 되었다는 사실까지 옹호하려는 게 아니야

다만 비판을 하려면 확실하게 알고 비판해야 한다는 거야

조선시대 전란 이후 추락한 여권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사회상과 남자를 집어 이야기 해야지,

여자가 순결을 위해 들고다니던 칼 운운하며 은장도만을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가해자 지우기가 아닐까? 또, 절개 있는 여자라는 왜곡된 과거의 페티쉬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행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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