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는 4년 정도 결혼한지는 2년된 신혼부부 입니다
남편과 저는 한살 차이로 30대 초반이구요
연애 초반부터 다툼이 조금씩 있기는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사소한 걸로 자주 다투는 편이었어요
저는 소소하게 신경써주고 관심을 표현해주는걸 좋아하는 성격이고
남편은 기분 좋을 때는 다정하지만 평소 무뚝뚝한 성격입니다
예를 들어 발렌타인 때 약소하게나마 제가 초콜렛을 선물하면
남편은 사주겠다고 약속은 해도 일이 있으면 까먹는.
제가 좀 많이 서운해 했었어요
집안일도 여자는 그렇잖아요 눈에 보이는 부분이 남자보다 많다고 해야 할까요
남편은 내가 신경 쓰는 만큼 집안일을 챙기는 부분이 부족해보이고
함께 하는 게 아니라 도와준다는 느낌. 시켜서 겨우 한다는 느낌
같이 맞벌이어서 힘든데 왜 내가 하는 일이 더 많지? 본전 생각하게 되는..
서운해지면 잔소리를 늘어놓게 되고 싸움으로 이어졌어요
남편은 자신에게 섭섭해 하는 저의 모습을 매우 불쾌해 했어요
“난 할 만큼 했는데 넌 왜 자꾸 모자라다고 말해?” “또야?” 이런 식으로요
저도 분명 남편을 힘들게 하고 있었어요
뭐든 함께 하고 공유하고 싶어 했어서.
남편을 유독 피곤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반면에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했어요
주말에 게임을 한다든지, 아침에 일어나서 티비를 보면서 멍 때리고 싶다든지
근데 남편은 9시 출근에 6시 퇴근하는 직장인이고
저는 오후 3시쯤 출근해서 밤 12시는 되어야 퇴근하는 프리랜서입니다
업무 시간이 맞지 않아서 거의 평일에는 얼굴을 못보다 시피 하니
토요일 일요일 아침에 부둥켜안고 관심 받고 싶어 했던 것들이
월화수목금요일 동안 저에겐 얼마나 기다려온 시간이었는지요
그런데 남편은 정말 방전-되고 싶어 했었던 거죠
제가 자기의 휴식을 방해하면 툴툴거려요
집안일을 부탁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투덜투덜..
좋은 게 좋은 거란 마음으로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힘든 일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는 저와는 달랐어요
기분 나쁜 일에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기분이 나빠지면 푸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죠
물건을 쿵 놓는다던지, 낮은 목소리로 욕을 한다던지요.
그러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지 않아져서
왜 그런 식으로 표현하냐고 다그치게 돼요
저희가 싸운 날은 한 달 전 일요일이예요
남편이 주말 내내 기분이 안좋았어요 피곤하다면서요
저 역시 그때 업무상 바쁘다보니.
몇 주간 토요일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굉장히 피로하고 지친 상태로
주말에 쉬는,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남편한테 짜증을 내게 됐어요.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고,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우리 정말 성격이 안맞는다
내가 툴툴거리고 짜증내는 성격인거 알고 고치려고 노력해왔는데
너 만나고 같이 사는 동안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진짜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인지 의문이 든다
이혼하자”
그리고 나가버리더라고요
친구들을 만나 술이라도 마신건지 12시가 되서야
만취 상태로 들어와 짐 챙겨서 차키 들고 나가려고 하길래
취한 거 같은데 안방 침대 위에서 자라고 저는 자리를 비켜줬어요
맨 정신에 얘기해봐야겠다 싶어서
다음날에도 다다음날에도 연락이 올 때 까지 기다렸지만 카톡 하나 없었기에
(남편과 퇴근 시간이 안맞아서. 제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항상 자고 있어요)
수요일 아침에 출근 전에 일어나서 잡으며
계속 이렇게 지내야 하냐고 이혼 얘기 진심이냐고 물었죠
그런데 진심이래요 저랑 살기 싫대요
결혼한 지 2년 밖에 안됐는데 이혼 얘기만 벌써 3번째거든요
서로 성격이 안 맞는 탓이라며.. 정리하자는데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그래서 니 생각은 충분히 알았으니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
라고 말하니 어떻게 성향, 성격을 고칠 수 있겠냐며,
지금까지 충분히 노력했는데도 답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가 그동안 섭섭했던 것들..
제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들,
혼자 담아두는 성격이기에 많이 힘들었던 부분들을 이야기 하는데
저는 이제 와서 그렇게 이야기하자는 심리도 모르겠고
너무나 큰 충격과 배신감에
- 당신도 깊이 생각해보라며, 이혼을 할지 말지
- 이제와 이런 얘기 무슨 소용이냐고
그리고 담날 법원에 가서 이혼 서류를 가져와서 식탁위에 올려두고 출근했네요
남편 서류 보고 전화오더니 이게 너의 진심이냐 되묻더라구요
진지하게 생각중이다 라고 하니..
전화를 끊고.. 지금까지 1달 째 서로 없는 듯 지내고 있습니다
중간에 저희 엄마 환갑 생신도 있었는데 그냥 지나갔고요
(저희 엄마가 사위라고 엄청 예뻐하고 챙겼는데..
자기 생일에도 용돈 두둑히 보내고 그렇게 챙겼는데 고작 문자 한통 보냈더라구요)
4월 초였던 결혼기념일 역시 지나갔어요
유일하게 얘기할 수 있는 주말엔 늦게까지 술을 먹고 집에 들어와선 잠만 자네요
저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연고가 많이 없어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상황도 아니거든요
주변에 친구들이 많은 그 사람에게는
저와의 불편한 시간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자유를 찾고 싶어 하는 맘이 더 커 보여요
마음 한 구석 연애 할 때 이 사람이 저에게 줬던 믿음
결혼해서 힘든 일 어려운 일 모두 함께 이겨내자는 약속
모두 덧없고 거짓말 같아 보여 저는 마음이 하루 하루 무너지는데
얼른 정리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되는데도
혹여나 이 사람이 저와 대화를 다시 시도하지 않을까
지친 마음을 달래고 저에게 다시 와서
그렇게 냉정하게 쏟아냈던 말들을 담으려 노력해주지 않을까
미련이 자꾸 남아 가슴이 쓰리네요..

+
추가
조언님 너무 감사드려요 정말. 몇 시간이고 고민하다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리는 건 난생 첨인데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셔서요
그리고 댓글로도 응원도 해주시고 정신 차리라고
따끔하게 말씀해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지난 시간이 저에게 정말 악몽 같아서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일이며 고민이 끝나지 않아 앞으로도
힘들 각오를 해야겠지만 생각 정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사실 어제 글을 쓰고 퇴근하면서 소리 내어 엉엉 울었어요
적막한 집 남보다 못한 남편 정말이지.
소중하게 마련한 우리의 집이 끔찍한 곳이 되버렸어요
저에게는 상상조차 힘든 나날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언님이 해주신 친구 아내분 남편 이야기가 많이 공감이 되었어요
사실 친구 아내 분처럼 속상해도 뭐든 봐주는 그런 와이프는 아니었지만.
남편이 가장 필요할거라 생각되는 부분,
가장 원했던 걸 제가 채워주지 못했단 점
그런 점은 저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고 제 잘못, 실수도 있을거라 생각 됩니다.
제가 전부 잘했다는 건 아니예요
글을 쓸 때도 객관적이게 쓰려고 무척이나 노력했지만
사실 내 이야기를 하는 내가 스스로 하는 거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도 한마디를 보태보자면.
남편은 연애 때는 전혀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무척 노력해주는 사람이었고 성실했고 저를 우선적으로 생각했었어요
다투더라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저를 다독였고
뭐든 같이 하고, 공유하고 싶어 했었죠
연애와 결혼 도합 6년이라는 그 시간이 소중함이 아닌
익숙함으로 변질되어버린 걸까요
내가 힘들다고 가정도, 아내도 헌신짝 버리듯
함부로 대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동의하듯 그래 이혼하자고? 그럼 이혼하자 한 것은 아니었어요
첨에는 어떻게 해야 당신을 도울 수 있는지 물었고
이혼하자는 이야기가 3번째, 무려 3번째 나온 그 순간에도.
당신의 마음을 잡고 싶다고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마치 칼로 심장을 도려는 것처럼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들로 신뢰를 산산조각 내버리더군요
싸울 수는 있어요
화를 낼 수도 있어요
문제 역시 있을 수 있죠
사는게 힘든 건 당연하잖아요
하지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 그 사람을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벌써 한 달 째 남편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선택을 저에게 떠넘기네요
첨 글을 쓸 때는 쓰지 않았지만
2주 전 집에 들어와서,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생각해보고 있냐고 자긴 결정 못했다고..
도망치기 바쁜. 그런 사람에게 저의 인생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제가 하려고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스스로를 좀 더 귀하게 여기고,
이곳에서 얻은 조언들 충고들은 모두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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