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의류 디자이너이자 판매직을 겸하던 이 34살 여성은
상사의 '갑질'에 따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술에서 위안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던 게 갈수록 음주량이 늘어 급기야 매일 소주 3~4병을 마시는 알코올 의존증 단계에 이르렀다.
그렇게 업무 시간이 끝나면 술에 쩔어 지내는 생활을 이어가다
3년 전 황달 증세가 심해져 병원을 찾았더니 알코올성 간 경변증 중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라도 술을 끊었어야 했는데,
입원과 치료와 음주를 반복하다가 결국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렇듯 생사를 오가던 최악의 상황조차
당사자인 박영진(가명)은 응급실에서 깨어난 뒤에야 알았을 뿐이다.
다행히 지금은 술을 완전히 끊었지만 치명적 합병증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다.
사소한 충격이나 피부 긁힘에도 혈소판 부족으로 몸 곳곳에 멍이 드는 것이다.
현재 그는 10년에 걸친 만성 폭음으로 간 크기가 작아졌을 뿐 아니라
아랫배까지 복수가 차오른 상태다.
지방간이나 간염 단계에서 금주를 단행하면 간 기능도 정상을 회복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한다.
그러나 간 경변증에 접어들었다면 아무리 오랫동안 술을 끊더라도
더 이상 이전의 건강한 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잊지 말라며 담당 의사는 경고한다.
이처럼 후회는 늘 뒤늦게 찾아와서 사람을 더욱 괴롭히는 모양이다.
지금 알고 있는 이 단순한 세상 이치를 왜 그때는 그토록 몰라서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했단 말인가!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그 밖에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면서 하소연하듯 털어놓는
젊은 그의 말을 보고 있으려니 못내 가슴 아프기만 하다.
부디 그가 지금 이 참담한 고통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뒤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에 복귀하여 가슴에 담은 못다 한 꿈과 젊음을 아름답게 불태우면서
희망에 찬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