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예능·음악프로 모두 시청률 2~7% 한자릿수 굴욕
"익숙한 포맷에 얼굴만 바꿔… 우려먹기에 시청자는 식상… 부족한 기획력 돌아봐야"
지상파 TV 방송사들이 최근 몇년 사이 아이돌들의 인기에 편승, 시청률을 올려보기 위해 '아이돌 떼 출연'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놓았다가 시청률도 놓치고 시청자로부터 "안이한 제작태도"라는 비판까지 받는 등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아이돌이 고정 출연 중인 지상파 프로그램은 뮤직뱅크·불후의명곡·청춘불패2(이상 KBS ), 쇼!음악중심·우리결혼했어요·황금어장(이상 MBC ), 아름다운그대에게·인기가요·놀라운대회스타킹(이상 SBS ) 등으로 주중·주말 황금시간대를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피투게더(KBS), 승부의신·세상을 바꾸는 퀴즈(MBC), 강심장·도전1000곡(SBS) 등도 아이돌 게스트 출연이 잦은 프로그램이다.
이 중 신화와 2PM 멤버들이 '신구(新舊) 아이돌 대결'을 벌인 MBC '승부의 신'은 방영 3주차인 9일 전국 시청률이 2.8%(TNmS· AGB닐슨 공통)에 그쳤다. '주말 예능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야심 차게 이 프로를 내놓았던 MBC로선 굴욕적인 수치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30대 커플' 윤세아(34)·줄리엔강(30)에 이어 2주 전 제국의 아이들 멤버 광희와 컴백을 앞둔 걸그룹 시크릿 멤버 한선화를 투입했지만, 방영 첫 주(1일) 6.5~7.7%이던 시청률이 8일에도 5.9~7.2%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드라마와 쇼에서도 방송사들의 '아이돌 전진배치 전략'은 별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설리(f(x))와 민호(샤이니)·광희 등이 출연하는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절반(8회)을 지난 현재 시청률이 5% 안팎을 오가고 있다. "정진운(2AM)·지연(티아라)·효린(씨스타) 등을 앞세웠다 실패를 맛본 KBS '드림하이2'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방송사들은 뮤직뱅크(KBS)·쇼! 음악중심(MBC)· 인기가요(SBS) 등 금·토·일 저녁 시간에 간판 가요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출연진의 절대다수를 아이돌로 채우고 있지만 3~4%의 턱없이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원로·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하는 '가요무대'의 10% 안팎 시청률 흐름과 뚜렷이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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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상파 예능PD는 "기획사들은 '돈 되는 아이돌'을 발굴, 예능감과 입담을 선보이도록 조련하고, 방송사들은 이들을 손쉽게 쓰려다 보니 시청률 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장 윤호진 박사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지상파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고, 메이저 기획사와 방송사가 유착한 탓도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방송사들이 아이돌에 기대어 쉽게 가려는 '기획력 부족'이 문제"라고 했다.
김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률 부진에도 방송사들이 비슷한 패턴의 프로그램을 끊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처리해야 할 재고가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하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제작진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떠나고 방송과 아이돌 모두 대중에 외면받는 수순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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