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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5년 전 (2020/8/28) 게시물이에요

할머니 집 | 인스티즈

얼마 전, 저는 외할머니를 뵙기 위해 오랜만에 경주로 향했습니다. 몇 년 만에 온 외할머니집은 어릴 적 봤던 모습 그대로였지만 저는 외할머니집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어릴 적 소름끼칠정도로 무서웠던 일이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고 계셨던 지라 대부분의 시간을 외할머니 집에서 보냈습니다. 외할머니집은 넓은 마당이 있는 주택이었고, 마당 한가운데에는 외할아버지께서 만든 인공연못이 있었고 대문을 들어서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마당도 넓었고 그 당시에는 조그마한 강아지까지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어린 저에게 있어서 외할머니 집은 놀기에 최고의 장소였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기 전, 아마 6~7살 정도 였던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 날 저는 아침부터 석류나무 옆 담벼락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었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 담벼락 밑에 화단을 만든다 해서 흙을 쌓아놨던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흙을 밟고 올라서면 담벼락 너머가 훤히 보였습니다. 담벼락 너머에는 다른 노부부께서 사시는 집 마당이 보였습니다. 저는 항상 마당에 누가 있나 두리번거리곤 했습니다.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그날 따라 저는 왠지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담벼락 너머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린 저는 무서웠지만, 조심스레 흙을 밟고 담벼락 너머를 조심스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담벼락 너머를 보는 순간 너무 놀라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담벼락 너머에는 여성의 모습을 한 사람형체가 옆으로 눕다시피 한 자세로 공중에 둥둥 떠있었습니다. 더욱 무서웠던 것은 팔 다리가 기괴하게 꺾여져 있었고 눈동자가 있어야 할 눈쪽은 뻥 뜷려있었으며 입 또한 뚫려있었습니다. 그리고 온 몸은 검은색 연기 같은 것으로 휩싸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곳에 머물러 있던 것이 아니라 위 아래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얼굴과 팔 다리 또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했습니다. 도망을 가면 쫓아올 것만 같은 공포감이 엄습했습니다. 제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누군가 제 허리를 감싸고 저를 담벼락 밑으로 황급히 끌어내렸는데 놀랍게도 그 분은 제 외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다짜고짜 제 머리를 누르며 자세를 낮추셨습니다. 저는 거의 속삭이다시피 할머니께 횡설수설 말했습니다.

'할머니.. 저기에..'

그때 할머니는 손가락을 입에다가 대시며 '쉿'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저기 이상한 거 있어...'
'조용히 하그라.... 조용히 하그라...'

외할머니께서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시며 담벼락너머를 보셨는데 저도 할머니 손을 팔을 붙잡고 담벼락너머를 다시 한번 봤습니다. 그 이상한 형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외할머니께서는 그것을 보자마자 다시한번 제 머리를 누르며 자세를 낮추셨습니다. 그리고는 제 손을 붙잡으시고는 말씀하셨습니다.

'조용히 하그라...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된다 알겠제?'

정말 이상한 점은 제 기억은 여기까지밖에 없습니다. 할머니께서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신 그 이후로는 정말 아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누가 제 기억을 일부 지운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저는 이상하게도 그 일을 잊고 살다가 성인이 된 지금 외할머니집을 오랜만에 온 것과 동시에 기억이 난 것입니다.

외할머니께 이 일을 여쭤볼려고 했지만, 그 때 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라졌던 기억은 물론이고 지금와서야 그때 그 일이 생각난 이유도 궁금하지 않지만, 계속 묻지 않는게 좋을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ㅊㅊ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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