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이 피로한 것은 늘상 자전의 속도를
견디고 있는 탓이겠다. 아직 다 지나가지도 않은
계절을 몹시도 그리워하는 것은 종일 네 생각을
하는 탓이겠다.
우리는 노을이 붉게 적신 구름을 나누어먹다 빨
갛게 물든 혀를 깨물며 아파했지. 비명을 지르지
말라고 입을 막아주는 것, 때론 다정이라 불렀다.
투명한 계절의 축 틈새로 너 하나를 오롯이 기록
하는 일, 그런 두서없는 마음이 나를 병들게 하
지만 나는 아직도 그런 것이 좋다고. 내 상처를
봐, 청보랏빛 흉터가 꼭 네가 좋아하던 제비꽃
같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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