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은 비타민A가 극도로 풍부한 먹이사슬의 정점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대다수의 동물을 죽일 정도의 비타민A도 견뎌내는 것이 가능하게끔 진화했다. 그렇게 바다표범 등을 사냥하면서 축적된 비타민A가 간에 쌓인 결과 북극곰의 간은 다른 생물에게 매우 위험한 유독성 물질이 된 것이다.
한 번에 체중 1kg당 25,000 IU 이상 섭취하게 되면 급성 간독성이 일어나 사망할 수도 있다. 또 지용성으로 몸 밖으로 배출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체중 1kg당 4,000 IU(예컨대 체중 70kg 성인은 280,000 IU)를 지속해 꾸준히 섭취할 경우 만성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조심해야 할 식재료가 있으니 바로 북극곰의 간. 북극곰뿐만 아니라 여타 육식동물의 간도 비슷한데 북극곰의 간은 특히 심하다. 북극곰의 간 1그램에는 24,000 에서 35,000 IU까지의 비타민A가 농축되어 있는데 이게 사람 허용량 10,000IU의 3배.
이누이트들은 오랜 세월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개들도 먹지 못하도록 간을 땅 속에 묻었지만, 서양인들은 몰랐기 때문에 1596년 당시 북동항로를 탐험하다 조난당한 네덜란드 탐험가 바렌츠와 그의 선원들은 북극곰의 간으로 만든 스튜를 먹고 전멸하다시피 했다. 동물의 간은 부드럽고 먹기 좋아서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어난 일. 다만 당시만 해도 비타민A의 존재조차 몰랐기 때문에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북극곰의 고기에 독이 있다는 식으로만 생각했다. 이 탐험대는 북극곰에게 계속해서 시달리다 겨우 사살해 고기를 먹은 것이었는데, 포악한데다 고기에 독까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북극곰은 그야말로 악마의 동물처럼 보였을 듯.
이후 1940년대에 와서야 이누이트들이 왜 곰의 간을 먹지 않는지 연구한 노르웨이의 의학연구가 카라 로달 박사에 의해 비타민A가 문제의 유독 성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남극 탐험 중 개고기와 간을 먹고 비타민A 중독에 걸린 사람의 기록을 보면, 피부가 벗겨지고 머리카락이 빠졌으며 복통, 구토, 설사,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졸음 등의 증세가 있었다. 다른 동물의 경우 돗돔의 간도 비타민A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과다 복용할 때 중독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심해대형어류의 간은 과다섭취를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