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우지ll조회 417l
이 글은 3년 전 (2021/2/25) 게시물이에요

★★반


by 김도헌

스물 한 곡 규모가 순간 놀랍지만 환호가 오래가지 못한다. 퍼포먼스, 댄스, 실험, 인간미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구성은 2017년부터 전개한 솔로 커리어의 집대성이며 청하의 '멀티 페르소나' 면모를 각인하고자 하는 의도다. 정작 광활한 캔버스 위 아티스트의 정체성은 흐릿하다. 웬만한 완성도가 아니고서야 과욕으로 잊히고 마는 대작(大作)의 운명이다.


모든 분야를 고르게 잘 해내는 청하의 강점은 넓기만 한 신보에서 무난하나 특색이 없다는 단점으로 퇴색된다. 'Bicycle'이 문제를 집약한다. 강렬한 기타 리프로 출발하며 아티스트의 첫 정규작을 상징하는 해방의 송가가 되어야 할 곡이지만, 인상적인 멜로디도 없고 중반부 영어 랩은 어떤 매력적인 구절이나 당위가 없어 진부한 주제 의식에 머무른다. 설상가상으로 가장 강해야 할 추임새와 팔세토 보컬로 구성된 후렴부의 힘이 제일 약하다. 무대 없이 노래 자체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곡이다.


깊은 탐구의 결과도 아니고 주체적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두리뭉실한 이미지, 자주 언급되는 고정관념에 뮤지션을 고정하여 여러 재료를 나열한 작품처럼 들린다. 출발점 'Noble' 사이드가 가장 치명적으로, 'Masquerade'와 'Flying on faith', 'Luce sicut stellae' 모두 무난한 완성도의 곡이지만 특별하지도 않고 곡의 주도권을 청하가 확실히 잡고 있지 않다. 아티스트의 것으로 체화되기 전의 해외 케이팝 데모곡이라 해도 위화감이 없다.


앨범을 지탱하는 부분은 청하와 오래 함께한 프로듀서 빈센초(VINCENZO)의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는 사이드 B와 사이드 C다. 타이틀곡의 정체성이 애매하긴 하나 빈센초는 '고귀한 야만인'과 조이 디비전의 명작을 쪼갠 각 사이드 인트로와 주요 곡에 참여하며 형식을 잡는 인물이다. 선공개 싱글이 대거 포진된 이 파트에서 청하는 애매한 팝스타나 케이팝 아이돌을 넘어 댄스 디바로의 정체성을 상당 부분 확보한다.


'Stay tonight'이나 리햅(R3HAB)의 'Dream of you' 같은 곡들에 개별 싱글보다 앨범 단위 감상에서 더 좋은 평을 내릴 수 있는 이유다. 어두운 댄스 플로어로 향하는 듯한 사이드 B 'Savage'와 연결되는 노래들에서 청하는 확실한 보컬 플레이 없이도 유행과 힙의 중간지대에서 균형을 잡으며 작품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수민과 슬롬이 참여한 '짜증 나게 만들어'와 콜드의 'Lemonade', 백예린과 구름의 'All night long'처럼 새로운 매력을 더하며 '만인의 뮤즈' 포지션을 입증해 보이기도 한다.


마마무의 '너나 해' 이후 흥미로운 라틴 풍 케이팝 트랙으로 기억될 'Play'에 이어 스페인어 가사와 푸에르토리코 래퍼 과이나(Guaynaa)와 함께한 'Demente'를 통해 또 다른 세계에 손을 건네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작품은 마지막까지 모던한 질감을 이어나가는 대신 팬송 '별하랑'과 발라드 '솔직히 지친다' 등으로 끝까지 통일보다 확장을 의도한다. 'X (걸어온 길에 꽃밭 따윈 없었죠)'라는 흥미로운 서사가 존재하는 마지막 'Pleasure' 사이드가 'Comes n goes' 같은 매력적인 댄스 팝에도 스쳐 지나가고 마는 이유다.


결정적 순간을 기대하나 결과는 베스트 음반이다. 아티스트의 다재다능한 면모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프로덕션은 번뜩이는 순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주어진 곡을 성실히 수행하는 청하 역시 열정적인 댄스 퍼포먼스와 반대로 노래에서는 수준급 이상을 넘보지 않는다. 정직하게 나열된 콘셉트와 많은 수록곡이 어느 순간부터 피로하게 다가오며, 압축과 선별 과정의 부재는 '양보다 질'을 언급하게 만든다.


무던함에 대해 청하도 할 말은 있다. < W >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을 본인의 '케렌시아'라 언급하며 도전보다는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꿈을 향해 고난을 딛고 10대 시절을 모두 바친 그가 붉은 피와 망토의 투우 경기장 같은 케이팝 시장에서 유일한 안식처를 찾고자 하는 뜻은 이해된다. 하지만 과연 < Querencia >가 상처 입은 자아를 쉬게 할 안정적인 피난처인지는 의문이다. 아직 최후의 순간 급소에 칼을 꽃아 넣는 투우사 마타도르(Matador)도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자신을 틀에 가두는 것은 아닌지.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新英雄門  영웅:kick it
이런글 흥미롭네요
3년 전
진주강다니엘  강동원의 여자
GIF
(내용 없이 첨부한 댓글)

3년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현재 난리난 "꼴사납게 싸웠다면 쫑났어”.jpg356 우우아아1:3141204 1
유머·감동 남돌 망한 역조공 대회231 쿵쾅맨05.25 19:0684020 9
유머·감동 강형욱 해명 이후 가해자들의 충격적인 행보.jpg208 빼애앵05.25 14:44108186 10
유머·감동간호산데 나도 그런거 있음ㅋㅋㅋ 할배가 아가씨 이러길래170 311329_return05.25 15:0790265 23
유머·감동 차 긁어놓고 커서 꼭 갚는다는 수현이92 311329_return05.25 21:5253741 1
오늘 QWER 영남대 축제 Twenty_Four 7:20 311 0
뉴진스 멜론 탑백 'How Sweet' 7위 | 'Bubble Gum' 14위 진입.. 311354_return 7:06 222 0
아이브 리즈 인스타 업데이트1 311869_return 5:55 2913 0
근육이 쭉쭉 빠져서 더이상 빠질 근육이 없으면 심장근육을 쓴대..그렇게 되면 심장마.. 306399_return 4:21 6710 0
핀란드식 3대 영양소 캐리와 장난감 4:21 681 0
조선시대 한양 범위.jpg 환조승연애 4:20 376 0
3만원 용도별 체감 차이.jpg4 옹뇸뇸뇸 2:53 7012 0
가수 셀링 디온 근황1 풀썬이동혁 2:50 767 0
팀탈퇴하기전 엔믹스 비주얼 담당이었던 지니7 중 천러 2:20 14775 3
매일매일 바꿔입는 당신의 데일리룩이 환경파괴의 주범 311329_return 2:18 380 2
싱글벙글 오늘자 23일 전남대 상황8 네가 꽃이 되었 1:25 7651 0
뉴진스 단체로 휠리스 신고있나요.X6 패딩조끼 1:17 8942 2
올리비아 로드리고 인스타그램 업데이트4 311324_return 0:23 5958 4
미국 인덱스펀드 뭐사지? 딱 정해줌1 아야나미 0:18 1067 1
CD 세대들은 아는 휴대용 CD케이스11 둔둔단세 05.25 23:21 14107 1
어느 안경사가 절대로 콘텍트렌즈 안 쓰는 이유13 몹시섹시 05.25 22:11 18581 1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 순위1 태 리 05.25 22:11 1189 0
주식을 배워보자 - 중급편 (차트를 읽어보자)2 장미장미 05.25 22:10 886 0
GLAY×JAY (ENHYPEN) / whodunit (Teaser) 동구라미다섯 05.25 22:07 14 0
요즘 1인가구&집순이,집돌이에게 인기있는 템8 311354_return 05.25 21:45 766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