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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ll조회 22704l 17
이 글은 2년 전 (2021/7/27) 게시물이에요
지나치게 완벽한 40대 연애-우정 판타지…배배 꼬인 동년배가 보는 괴리감 또는 부러움 

나는 왜 욕하면서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는가 | 인스티즈 

‘슬의생’을 까는 이유는 자명하다. ‘슬의생’이 그려내는 판타지가 거슬리기 때문이다. ‘99즈’는 아무리 봐도 기획의도에 나와 있는 ‘적당한 사명감과 기본적인 양심을 가진, 하루하루 그저 주어진 일에 충실한 5명의 평범한 의사들’이라 보기 힘들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라는 서울대 의예과 99학번으로 만난 채송화, 김준완, 안정원, 양석형, 이익준은 어느 모로 봐도 특별한 사람들에 속한다. 다섯 명 모두 각자 전공 분야에서 인정받아 대학병원에서 조교수와 부교수가 된 것도 평범하지 않은데, 그중 둘인 안정원과 양석형은 재벌급 ‘금수저’다. (중략) 

 

심지어 자기 환자들에게 그렇게 친절하고 따스할 수가 없고, 관찰력과 오지랖도 뛰어나 말하지 않아도 환자가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내 배려해주고 도와준다. 내가 겪은 빅5 병원들의 의료진들은 성실하고 친절했으나 무척 관료적이고 지쳐 메마른 느낌이었는데, ‘99즈’는 언제 어디서고 환자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눈물을 받아준다.  

 

다 떠나서 ‘99즈’의 삶은 무척 산뜻하고 순수하게 그려진다. 물론 이들에게 아픔이 없는 건 아니다. (중략) 

 

신기한 게 이들의 상처나 아픔은 지나치게 단순하게 묘사된다. 이혼으로 인한 익준의 아픔은 찰나의 장면으로만 보여지고, 어린 아들 또한 아빠 익준의 마음을 배려해 엄마를 찾지 않고 밝게 살아간다. 사제의 길을 십수 년 이상 고민했을 ‘모태솔로’ 안정원은 장겨울과 사랑에 빠지며 언제 사제를 꿈꿨냐는 듯 콩닥콩닥 로맨스를 쌓는 중이다(전환이 너무 빨라 하나님도 서운해할 거 같다). 양석형은 ‘99즈’ 중 가장 인간처럼 삶의 아픔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전처를 지독하게 괴롭혀 이혼하게 만든 어머니 조영혜(문희경)를 원망하긴커녕 ‘마마보이’ 소리를 들을 만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원래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는데, 아버지 때문에 힘든 어머니를 보고 어머니 한정으로 성격이 달라진 거란다. 전처가 수면제를 먹을 정도로 괴로워할 땐 방관에 가까운 노력으로 일관했던 인물이? 

 

‘우리 우정, 영원히 변치 않아요’ 하는 판타지도 종종 거슬린다. 20년지기 아니라 30, 40년지기여도 때로 단순한 말 한마디에 빈정이 상하고, 그러다 서로의 심장을 도려내는 모진 말을 던지는 게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의 과자를 탐내다 아이처럼 육탄전을 벌일지언정, 세상 이런 우정이 없을 만큼 서로를 위한다. 똘똘 뭉쳐 밴드 활동을 하고, 때로는 우정의 영역을 넘어 연인이나 배우자의 영역까지 도맡아 준다. (중략) 

 

‘99즈’와 동년배라 ‘슬의생’이 그려내는 판타지에 더욱 불평을 쏟아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존경받는 직업에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라 물욕이 없고, 연인이나 부부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절친한 친구들이 한 직장에 있고, 의사로 헌신적이지만 마라톤이나 캠핑 등 자기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여유가 있고, 마흔이 넘고 이혼남이어도 어린 레지던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받고, ‘꼰대’와는 거리가 먼 성숙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순수함을 겸비한 삶이 가능하다고? 반 백년도 안 살았지만 저런 삶이 1%도 안 될 만큼 어려운 것이란 건 안다. 율제병원의 빌런, 천명태(최영우) 교수가 더 현실적이라고.  

 

‘슬의생’을 끊지 못하는 이유도 자명하다. ‘저건 판타지야’ 하면서도 실은 저 판타지가 내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저런 우정, 저런 연인, 저런 의사와 의료진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도 저런 우정을 지속하고 싶고, ‘99즈’처럼 콤플렉스나 열등감, 선입견없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살고 싶기 때문이다. 턱없는 긍정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이 좀 아름다웠으면 좋겠고, 결정적으로 그들처럼 감당할 수 있는 아픔만 겪고 살았으면 하는 욕심 때문이다. 그 욕심이 ‘슬의생’을 욕하면서도 꾸준히 보게 만든다.  

 

모두가 ‘99즈’의 삶을 살 순 없다. 가질 수 없는 건 부럽고, 부러운 건 때로 신 포도처럼 대하게 된다. 이번주에도 나는 ‘슬의생’을 욕하면서 볼 것이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재밌긴 한 걸.  

 

칼럼 전문 :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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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꼭 100% 현실적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그러면 오히려 더 보기싫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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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두 문단이 워노우정 드라마의 특징이자 사람들이 찾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에서까지 차가운 현실만 목도하기에는 삶이 너무 빡빡하네요...ㅜㅜ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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