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울렁거리는 날에는 글을 썼다.
먹빛으로 너울대는 밤하늘을, 또 그 아래의 작은 조각들과
멀리있는 잿빛만을 동경하는 너를 보면서,
잠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너 없이는 생사를 결정짓지도 못하면서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게도 네 혀의 오발탄이 나를 적중했다.
[오발탄]
매번 무언가를 쏟은 것 같지, 이상하게
눅눅한 매트 위에는 심홍 같은 어둠이 짙게 깔려있고
아득한 너머의 것들은 전부 내 탓을 하지
너는 왜 자꾸만 나를 잊어버려?
아니야 널 잊어버린게 아니야 너가 내 기억보다 커졌을 뿐이야
그럼 너는
쓸모없는 행복이라며 웃음을 참지 못해
아마도 라는 말이 자존심과 관련 돼 있는 것을 아냐며
나는 이를테면 네가 좋아하는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굴고 싶어서
자꾸 질문했어
[해피]
초점 없는 눈은 언제나 허공을 응시한다.
곰팡이가 쓸은 벽지를 보는걸까, 길게 늘어진 거미줄을 보는 걸까.
알 수 없다.
그 녀석의 눈동자는 언제나 탁한 우주처럼 속을 알 수 없고 또한 그 깊이마저도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두려운거라면 차라리 조금 더 나을것이라고 나는 늘 생각했다.
뼈마디가 튀어나온 손가락은 차가운 방바닥을 두들기고,
또 가끔은 하늘을 가리켰다.
나는 그가 그럴때면 묘한 불안감에 휩싸여 늘 어쩔줄을 몰랐다.
그가 영영 사라질 것만 같다.
그럼 난 그를 내 품안에 꼭 가두곤 그가 살아있음을 느껴야 했다.
그의 따뜻한 체온, 숨소리, 작지만 빠르게 뛰는 그의 심박까지.
늘어지듯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그의 얼굴이 젖어 있었다.
짙은 어둠이 등을 덮쳤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中]
그의 뜨거운 눈이 나를 질책했다. 결국 난 아무것도 되돌리지 못했다.
솔직해진 내 자신이 이제와서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이미 그는 떠나버리고 없다.
그가 항상 껴안았던 공허함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졌다.
어둠보다 짙게 뜬 지평선의 해는 이제 나로 인해 다시는 떠오르지 못 할 것이다.
그도 잘 알고 있을 것 이고 이젠 꿈 꿀수 없다.
그로 인해 나는 그에게 속죄 하지 못한다.
그는 길게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곤 우산을 다시 내게 바로 씌웠다. 갈게.
나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 했다.
어쩌면 내리는 비가 너를 위로할 수 있겠지.
아무래도 잘못 생각 한 것 같다.
우산은 정말 아무런 쓸모도 없던 것이었다.
나는 한방울의 비도 맞지 않으려 노력하며 집으로 향했다.
그가 내게 바로 씌워준 우산을 손에 꼭 쥐고. 나는 오늘도
[우산과 캔디 中]
정말 너무 힘들었던 한해여서,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이라도 남겨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말을 해야할지 그냥 아무것도 안떠오른다.
나는 지금 달리는 기차 안이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괴로워
나 내년엔 행복할 수 있겠지
거창한거 말고 꽃길만 걸으라는 유치하고 실속없는 말이라도 좋으니까
누가 나한테 말 좀 해줘
[2016.12.31]
습관처럼 목숨을 걸어도
걸어지지 않는데
밤을 하얗게 새우며 성냥개비를 있는대로 태워버리면
나도 불에 타버릴 것 같아
그 빠알간 불빛을 보면 숨이 막히고 어지러워
나는 이따금 너처럼 목숨을 걸지
너가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 했어
그래도 너는 죽지 못하니까
[불새의 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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