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에서 돌아오자
미루어둔 불행이 일제히 들이닥쳤다
벽장문 사이로 쏟아져내리는 잡동사니들처럼
예외적인 날들은 끝났다고
그것 보라고
이게 바로 도망칠 수 없는 네 몫의 삶이라고
누군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중략)
꿈에서 깨어난 듯 고통스러웠지만
고통을 음미할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신의 벽장 속에는
뜯지 않은 불행이 얼마나 더 남아 있는지
여행은 끝나고, 이제
쓰디쓴 풀과 거친 빵을 삼켜야 하는 시간
물을 긷고 또 길어야 하는 시간
구멍 뚫린 독에
끝없이 물을 길어 부어야 했던 다나이드처럼
여행은 끝나고 / 나희덕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그렇다고 제가 나폴레옹처럼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은 불가능들로 넘쳐나지요
오죽하면 제가 가능주의자라는 말을 만들어냈겠습니까
무엇도 가능하지 않은 듯한 이 시대에 말입니다
나의 시대, 나의 짐승이여,
이 산산조각난 꿈들을 어떻게 이어붙여야 하나요
부러진 척추를 끌고 어디까지 가야 하나요
어떤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한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가능주의자가 되려 합니다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
큰 빛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반딧불이처럼 깜박이며
우리가 닿지 못한 빛과 어둠에 대해
그 어긋남에 대해
말라가는 잉크로나마 써나가려 합니다
나의 시대, 나의 짐승이여,
이 이빨과 발톱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찢긴 살과 혈관 속에 남아 있는
이 핏기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무언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떤 어둠에 기대어 가능한 일일까요
어떤 어둠의 빛에 눈멀어야 가능한 일일까요
세상에, 가능주의자라니, 대체 얼마나 가당찮은 꿈인가요
가능주의자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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