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칠월, 허연
나는 당신에게서 여름을 배웠는데
겨울이었다
가을이나 봄은 이미
몰락한 왕조처럼 지루했다
/신혜정, 우리는 우리의 몰락앞에 유적이라 이름 붙이고
누군가 학교에 불이 났다고 외칠 땐 벤치에 앉아 손을 잡고 있었다
운명이 정말 예뻐서 서로의 벚꽃을 떨어뜨린다
저물어가는 여름밤이자 안녕이었다, 울지 않을 것이다
/ 최백규, 니가 울어서 꽃은 진다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 유지원, 첫사랑 여름,
앞날을 약속하면 앞날과 약속 둘 중 하나는 잃어버리게 될거야
/김정진, 가열
그러나 당신이 오시면, 나는 사랑의 칼을 가지고 긴 밤을 베어서 일천도막을 내겠습니다
당신이 계실 때에는 겨울밤이 짧더니, 당신 가신 뒤로는 여름 밤이 길어요
/여름밤이 길어요, 한용운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 오은, 계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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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기분 불쾌해지는 영화 알려주셈 레옹, 은교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