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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491 출처
이 글은 3년 전 (2022/10/23) 게시물이에요
방석위 겹벚꽃


흔적이 없다 하여 타살이 아니라 단정할 수 있는가 | 인스티즈






흔적이 없다 하여 타살이 아니라 단정할 수 있는가. 겉으로 이타적인 척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대개 말끔한 외양을 하고서 살해를 저지른다. 여기서 살해란 굳이 '직접 해치어 죽이는 행위'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남의 정신 파괴를 도모한다든지, 의도적으로 고립시킨다든지, 손 하나 까닥 않는 간접 폭력을 행사한다든지. 건조화되어가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살해가 일어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분명 시체는 있는데 범인을 찾기는 불가능 하다. 죽인 흔적 따위가 부재한 것이 그 까닭이다. 그렇다고 해서 타살이 아니라 할 수 있는가. 아직도 덜미가 잡히지 않은 살해자들이 지천에 널렸다. 한 인생을 궁지로 몰아넣은 주범들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직접 증거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수사는 확실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지만 그 반대로 결정적 요지를 놓치는 상황도 적지 않게 만들어낸다. 그에 범인 없는 외로운 주검은 후면으로 계속해서 밀려나게 된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인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어제, 오늘, 내일, 나는 흔적 없는 살해를 저질렀는가. 저지를 것인가. 혹은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가.

/기타, 어느 사회인의 일기, 작자 미상, 제목 없음







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진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이 언젠간 모두 널 울게 할 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 보다.
난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빨간 꼬리가 예쁜 플라망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오는 날 무작정 날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분홍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 샌들을 사랑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갈색 긴 머리 인형을 사랑했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 했을 때,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 때마다 난 울어야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베리베리다이스키, 신지상&지오







사람들은 기회가 있으면 놀라울 정도로 솔직한 표현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려 한다.예를 들면 "나는 바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직하고 개방적인 사람입니다."라든가 "나는 쉽게 상처받기 때문에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또는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와 같은 말들을 입에 담는다. 하지만 나는 '상처받기 쉽다'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쓸데없이 깊은 상처를 입히는 경우를 몇 번이나 보았다. '정직하고 개방적인' 사람이 자신도 깨닫지 못한 채 그럴듯한 변명과 거짓말을 늘어놓는 경우를 보았다.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속이 빤히 보이는 아첨에 너무나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경우를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로 자기 자신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일까?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스테판 에셀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5.20 전남 매일 신문기자 일동







미안해, 난 너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어 지하철 안에서 가슴이 뜨겁긴 했지만, 우리도 한번 이겨봐야 되지 않겠냐고 비분하기도 했지만 마감뉴스가 끝나고 자리에 누워도 대학 본관 앞 흑백 사진 속에 너는 아무래도 너무 어려 잘 가. 그대의 손이, 얼굴이, 가슴이, 두 팔과 다리가, 아무것도 끌어안지 않고 아무것도 체념하지 않도록, 인간의 삶과 인간의 죽음을 체념하지 않도록 그대는 그곳에 있어 열아홉 살 그대가, 힘없는 그대가, 힘없는 그대의 우주가 꽃을 피우고 다시 또 어지러움 속에 사라져버릴 때까지. 그대가 온전히 흙이 될 때까지 난 또 뜬눈이야.

-편지, 허연







세월이 가면 모두들 잊혀지겠지. 그런 아이가 있었는지,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냈었는지…. 이 세상 다하는 그날 아이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태완인 그냥 잊혀진 아이가 되고 마는 걸까? 억울한 죽음만을 간직한 채.

- 태완이 어머님이 쓴 49일간의 병상 일기 중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모를 권태에 끝없이 잠겨드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그냥 멍하니 앉아 있다가, 멍하니 남들이 잡아끄는 데로 걸음을 옮기고, 남들이 뭐라 말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멍하니. 예전에는 그게 참 간혹 있던 일이었는데 요즘은 그게 아주 잦다. 밤이 되면 정사각형 모양의 천장을 응시하다 별안간 눈물을 흘렸다. 왜 우는지도 모르겠고 정말 그냥. 이유를 찾을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전에는 줄곧 이유를 찾으려, 그 이유를 소각하려 발버둥 쳐왔는데 그러니 모든 일이 이유처럼 느껴져 삶이 쓰더군.

나는 그냥, 울고 싶을 때 우는 걸로 족하다.







당신은 비를 사랑한다 말했지만 우산을 폈습니다.
당신은 햇살을 사랑한다 말했지만 그늘진 곳을 찾았습니다.
당신은 바람을 사랑한다 말했지만 창문을 닫았습니다.
이것이 내가 당신이 내게도 사랑한다고 말할까 두려운 이유입니다.

/셰익스피어







나를 견딜 수 있게 하는 것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

-비정성시, 김경주







늘 외면하고, 묻어버렸던 그 곳을
찬찬히 살피고 파헤쳐 볼 때면
나의 바닥이 너무나 처참해 눈물이 나다가도
이제는 무감각함이 세포를 짓누르니
가엾고 처연한 어린날의 내가 어지러울만큼
하찮아 보이게 되더라
그날의 내가 이런 나를 만들었는지
그런 나였기에 이런 내가 된 건지
시작을 찾을 수 없어
끝을 모르고 길을 모르네
어설픈 연주자의 소리는 매혹적이거나 우습거나
나의 소리는 내게 가장 가깝고 익숙하니
일렁이는 표면에 맺힌 내게 빠져든다
건드리고 감상하고 괴로워하고
내가 가장 두려운 건 나의 생각과 시선
나는 누구에게 얽매이는 걸까

-가끔 나조차도 익숙하지않은 곳을 들여다보는 날에는







"마커스,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뭔지 아나?" >
"아뇨."
"그 사람을 잃는 것이네."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조엘 디케르







여럿의 윤리적인 무관심으로 해서 정의가 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거야.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아우를 위하여, 황석영







왜들 그렇게 열심일까, 라고 생각했다. 삶은 싸구려 장난감보다도 더 쉽게 부서지는데. 어떻게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걸까, 궁금했다. 왜들 그렇게 앞으로 가려는 걸까, 생각했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저 앞 어딘가에 점을 찍고 그곳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이상했다. 어딘가를 가려고 하니까 길을 잃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목표 같은 걸 세우니까 힘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오래 같은 자리에 있어도 길을 잃나 보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그 물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계속 계속 가라앉으면서. 나를 잡고 있었던 건 누구였을까.

-청춘시대, 박연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며 오는 법은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 게 다 별일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노희경







죽은 사람의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
버티다가
울었던
완벽한 여름
어떤 기억력은 슬픈 것에만 작동한다
슬픔 같은 건 다 망가져버렸으면 좋겠다

-질의 응답, 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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