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오늘도 네 좌표를 알지 못해.
우리의 좌표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알지 못해.
네가 나빴는지, 내가 나빴는지, 우주가 나빴는지 알지 못해.
그렇게 말할 필요가 있었다.
재화는 정말 우주선에 있을 법한
작고 딱딱한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발끝이 시렸다.
잠결에, 엔진처럼 무언가
허밍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다.
/ 정세랑, 덧니가 보고 싶어

모래 속에서 시작해
빗속에서 시작해
눈보라를 안고 시작해
......
언니, 언니가 그렇게 썼잖아
나는 그걸 읽고 언니, 그것의 제목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기억나지 않아
언니 나는 단지 언니의 아름다운 시를 읽고
얼굴이 빨개졌을 뿐인데
왜냐하면 어떤 것은 꼭 내 꿈속에서 일어난 일 같고
어떤 문장은 내가 잊기 위해 평생 애쓴 계절 같아
나는 가끔 언니가 너무 밉고 너무 좋고
언니의 시가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나를 벗어버릴 것 같고
영원히 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언니
/ 백은선, 도움 받는 기분

두 사람은 선득한 돌계단에 앉아,
이어폰을 한짝씩 나눠 꽂은 채 머리를 맞댔다.
그러곤 은지의 시디플레이어로
모과이의 를 들었다.
날이 맑아 하늘에는 총총 별이 있고,
여름 미풍에 가슴이 널을 뛰는 게,
아무나 사랑해버리고 싶던 밤.
서윤은 어둡고 텅 빈 원형 극장 가장 자리에 앉아,
'섬머'의 전자 기타 음에 빠져 흥분한 채 말했다.
"있잖아, 머리 위로 우주가 쏟아지는 거 같아."
/ 김애란, 비행운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 안도현, 양철지붕

너무 추상적인 여름의 시들
열정적으로 소모되는 단어들의 기형적 떼죽음
사랑하다 죽어버릴 두 운명은 서로의 이름 위에
작대기 몇 개 더 그어서 나오는 숫자를 맹신하고
정점은 너무 좁아서 함께 서려면
누군가가 등을 내어줘야 된다고 믿는다
/ 막강, 비정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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