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마스크 쓰기로 얼굴 만지기에 어느 때보다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이 행동이 사람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뿌리깊은 소통 방식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은 얼굴, 그 중에서도 코 부위를 자주 만진다. 강의를 듣거나 회의를 하며, 또는 악수 직후나 홀로 있으면서도 시간당 평균 20번은 얼굴을 만진다.
오퍼 펄 등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 신경생물학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 20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사람의 얼굴 만지기가 자신의 냄새를 맡기 위한 행동”이라며 “사람의 얼굴 만지기는 냄새 소통의 하나”라는 가설을 내놨다.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를 인용해 개, 고양이, 쥐 등 포유류에서 자신의 몸과 분비물을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 행동은 널리 퍼져 있다고 밝혔다. 유인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20분 동안 얼굴을 만진 횟수는 고릴라 20회, 침팬지 24회, 오랑우탄 12회 등으로 나타났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다른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남성 74% 사타구니 만진 손 냄새 맡아
응답자의 94%는 자신과 애인, 자녀 등 가까운 이들의 냄새를 맡는다고 했지만 61%는 낯선 이의 냄새도 맡는다고 답했다. 남성과 여성은 비슷한 비율로 애인의 냄새를 맡고 있었지만, 여성은 특히 자녀의 냄새를 맡는 비율이 높았다.
겨드랑이를 만진 손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는 비율도 56%나 됐다. 사타구니를 만진 손을 냄새 맡는다는 응답자는 남성의 74%, 여성의 56%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대놓고 하지만, 어른들은 지저분하다고 비난받을까 봐 몰래 하는 행동이다.
손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냄새를 맡는 수단이기도 하다. 악수는 대표적인 예이다. 연구자들은 “악수를 할 때 손으로 미량의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함께 전달된다”며 “악수를 한 뒤 손으로 코 부위를 만지는 횟수가 현저히 늘어난다”고 밝혔다.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9417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