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의 소녀상' 작품으로 세상에 알려진 김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중력을 거스르고'란 제목의 조소 작품 3점을 한 묶음으로 전시했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노무현 대통령 사상이 씨앗이 돼 만유인력을 거스르고 온 세상에 새싹으로 돋아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아이가 세 작품 가운데 하나를 깨면서 이런 작가의 시도가 사라질 위기에 내몰리는 듯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이 작품은 꿈을 가지고 생장하는 씨앗이며 바로 우리 아이들"이라면서 "작품을 깬 아이를 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변상·보상도 생각 안 하셨으면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이번 전시를 주관한 서울 혜화아트센터 한은정 관장에게 보냈다.

김 작가는 와 통화에서 "그 아이가 일부러 작품을 깼겠느냐. 실수를 한 것일 것"이라면서 "이번 전시회 주제처럼 '사람 사는 세상'은 아이가 실수를 인정하면 이해해주고, 아이가 상처를 안 받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대신 김 작가는 지난 21일 밤샘 작업을 통해 열다섯 조각이 난 작품을 이어 붙였다. 그런 뒤 22일 오후 작품을 깬 아이를 직접 만나 "깨진 것은 다시 붙였다. 이젠 괜찮다"라고 안심시켰다.
그랬더니 이 아이는 "제가 주황색을 정말 좋아해요. 브라키오사우루스(공룡의 일종)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고 한다.
이 아이 어머니는 23일 와 만나 "작품을 깬 날엔 아들이 미술관을 나오자마자 10분간 오열했다"면서 "그랬던 아들이 복원된 작품을 보더니 밝게 웃었다. 어른에 대한 믿음을 더욱 굳게 갖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해당 조소 작품에 대해 "아이의 상처를 보듬는 게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다. 아이와 함께 나눈 소중한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잘 보관하면서 앞으로도 이 작품을 다른 전시회에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듣고 있던 아이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다가, 곧 밝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