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1. 기간제 담임 첫날 1교시,학생에게 국어책을 가져오라고 했지만 선생님을 노려보기만 하는 학생이 있었음.
2. 다른 학생들이 "선생님, 쟤는 원래 그래요" 라며 자신들이 당한 일을 앞다투어 말하기 시작. 알고보니 그 학생은 학교폭력을 저지르고 이전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전력이 있는 학생이었음.
3. 1교시 쉬는시간에 "자신이 이전 담임 선생님을 괴롭히고 고소하며 못살게 군 사실이 수업 도중에 나왔다는 게 기분이 나빠서" 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
4. 교장, 교감은 잘못한 게 없으면 무혐의가 나올 테니 사건에서 손 떼자며 기간제 계약 해지
5. 갓 임용합격한 기간제 교사는 한 시간만에 아동학대 교사로 경찰조사를 받아야 했음.
(전문)
서이초등학교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선생님, 왜 돌아가셨습니까?
이렇게 어린 선생님께서 왜 돌아가셔야 했습니까?
어린 날 수없이 꿈꿨던 교사로서의 행복한 순간들을 펼치지 못하고, 그것을 펼쳐야 할 작은 공간에서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제서야 뉴스를 보고 접한 선생님의 소식에 하루 종일 눈물을 흘렸습니다.
선생님을 생전에 뵌 것도 아니고 알지도 못하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선생님을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비겁하고 용기 없는 제가 선생님께서 잡으실 손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25살 초등 교사입니디. 선생님과 나이가 같습니다.
저는 23살에 아동학대로 조사받은 초등 교사입니다.
제가 겪었던 2021년의 그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임용에 합격을 하고 발령을 기다리며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간제 교사는 a 학교에서 하다가 계약기간이 끝나갈 때쯤이었습니다.교감선생님께서 제게 b 학교에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때 그 자리를 응했으면 안 됐습니다.
b 학교 교감선생님이 저를 처음 봤을 때의 흔들리는 눈빛을 잊지 못합니다.
그때의 저는 너무 어려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저를 처음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애들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애들이 이전 담임 선생님을 많이 좋아해서 선생님께서 조금 힘드실 수 있어요"
분명히 기억납니다. '조금 힘드실 수 있어요'를 말하며 흔들리는 그 눈빛
3년 동안 한 번도 잊은 적 없습니다.
이제 와 꿈에 부풀어 교사가 되었던 저는 애들에게 많이 사랑을 주어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 교감선생님이 지어낸 순 거짓말이었습니다.
그 반은 폭행, 갈취, 협박 등 다수의 학교폭력을 저지른 한 학생이 담임선생님을 학교폭력 조장으로 고소한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그 반에 기간제 교사로 또 담임으로 들어가겠다고 한 것입니다.
바보 취급을 당했습니다.어리다는 이유로 아무도 들어가기 싫어했던 그 반을 저에게 유유히 처리했습니다.
그런 자리인 줄 알았으면 정식 발령받아서 어쩔 수 없게 맡은 것도 아니고
기간제 교사인 제가 그 자리에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웃긴 건 이 사실을 제가 그 학생에게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뒤 알았다는 겁니다.
첫날 첫 교시, 국어시간이었습니다.
국어 책을 가져오라 했지만 그 학생은 국어책을 가져오라는 저의 말을 가뿐히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무섭게 노려보기만 했습니다.
'도대체 얘가 왜 이러지?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 학생에게 국어책을 가져오라고 다시 지시를 했습니다.
그래도 전혀 미동도 없고 저를 노려보기만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애들의 입에서 "쟤는 원래 저래요. 선생님."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반의 이곳저곳에서 자신이 그 학생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일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전 담임선생님께 한 짓들도 다른 애들이 얘기했습니다.
겨우 애들을 진정시키고 1교시 국어 수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2교시가 시작할 때,
교감 선생님이 교실로 올라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불러내더니 그 문제 학생의 부모가 1교시 쉬는 시간에 저를 아동학대로 경찰 신고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학교에 간 지 한 시간 만에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교에 부임한지 한 시간 만에 제가 아동학대범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그 학생을 때렸나요? 감금했나요? 인간 취급을 하지 않았나요?굶겼나요?
아니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교실에서 다수가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학교폭력 사실을 다시 얘기되고, 새로운 담임이 오자마자 오자마자 학생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 기분 나빴나 봅니다.
자신이 담임 선생님을 괴롭히고 고소하며 못살게 군 사실이 수업 도중에 나왔다는 게 기분이 나빠서 저를 아동학대로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교감선생님이 2교시 시작하려고 할 때 저를 교실에서 불러내고 교무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저는 심장이 두근거려 터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교무실 복도로 내려가니 이미 그 학생의 부모가 와서 학교를 헤집어놓고 있었습니다.
그 학생의 엄마는 교무실 앞 복도에서 나오지도 않는 울음을 억지로 짜내며
매우 큰 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그 학생의 아빠는 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협박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사과하면 제가 봐드릴게요."
그 어이가 없는 말이 제 말문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왔습니다. 제 인적 사항을 물어보고 학교에서 조사를 했습니다.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조사를 당했습니다.
조사가 끝나 후 교감 선생님이 저에게 기간제 교사 계약을 해지해야겠다고 했습니다.
조사가 끝난 후 교장 선생님은 제가 있는 자리에서 이제 학교는 제 사건에서 발 빼자고 했습니다.
어차피 제가 잘못 안 했으면 무혐의 나올 것 아니냐,
그 학부모가 법을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이다.이라면서요
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고, 살아있는 제가 증인이고, 그 비겁한 사람들이 뭐라 변명하든 하늘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저를 죽였습니다.
선생님, 압니다.
선생님께서는 살면서 작은 범법행위 하나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선생님, 길에 침도 안 뱉는, 작은 쓰레기 하나 안 버리는 저희가 범죄자가 됩니다
난생처음 간 경찰청 조사실.
동행했던 저희 어머니는 혹여나 문제가 생길까 싶어 경찰들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잘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3개월간 아동보호 전문기관, 경찰청, 검찰청까지 가서
최종 혐의 없음을 받기까지 기간은 매 순간 지옥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저는 이 사건을 묻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말하지 않았습니다.
소문이 나면 제 교직생활이 지저분해질까봐 비겁한 저는 숨었습니다.
그리고 재작년, 제 대학 선배가 학부모의 무고성 아동학대 주장과 교장 교감의 아동학대 신고로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자택에서 돌아가셔서 산재 처리조차 못 받았습니다.
그리고도 많은 일이 있고 난 후 지금,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불합리한 일을 겪었을 때 제가 언론화했다면, 적극 대응했다면 선생님께서 도움이 필요하실 때 잡으실 손이 더 많지 않았을까요.
제가 선생님을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비겁한 저는,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을 보자마자 그 일을 덮었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을 선생님들과 이미 겪으신 선생님들의 아픔을 모르는 척 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봤을 때,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와 같은 23살, 학부모의 같은 민원, 같은 관리자들의 보신주의적 행태가 선생님을 많은 날 괴롭히고 옥죄었을 것을 생각하니 분노의 눈물이 차오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선생님께 마음을 전달드리러 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더 이상 숨지 않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게 억울하지 않도록, 그곳에서라도 편히 눈감으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일선 교사를 경력 적은 순으로 방패로 삼는 교육계의 패악질을 수면 위로 드러내겠습니다.
교사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아동학대(정서적학대)가 수많은 교사들을 어떻게 고통 받게 했는지 드러내고 악용되는 이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제가 겪은 일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나 하나 몸 건사한다고, 내 자리 지킨다고 숨어있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꿈을 펼치실 공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 공간에서 돌아가신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으셨을 겁니다.
선생님, 생각이 날 때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하늘에서는 부디 아프지 마시고, 다치지 마시고, 온화한 평안을 되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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