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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 토비오ll조회 8380l 8
이 글은 1년 전 (2023/8/15)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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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회피형들에게 도움이 되길 | 인스티즈




회피형아 안녕. 네가 생각보다 많이 안타까워서 몇 자 적어본다.

이번 연도에 나는 처음으로 인간이 관계할 때 애착하는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인터넷에 떠도는 회피형 애착 특징을 보다가 완전 내 이야기잖아 하면서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 실제 내 연애가 왜 자꾸 갑자기 절단이 돼버리는지, 난 극단적으로 이별을 통보하고 모 아니면 도라고 맞출 생각이라는 개념은 없고 어차피 언젠간 헤어지니까 지금 헤어져야지라는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너무 좋다 싶으면 되려 싸늘하게 밀어내는지가 내가 금사빠 금사식이라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회피형 애착을 가졌더라. 사실 나는 이 부분을 알고 해방감을 느꼈어. 와 이게 내가 가진 고유의 성질이 아니구나라며. 나만 이러는 게 아니라고? 하며 광명을 봤다고나 할까.

안 그래도 나의 최근 연애는 내가 할 수 있는 회피형의 최대치를 찍은 것 같다. 이유는 아마 너무 사랑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아. 헤어지자 했다가, 뭐 다시 만나젰다가, 좀 다르게 해 본다고 뇌에 힘주고 꽉 참아보기도 하고, 뭐 광란 그 자체였던 것 같아. 그래서 이런 상황을 만든 내가 너무 싫었다. 그 게 속상해서, 미안해서 또 다시 이별을 고하고, 다시 잡기를 무한 반복했더니 결국 관계가 너덜너덜해져서 종료됐어. 다른 요인들도 많았지만, 크게 봤을 때 내가 이런 마음과 반대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상대가 많이 당황했고 그로 인해 다른 의도로 만나는 것은 아닌지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가설을 세우고 오해하더라. 살아온 대로라면 몇 번의 갈등 상황에서 당연하게도 관계를 종료하고 끝냈을 텐데 이런 게 사랑의 힘이라고 오래도 버텼다. 결과적으로는 회피형의 가해가 좀 더 오래 지속된 거지. 상대는 나한테 믿음, 사랑, 보호, 안정감 같은 플러스 요인들만 줬는데,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밀어내고 할퀴고 생채기내기만 바빳던 것 같아. 나 혼자 이러고 있을 때, 상대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글을 쓰면서도 경건해진다.

나(회피형)를 대표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연인의 자는 얼굴 빤히 보고 있는데, 너무 사랑한다 싶으니까 깨워서 헤어지자고 하고 싶더라? 이 사람은 왜 내가 만들어놓은 높은 성에 자꾸 들어오려 하는 거지? 여기 깊숙이 들어왔는데 갑자기 없어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는 너무 못 견딜 테니 지금 헤어지자고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때 정말 꾹 참았지만, 회피형 인간의 연애의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었던 것 같아.

이제와 돌이켜 보니 소개팅을 몇 번 했을 때도 나는 조금만 연락 텀이 길거나 내가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싶으면 다 차단해버린 적이 많았다. 그래서 어이없어했던 상대가 참 많았던 것 같아. 이런 내가 길게 연애한 몇몇 연애는 돌이켜보면 상대가 엄청난 안정형이거나 나를 엄청나게 사랑했을 경우에는 좀 오래갔던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항상 그런 상대가 또 나타날 거야 라는 망상을 가지고 살아가지. 그동안의 애착관계를 반성해보면 친구관계 또한 비슷하게 했다. 나의 이런 행동에 위안이 되는 손절이라는 단어로 무참히 나는 관계를 종료시켜버렸다. 이런 행동은 영락없이 그 들에게는 상처일 텐데, 나에게는 그들도 상처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나의 방어만 생각하는 매우 유아적인 발상을 해왔던 거지. 그리고 온갖 말도 안 되는 뒷담화를 뚜드려 맞았지.

회피형들아 너네가 밀어내는데 상대는 왜 계속 옆에 있어야 해? 애초에 좋아하니까 밀어낸다는 것이 문장 자체가 모순이잖아. 하지만.. 그게 나여서.. 알아. 내가 이렇게 해도 옆에 있을 거야? 라며 사랑 확인하는 거. 과거에 너네가 인간한테 데어서 그런 확인하는 회로가 생겨버린 거 알아. 근데 너네한테 상처 준 사람한테 가서 너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 그러면 내가 그랬어? 나 몰랐어. 나 그럴 의도 아니었어 라고 미안해 라고 말하고 끝일걸?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 다 그런 식이야. 사실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손해인 구조라고. 근데 그런 사람 때문에 새로운 기회, 새로운 사람을 포기하는 것이 정말 괜찮아? 아프고 힘들었던 거 알아. 그 상황들은 어렸기 때문에, 혹은 그때 무지했기 때문에 몰라서 너무 아프고 속상했을 수 있지. 내가 그 아픔의 크기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지.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것이 왜 하필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를 생각하며 연민 충분히 할 수 있지. 내가 너무 불쌍해하며. 근데 그 연민을 계속 붙잡고 있다 보니 현실 회피하기에,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합리화하기에 너무 적합한 핑계가 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 않아? 새로운 관계에 과거의 그 관계를 동일하게 적용시키며 밀어내고 하는 게,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아서 반사적으로 하는 거 알겠는데. 너한테 정성 들이고 믿음 주고 아껴준 그 새로운 좋은 사람은 무슨 죄야? 그 사람들은 이루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허탈하데. 너네한테 사랑 주는 사람들이 다 하나같이 하는 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데.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회피해서 누구나 비난할 수 있는 우스운 사람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사랑이 다가온지도 모르고 그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는 게 그게 너무 안타까워.

너네가 생각하는 내 인생은 그런 일이 있었으니 특별하고, 그래서 이렇게 생겨먹었고, 고칠 수 없고 관계 안 해도 돼라는 말이 정말 진심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봐. 나도 그렇게 말하며 쿨한 척하곤 했는데, 건강한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희로애락을 피하고 사는 게, 그러다 모두에게 선 긋고 덤덤해지고, 그게 익숙해진다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영역 하나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래야 수치스럽지 않고 자존심 지킬 수 있으니까. 그래야 '상처 받아서 스스로 보호하는 차가운 나'에 대해 비난받는 것에서 오는 이중 상처를 안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독립적 이여진 거 아는데. 너네 처음부터 독립적이었어? 사람은 적절하게 의존도 해야 진정한 독립이라고 하더라. 그러니 함부로 독립적이라는 말도 쓰지 말고.

하나 의지가 없고 그게 편하고 그게 난데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확고하다면 깊은 관계 속에 들어가지 말자. 어차피 망하니까. 부디 본인이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알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해하지 말자. 믿고 거르는 회피형이라는 말이 괜히 생겼겠어. 너네 의도는 그렇지 않더래도 그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깊어지지 않게 선 만들어놓고 좋은 사람인 척하고 다니는 거 딱 거기까지 하자. 그래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는 말이 즐비하지만, 나는 사람이 어떤 충격에 의해 동기가 생기고, 의지를 가지고 다른 프레임을 바탕으로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바뀐다고 생각해. 충분히 안정형이 될 수 있어. 안정형도 때에 따라 불안 회피가 되고 하니 너무 자책하지 말자. 사소한 거부터 직면해보면 돼. 싸우면 바로 답장하는 거. 서운한 점 있으면 말 안 하고 삐지지 말고, 나는 네가 이런 상황에서 이래서 이런 기분이 들었어하고 바로 말하면 돼. 하다 보면 재밌어 뭔가 뻥 뚫린 기분이야. 너네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 팽팽 돌아다니는 거 다 알아. 그 순간 도망가지 말자. 갈등이라는 것도 인생의 일부인데 왜 인생을 피해. 갈등이 너네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그 갈등을 푸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다면 풀고, 나와 다른 상대를 이해하고 그 단계를 거치면 훨씬 더 돈독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믿자. 나도 얼마전에 내 상황과 생각을 종이에다 쓰고 천천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러고 나니 상대도 나도 이 이상 예뻐 보일 수가 없더라.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을 사랑한다, 그리고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앞에 있는 이 사람을 믿고.

이제야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 나는 여태 자기 연민에 빠져 타인을 바라보지 못했음을.. 그들도 나처럼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작고 어린아이였다는 것을.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 사랑을 줄 수 있는 여유, 흔들리지 않는 안정은 스스로를 사랑할 때야 비로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거기서 오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음을.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의 시가 생각난다. 이 아저씨도 삶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떠신지 묻고 싶네.



PS. 그리고 회피형=잠수라는 공식이 있던데, 잠수는 회피가 아니라 인성 문제임.




추천  8


 
나의 모든 이들에게,  슬퍼해도 돼 다 지나갈 거니까
무언가 너무 좋아하게 되면 반드시 잃게 될 거란 두려움에 어느 정도 자신을 내어줘야만 한다
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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