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상주 완장 차고, 영정 들어도..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
[경향신문] ‘평등한 장례문화 어떤가’ 언니 장례식 때 상주 복장 작가 이랑이 던진 화두“형부 있었지만 내가 자청 가족들 지지…행복했었다” “여자는 상주 못한다기에 ‘저 여자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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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상주 못한다기에 ‘저 여자 아닙니다’ 했더니 양복과 완장을 주더라고요.”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도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이랑(35)은 지난 10일 세 살 터울의 언니를 떠나보냈다. 급작스레 찾아온 이별 앞에서 그는 애도의 방식을 고민했다. 마지막 가는 길은 언니와 어울리는 것들로 채우고 싶었다. 키우던 강아지를 등에 업은 채 언니가 활짝 웃는 사진을 영정으로 놓았다. 생전에 좋아했던 귀걸이, 공주님 왕관과 요술봉, 금색 술이 달린 공연 의상으로 제단을 채웠다. 음악을 틀고 춤도 췄다.
상주는 언니의 ‘자랑’인 이랑이 직접 맡았다. 상조회사 직원에게 완장을 달라고 하자 ‘예상했던’ 반응이 나왔다. “여자는 상주 못해요.” 이랑은 “저 여자 아닌데요”라는 말로 응수했다. 바지 상복을 입고 오른쪽 팔에 삼베 완장을 찼다. “형부도 있었지만 우리 언니 장례식이니까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빨리 장례를 진행해야 하니까,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면서 저 아들이라고 얘기한 거죠. 생각보다 쉽게 (완장을) 주더라고요.”
장례문화에는 여전히 가부장제 문화가 강하게 스며 있다. 큰딸 대신 작은아들이 상주를 서는 게 관례이고, 아들이 없을 때는 사위가 대신한다. 여성은 옳고 그름을 따질 여유가 없다. 대부분의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장례는 경황없이 치러진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50대 1312명을 대상으로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한국 장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및 성평등한 장례문화 모색’ 이슈페이퍼) 상주의 역할, 영정과 위패 들기, 의사결정 권한 등을 남성이 맡고 있다는 응답이 약 9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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