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최순실씨 쪽에 80억원을 지원하면서, 이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그룹 지배 구도를 계획하는 미래전략실에 사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이 그룹 수뇌부 차원의 결정을 통해 최씨에게 거액을 건넨 것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삼성은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전자가 승마 지원을 위해 건넨 돈이라고 해명해 왔다.
3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9~10월 최씨 쪽에 280만유로(37억원)와 319만유로(43억원)를 지원했는데,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이 사실을 장충기 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에 미리 보고했다. 최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전자 차원에서 단독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그룹 최상층부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을 보좌하며 후계 구도 등 그룹 차원의 핵심 사안을 결정하는 사령탑 역할을 한다. 검찰도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장충기 사장의 윗선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에게까지 보고가 됐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그동안 최씨 쪽에 대한 80억원 상당의 지원이 최씨 등의 압박에 의한 것(37억원)이거나,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전자가 최씨의 딸 정유라씨 등 승마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43억원)이라고 해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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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지난해부터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최순실씨에게 80억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16억원을 지원하는 등 재단과 최씨 일가에 총 300억원의 돈을 썼다. 특히 최씨에게 건넨 80억원 중 37억원은 지난해 9월 최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직접 송금됐고, 43억원은 삼성전자 독일 계좌로 보내 말을 구입해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에게 타도록 했다.
최현준 서영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