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리듬은 낮엔 활동할 수 있게 신체가 깨어나고 밤에는 안정적인 상태로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일종의 시계다. 낮·밤에 따라 각각 활동·휴식을 돕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자율 신경계가 변환한다. 정상적인 생체리듬이라면 밤 10시부터 체온·심박수·혈압·기분, 소변생성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해 다음날 오전 2시에 최저점을 찍는다. 그 이후 신체를 깨우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해 오전 6시에 가장 많이 나온다. 감정조절·행복함과 관련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세로토닌은 낮에 주로 분비된다.
밤에 스마트폰·태블릿 PC를 사용해 빛에 노출되면 신체는 여전히 낮인 줄 착각한다. 낮과 밤의 호르몬 분비가 뒤죽박죽돼 감정 조절이 잘 안되고 다음날 피로감·우울감을 부른다. 이헌정 교수는 "스마트폰은 눈 바로 앞에서 인공 빛을 내뿜기 때문에 뇌에 강한 자극을 준다"며 "멀리서 TV를 보는 것보다 더 강력하게 생체리듬을 교란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빛 공해가 청소년에게 더 해롭다는 경고가 나왔다. 청소년이 밤에 노출되는 인공 빛에 더 예민하기 때문이다. 정영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야간 스마트폰 사용이 3시간 이상인 청소년은 수면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도파민이 과하게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충동적이 되고 중독에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근에는 청소년의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미치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아졌다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두 달 전 일본에서 발표된 연구를 예로 들었다. 스마트폰을 30분 사용한 남학생 그룹과 1시간 40분을 한 그룹을 비교했더니 더 오래 사용한 그룹에서 아침에 자율신경계가 더 흥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심박수가 높아지고 혈압이 올라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몸이 긴장하게 된다.
인공 빛의 생체리듬 교란을 줄이려면 낮에 햇빛을 많이 쬐는 게 좋다. 이헌정 교수는 "빛 공해가 문제되는 건 낮에 너무 적은 빛에 노출되는 반면 밤에 많은 양의 빛을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움에 참석한 제이미 자이저 미국 스탠포드의대 교수는 "낮에 강한 빛을 쬐면 밤에 인공 빛에 어느 정도 노출돼도 영향을 덜 받는다. 자연광이 인공 빛보다 훨씬 세기 때문에 신체가 덜 민감해진다"고 말했다. 낮에는 구름이 끼어있어도 빛의 밝기가 약 1만 룩스에 달한다. 일반적인 실내조명(250~300룩스)보다 훨씬 강하다.
낮에 햇빛을 보기 어려우면 실내에서 조명을 밝게 하는 것이 좋다. 사답 라만(ShadabRahman)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는 "블루라이트(청색광)는 낮에 우리가 깨어있도록 신체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