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5살이었다.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서 일을 시작한 거다.
그 당시에 관해 말하자면 이것만큼 더한 진실은 없다.
외모가 귀여웠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 그럴듯한 보수가 주어졌다.
그 나이에 꿈이나 뜻이 있었다고 말하는 건 조금….
차라리 나는 경찰, 소방관 같은 직업을 동경하는 평범한 애였다.
그래서 내 인생의 절반은 실은 이 직업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질문들을 처리하는 데 쓰였다.
(특례입학 거부는)어중간하게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느니
둘 중에 확실히 좀더 나다운 것을 택하고 싶어서 배우의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고
(이른 군 입대는)현장이 무서운 한편 군인의 일에는 동경심이 있었기 때문에 군대에 일찍 갔다.
이제 10년 가까이 지나 하는 말이지만 군대 들어간 지 3일 만에 밖에 나가서 연기하고 싶었다.
관심도, 괴롭힘도 있었다.
내가 내 직업을 긍정하고 이왕이면 더 제대로 해보자고 스스로를 채근하게 된 건 다 그런 일들을 겪고 난 이후부터다.
한동안 여러 스포츠에 빠졌지만 다 접었다.
고양이 털 정리에서 시작한 일이 지금은 나를 집안일 전문가로 만들었다.
홍보가 시작되기 전 2주간 내리 혼자 집에만 있었는데 지루하지 않고 오직 안정과 행복을 느꼈다.
청소, 밥하기, 설거지, 분리수거. 수련처럼 그걸 반복하면 된다.
가끔 마음이 복잡할 땐 멀쩡한 것들을 이리저리 뜯어내 쓸고 닦고 청소한다.
아무래도 난 무언가 계속 닦아내는 게 좋다.
내가 가진 망설임이나 신중함, 확정 짓지 않은 채 펼쳐놓은 고민들이 인터뷰 지면의 활자로 옮겨졌을 땐
곧잘 그냥 이도 저도 아닌 사람처럼 비치기도 하더라.
그래서 한동안은 내 진짜 얘기를 하지 않기도 했다
하여간 지금의 나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