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
“야 이제 취업했다고 사원증 달고 있네? 어른이다?”
“어른 된 지 꽤 됐는데 누나…”
서울 온 김에 같이 점심이나 먹으러 상경한 태오를 불렀다.
왜 아직도 여시 눈에는 학교 끝나고 봐주던
중딩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여시님 지금 혼자 이상한 상상 하는거 아니죠?”
잘 곳이 없어서 호텔을 잡으려는데, 자기 집에서
하루만 자고 가면 될걸 뭐하러 돈 낭비하냐고 한다.
당황해서 멈칫하니 오히려 놀려대는 동생.
맞아, 어릴 땐 다같이 요 깔고 잔 사이인데 뭐.
“아이고, 오해 마세요.
누나랑 워낙 어릴 때부터 가족같은 사이라.”
그의 집에서 묵은걸 알게 되고 다음날 찾아온 여시의 애인.
능청스럽게 해명한답시고 얘기를 하는데,
어째 더 화를 돋구는 것 같아 가운데서 난처하다.
“…가족같은 사이지.”
화가 나서 가버린 애인 뒤에서 눈물 흘리는 여시에게
휴지로 닦아주며 위로해주는 태오.
“가족이든 뭐든 중요한가.”
택시를 잡고 떠나는 여시 뒤에서 배웅해주는 그.
그래. 아마 둘은 평생 가족처럼 지낼 것이다.
2. 박
“오늘은 누나가 밥 살게. 생일이잖아.”
“아, 됐어요. 선물로 줘.”
대학생 때 과외해주던 애가 언제 이렇게 컸나.
오랜만에 만나서 대뜸 본인 생일이 다음주라더니,
또 뻔뻔하게 선물로 달란다.
“그 선물 말인데 누나.
내 생일날 같이 저녁 먹어주기… 어때?”
어릴 때는 소심하고 수줍음 많았었는데, 취업하더니
능구렁이처럼 저녁 약속을 잡는 놈이 됐다.
“진짜 이거면 돼?”
“난 진짜 오늘이 최고의 선물이야.”
같이 저녁 먹고 나와서 정류장까지 걷는데,
계속 혼자 실실거리며 그가 웃는다. 그의 손이 꼼질거린다.
“난 근처에 애인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왜인지 강아지를 두고 가는 기분이라 자꾸
뒤돌아보게 되지만, 먼저 차를 타고 떠나는 여시.
가만히 서 있는 그의 표정은 이상하게 너무 슬프다.
“나 옛날부터 누나한테 할 말이 있었는데.
이제 해도 돼?”
그리고 며칠 후 여시의 집 앞에 찾아온 보검.
평소의 장난끼 가득한 얼굴은 찾아볼 수 없다.
3. 나
“더 손 볼 거 없어? 온 김에 하게.”
같은 동네에서 자취하는 동네 바보 동생같은 그.
뭔가 필요할 때 부르면 딱이라 애용중이다.
“씻는동안 라면 끓여놨어. 엄청 고맙지?”
“응. 진짜 고마워 죽겠네요.”
아직도 옛날 주먹만하던 꼬맹이로 대하게 되지만,
둿모습을 보니 어느새 키가 문짝만하다.
“…고마워. 와줘서.”
몇년동안 준비하던 경찰 시험에 붙었을 때,
그를 축하해주러 온 유일한 사람도 여시였다.
멋지게 성장한 그를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합격 후, 어딘가 달라진 그.
전과 달리 낯간지럽게 표현을 하지를 않나,
본인이 보호자라도 된 것처럼 굴지를 않나.
병원 가는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여시를 데리러 왔다.
“누나한테 떳떳한 사람이 될 때까지
얼마나 애타게 노력했는지 누나는 모르겠지.”
4. 이
누군가를 바꿔본 경험이 있는가?
대부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시는 있다.
생양아치였던 그가 유일하게 말 듣는 사람이 여시였고,
여시는 그를 인간으로 만들어놨다고 자부한다.
어느새 취업도 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1인분을 하지만,
이상하게 여전히 여시를 맹목적으로 졸졸 따른다.
누가 보면 진짜 갑을 관계라도 되는 양 말이다.
“…그 사람이 잘해줘?”
여시에게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무슨 실연 당한 사람처럼 힘 없이 축
처져 있는 준영을 보니 웃기고 귀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는 꽤 심각해보인다.
“울리면 죽여버립니다. 진짜로.”
여시 뒤에서 애인을 찾아갔다는 말을 듣고
헐레벌떡 이준영을 찾아간 여시.
담배는 옛날에 끊었다더니 또 뭐고,
남자친구네 집은 또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학창시절 이후 처음으로 언성 높여 화내는 여시에게
한껏 꼬리 내리고 겁 먹은듯한 그.
그런 그를 보니 뭔지 모를 감정만 생겨난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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