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어떻게든 나를 찾아줘."
"나 이거 목숨 걸고 보내는 거야 살아서 보자."
지난달 6일 A씨의 휴대폰으로 다급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날아왔다. 발신자는 캄보디아로 일을 하러 갔던 여자친구 이민정 씨(가명·여)였다. 구조 문자를 보낸 민정 씨는 '답장을 하면 안 된다'며 메시지를 곧바로 지웠다. A 씨는 얼른 화면을 캡처해 메시지를 저장했다.
민정 씨는 지난 7월 24일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향했다. 민정 씨는 뉴스1에 "디자인 일을 구하고 있었는데 간판이나 포스터, 명함 디자인을 단기로 하고 350만~400만 원을 준다는 고액 알바 공고를 보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일자리가 아닌 칼자루였다. 그를 차에 태운 현지 범죄조직 조직원들은 곧장 칼을 들이밀었다 민정 씨의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눈을 뜬 곳은 현지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건물이었다. 식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고 숙소는 폐허 같았다. 범행을 거절하면 물고문이 이어졌고, 쇠파이프와 전기 고문 기구도 일상처럼 등장했다. 민정 씨는 마약 운반에서 시작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져 강제로 전화를 걸어야 했다. 고문 중에 "살려 달라"고 말하면 더 심한 폭력이 돌아왔다.
그러던 중 민정 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범죄조직이 쓰던 텔레그램을 잠시 쓸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그는 재빨리 한국의 남자친구 A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곧바로 흔적을 지우며 '답을 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남겼다. 이제는 기적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메시지를 받은 A 씨는 곧장 민정 씨의 아버지에게 알렸다. 민정 씨의 아버지는 경찰과 외교부에 문을 두드렸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한다", "본인이 직접 신고해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막막한 순간, 아버지는 평소 명함을 받아두었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떠올렸다.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고, 곧바로 의원실이 움직였다. 의원실 김우성 비서관이 외교부와 국정원에 상황을 긴급히 알렸고, 민정 씨가 보내온 문자들은 곧 관계 기관 전체로 공유됐다.
전화가 걸려온 지 사흘 뒤,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현지 경찰이 한 건물을 급습했다. 문을 열자 안에 갇혀 있던 민정 씨와 함께 한국인 13명이 더 발견됐다. 모두 범죄조직에 납치돼 감금돼 있던 사람들이었다.
현지 경찰서에 옮겨진 민정 씨에게 한국인 영사가 다가와 "민정 씨가 신고를 해줘서 오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정 씨는 그제서야 안도의 눈물이 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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