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
사랑해
꽃도 열매도 없이 오래 살자
누구의 꽃도 되지 않으면서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무엇도 예감할 수 없는 이 심연 속에서 내가 네게 준 건 단지 그림자뿐이었을까. 그럴까. 너의 마음은 전부 가짜였을까. 내가 끝없이 속으로 물을 때.
목을 움켜쥔 손처럼. 눈물과 고백의 밤을 지나온 창백한 두 사람처럼. 서로를 동일시할 때마다 서로를 가장 멀리 밀치면서.
언니, 언니가 그렇게 썼잖아 나는 그걸 읽고 언니, 그것의 제목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기억나지 않아 언니 나는 단지 언니의 아름다운 시를 읽고 얼굴이 빨개졌을 뿐인데 왜냐하면 어떤 것은 꼭 내 꿈속에서 일어난 일 같고 어떤 문장은 내가 잊기 위해 평생 애쓴 계절 같아 나는 가끔 언니가 너무 밉고 너무 좋고 언니의 시가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나를 벗어버릴 것 같고 영원히 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언니
물결에 부서지는 빛
이상하게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처럼 아파
이렇게 말해도 될까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너만 가진 것 같다
나는 운명이라는 말을 오래 생각해왔어. 그런 게 있다면. 이 차가운 밤도 운명의 일부겠지. 안 그래? 초록 눈동자는 어둡고 축축한 동굴처럼 빛난다. 너를 알지도 못하는데, 사랑하게 될까 봐 겁나.
어쨌든 너는
갑자기 모든 게 끝났다는 듯 차가워질 수 있는 사람
나는 남아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
모두
백은선 도움받는 기분의 문장들
자신의 글들이 조각조각 유명해져도
누구의 글인지도 모른 채 소비되고
손에 잡히는 건 없어서 슬프다는 어떤 작가의 말을 봤었어
그러니 문장이 좋았다면 책도 꼭 읽어보길 바라
잔잔함 속에서 아름다움의 소용돌이를 느낄 수 있는
여성 시인의 시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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