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넓은 동토에 자리잡은 나라, 러시아.
예술과 탱크의 나라, 러시아.
그리고 정말 쎈 줄 알았는데 별 거 아니라는 임을 인증한 러시아.
러시아에 다녀와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러시아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라도,
러시아가 서방 세계를 극혐한다는 것은
대충 상식을 주워들은 사람이라면 다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러시아는 왜 서방세계를 졸라 싫어하게 된 것일까?

지금의 러시아를 만든, 러시아 최초의 황제(임페라토르)
표트르 1세.
사실 러시아는 이 시기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에 별 악감정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러시아는 더 이상 구질구질한 아시아의 야만적인 국가가 아니라
아름답게 빛나는 유럽 국가들처럼 바꾸기 위해 피나게 노력했던 나라였다.
그래서 표트르 1세는 유럽의 제도와 문화, 건축 기술, 군대를 가져다가
러시아에 이식시켜버린다.

그렇게 유럽으로 어찌저찌 낑긴 러시아는
당시 유럽의 산물 중 하나였던
사회주의를 수입해와서,
러시아의 사정에 맞게 레닌주의라는 이름으로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 혁명은, 러시아가 유럽을 아니꼽게 보는 첫번째 원인을 제공한다.

'당신, 자원병으로 입대하였나?'
사회주의 공화국이 될 수 없다고 하던 백군과
사회주의 공화국이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던 적군이
러시아 내전을 벌이게 되는데, 이 당시 유럽의 열강들은
'공산주의가 유럽에 퍼지는 것 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 아래
러시아 영토로 들어와 백군과 손을 잡고 적군을 포위하기 시작한다.

사실 백군을 도와주겠다는 것은 허울 좋은 소리였고,
실질적으로는 러시아를 당시 중국처럼 만들어서
본인들이 떼먹을 이익이 없는지 간을 보는 것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때 볼셰비키들은 한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유럽놈들 믿을 거 하나 없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낙지 SHAKE IT 들이 소련을 밀고 들어오자,
잠깐 유럽과 손을 잡고 낙지를 조지기는 하지만,
낙지의 수장인 미대생이 권총자살로 이세계 엔딩을 해버리자
미국과 영국은 언제든지 뒷통수 칠 계획을(언싱커블 계획),
그리고 소련은 '아쒸 마음만 먹으면 파리까지도 진군 삽가넝인데'라는
각자 뒷통수를 맛깔나게 후려칠 계획을 하지만
각자 입은 피해가 막심했기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 : 저 불렀어요?
? : 아니요
??? : 막심이라면서요.
? : 아니 그거 말고...
??? : 캯...

그래서 이 서방세계와 소련은 각자
'본인들 영토에서는 깔짝거리지 말고
우리 영토 바깥에서 살짝 힘겨루기 하는 정도로만 하자'
라는 암묵적인 합의 하에 냉전 시대를 열었다.
사실 이 정도여도 뭐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1991년, 러시아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모른 채 그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더 이상 없습니다.
발트 3국과 그루지야를 제외한 11개 주권국들은
독립국가연합을 만드는 데 동의했습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것이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졌다는 것은, 냉전에서 소련이 패배했다는 것이고,
이 사건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어마무시한 충격을 가져다주는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고 내전에 깊게 관여한 모양새를 보면서
러시아인들은 한가지 의문을 가진다.
"캯퉤 미국이 하면 정의고, 소련이 하면 적화냐?"
(본인의 개인적인 일화를 적어보자면, 러시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 유고내전을 '내로남불의 극치'로 언급하고는 한다.)

"전 세계의 인민들이 기다리고 있소!"
수십년간 교양사업(일종의 정훈교육 비스무리한 것)에 찌들어있던 러시아의 국민들은
소련의 확장주의적 행보나 소련 내의 모순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게 다 미국놈들이 돈을 해서 소련을 무너뜨린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됨.
여기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피는 사람이 등장하니,

그것이 바로 옐친.
러시아 역사에서 손꼽는 개 병S이자,
알콜중독자 SHAKE IT .
옐친은 대표적인 '민주주의자'이자,
동시에 '자유주의자'였는데,
옐친은 충격요법이랍시고 러시아를 순식간에 개작살을 내버린다.
옐친의 경제정책을 단적으로 요약하자면,
"공산주의 사회를 순식간에 자본주의 사회로 바꾸면, 보이지 않는 손이 러시아 경제를 살리겠지?"
그 결과는?

뭐긴 뭐겠어요 캯 개망이죠.
물가는 미친듯이 날뛰고,
러시아 정부가 찍어내는 루블은 그냥 똥 닦는 휴지가 되어버렸다.
러시아인들은 여기서 또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데,
"옐친이 러시아에 자유주의라는 독을 탔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자유주의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됨)
이런 과정에서, 러시아 국민들은
망가진 러시아의 위상을 살려줄 인물을 찾고 있었으니

"나다. 이 SHAKE IT 들아."
그게 누구겠나. 푸틴이지.
옐친의 후임으로 올라온 이 양반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강력한 러시아를 만들어주겠다"
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해준다.
KGB 출신에, 유능하고, 젊은 인재.
그리고 이 인재가 조국 러시아를 부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약속에 모든 것을 걸어준다.

어느 소련의 정치인이 그랬던가.
"매력이 있으면, 당신은 정치적으로 오래갈 수 있다."고.
푸틴은 계속 미국을 향해서 '너희들의 행동은 이중적이다'와 같은 논지를 펼치면서
러시아의 세력 확장은 정당한 것임을 계속 설파했다.
체첸도, 조지아도, 그렇게 접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러시아 국민들은,
"이 사람이 대통령이 더 될 수만 있다면,
나는 이 사람을 위해 민주주의도 내팽개칠 수 있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가 대통령이면 충분하다."
라는 충성심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다하는 것은,
결코 대통령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라는 자기최면에 빠진 러시아인들은
여전히 서방세계로부터 두들겨맞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정도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는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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