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튼 그래서, 반장한테 갔더니 , 살인이란다. 그것도 연쇄 살인. 벌써 열 명 가까이 죽었대.
출발시간까지는 아직 몇 분이 남아 있었다.
몇 분을 그렇게 있다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기에 외투를 벗어던지고 차창 밖 구경이라도 하고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였다.
잠시 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큰일날 뻔 했네요 선배님, 하마터면 진짜 놓칠 뻔 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안마방 적당히 가라고 했잖냐 자샤, 아직 젊은 새끼가 왜 그렇게 밝히는 거야?
아 안마방 간 거 아니예요! 옆에 사람도 있는데 좀 조용히 하주세요 선배님.
뭐 어때 자샤, 자고 있는 모양인데, 그러는 네 목소리가 더 크다. 애초에, 안마방 매니아가 안마방 간게 뭐 그리 이상한 일이야?
목소리의 주인들은 각각 청년과 중년의 남성으로,
진짜 안마방 간거 아니라니까요 글쎄, 잠시 친구랑 볼일 좀 보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인데, 갑자기 부르시고.
별 수 없잖아 자샤, 너랑 나 빼고 모두 딴데 묶인 몸인데 그럼.
강칠현이 그 새끼 어저께 잡아 쳐넣고 좀 쉬나 했더니만…, 그래, 무슨 일이라는데요?
몇 마디의 대화를 더 듣자, 두 사람이 형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예?!
젊은 목소리의 화들짝 놀라는 소리.
잠깐의 정적이 흐르는 사이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차가 출발했다.
열명 다 대구에서 죽었답니까? 아까 대구에서 강력계 일 맡는 애하고 전화했는데 그런 소린 않던데요.
아니, 인천이야. 원래 그쪽 애들이 맡고 있던 사건이었는데, 오늘 저녁에 유일한 용의자를 서울역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 서 있던 플랫폼 위치가 이 노선의 기차를 탄 것 같다는데.
근데 그건 대구쪽 애들이 알아서 할 문제지 왜 우리보고 가라 한답니까? 원래 우리 관할도 아니라면서요.
아직 대구쪽엔 연락이 안 간 모양이야.
아니, 대체 왜….
아직 언론에 까발려진 내용도 아니니까, 공치사를 다 저쪽에 넘기기엔 아직 이르다는 거지. 말하자면 얘기가 길어져.
내가 형사들이라면 지금 이 기차에 범인이 숨어 있을 지 않을까 하고 간단한 수색이라도 한번 고려해 봤으련만,
그럼 우리 둘만 수사 진행하는 겁니까?
형사라고는 해도 두 자리수의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을 단 두 명이서 맞닥뜨린다는 생각 때문일까,
걱정 마라 자샤, 두 명만으로 끝을 볼 것 같았으면 아무리 사람이 없기로서니 너 같은 반년짜리는 데려오지도 않았겠지. 묶인 일 끝나는 바로 더 오기로 했어. 아마 내일 점심 쯤이면 다들 서울에서 기차를 탈 거다. 우린 가서 사전준비만 먼저 하고 있으면 돼.
그런가요….
비웃을 만한 일은 절대 아니었지만,
근데 어떤 미이랍니까?
그게 말이지, 진짜 어이가 없더라니까. 너도 들어 보면 알겠지만… 이 얘기를 백 퍼센트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예?
종잇장 펄럭거리는 소리. 이어서 젊은 목소리의 탄성.
우와. 진짜 잘 생겼네요.
직업이 무려 배우란다. 영화를 찍기로 되어 있었는데, 영화 이전에 이미 연극이나 이런 쪽에선 이름난 유망주였대.
근데 그런 유망주께서 어쩌다 연쇄살인범이 된 겁니까? 뭐 사이코패스나 이런 건가요? 하긴, 사이코패스들이 원래 겉으로는 매력이 넘친다고 하더라구요.
아니, 그거랑은 좀 다른 것 같다던데 의사 말로는.
그러면서 굵은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초여름쯤엔가, 올 겨울에 촬영을 들어가기로 해 놓고 영화 배역이 정해졌다는거야.
젊은 목소리가 질렸다는 투로 길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곤 저마다 생각에 잠긴 듯, 두 사람의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
그래. 예를 들면,
하지만 씨앗이란 건 언제까지나 땅속에 파묻혀있지만은 않는 법이다.
뭐, 내가 이렇게 생각해 봐야 진실은 본인만이 아는 것이겠지.
기분 좋은 한숨을 작게 내쉬며 눈을 감았다.
야 자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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