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많은 분들이 저 하면 우유를 많이 떠올리시는 것 같더라고요."
드라마 '착한남자'를 마친 다음날 송중기는 말했다. 1년여 전만 해도 그랬다. '성균관대 훈남' 출신의 엄친아 스타, 남자 배우 최초로 뷰티 서적까지 낸 뷰티 아이콘이 바로 그다. '우윳빛깔 송중기'란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뽀얀 피부의 소유자인 덕에 실제 우유 모델로도 활약했다. 그러나 2012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송중기를 보며 '우유'를 가장 먼저 떠올릴 이는 없을 것 같다.
1985년생 대전 출신인 송중기는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했다. 전국체전에도 출전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시절 발목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뒀고, 부모님의 권유로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데뷔 전부터 성균관대 얼짱으로 인터넷 상에서 유명세를 탄 송중기는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했다. 뽀얀 얼굴의 막내 노탁으로 등장한 그는 조인성, 임주환, 노민우 등 미남 스타들 사이에서 작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돋보였다. 송중기는 유하 감독을 비롯해 조인성 등 여러 선배들로부터 진심어린 조언을 들었던 '쌍화점'을 지금도 자신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꼽는다.
스크린의 시작이 '쌍화점'이었다면 브라운관의 시작은 KBS 1TV '내사랑 금지옥엽'에 이어 등장한 MBC 드라마 '트리플'이었다. 그는 꽃미남 쇼트트랙 선수 지풍호 역을 맡았다. 비중으로 예닐곱번째 인물이었다. 심지어 과거 쇼트트랙 선수 경력이 아니었다면 캐스팅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만큼 겨우 출연진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30대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동년배 민효린과 러브라인을 그리며 선보인 상큼한 매력은 드라마의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의 눈에 들기 충분했다.
그 사이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2009)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대학생 조중필 역, 똑똑한 엄마 개와 호흡을 맞춘 '마음이2'(2009)의 동욱 역을 거쳐 출연한 2010년 SBS 드라마 '산부인과'와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안방극장 시청자들이 송중기란 이름 세 글자를 똑똑히 머리에 새기는 계기가 됐다.
이영은과 상큼한 러브라인을 이어가며 누나들의 마음을 흔든 '산부인과'의 안경우가 '우윳빛깔' 이미지의 연장선상이었다면 '성균관 스캔들'의 여림 구용하는 영특한 변주였다. 상큼한 미소년의 매력에 뻔뻔한 능청스러움을 더하고, 말 못할 상처와 속 깊은 성정까지 버무린 캐릭터를 매력 넘치게 그려낸 송중기는 단박에 가장 주목받는 20대 배우 중 하나로 성장했다.
송중기는 기세를 이어 2011년말 방송된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 젊은 이도를 맡았다. 절대 왕권을 휘두르는 아버지 아래에서 고뇌하는 젊은 왕 이도는 그때까지만 해도 차태현으로부터 "니가 심각한 걸 할 수 있겠냐"는 걱정을 들었던 송중기에게 일대의 도전이었다. 그러나 송중기는 캐릭터의 변화, 성장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배우로서 가진 다양한 얼굴을 드러냈다. 대선배 한석규와 이도 대 이도로 만나는 장면에서도 기에 눌리지 않는 모습으로 한 편의 사이코드라마 같은 명장면을 완성해냈다.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2011)가 별 반향이 없었지만 다시 때는 왔다. 2012년 하반기는 송중기를 위한 시간이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이 동시에 요동쳤다. 송중기는 첫 사랑 소녀를 지키는 순정의 '늑대소년'이자 사랑하는 이의 살인죄를 덮어쓰고 감옥까지 다녀왔다 배신을 경험하는 '착한남자'가 됐다. 송중기가 야성과 순수의 늑대 소년이 돼 박보영과 애틋한 로맨스를 그린 '늑대소년'은 멜로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어 오는 25일이면 600만을 돌파한다. 이 대로라면 700만, 800만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KBS 2TV 드라마 '착한 남자'는 방송 내내 동시간대 1위를 지키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여심은 격하게 반응 중이다. '기다려'에 멈칫하고 소녀의 손 앞에 냉큼 머리를 갖다대는 '늑대소년' 송중기가 "귀여워 못견디겠다"고 아우성을 치다가도, 배신과 음모로 얼룩진 강렬한 드라마에선 '착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나선 "이젠 남자 냄새가 난다"며 야단이다. 그가 가는 곳마다 여인들의 비명이 이어진다. 얼마 전 사인회를 하러 간 홍대는 인파로 마비되다시피 했다.
카메라를 향해 윙크하며 뽀뽀하듯 핑크빛 입술을 내밀어 매력발산을 하는 동시에, 얼굴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짐승의 냄새를 뿜을 수 있는 20대. 송중기는 이전의 배우군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스펙트럼의 배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웬만한 여인네 저리가라 할 미모와 비명 터지는 미소로 소녀의 지지를 받는 꽃미남인 동시에 중년 여인들의 귀여움까지 받는 친근한 엄친아이기도 하다. "좋은 배우가 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이 반듯하기까지 한 청년에 어찌 반하지 않을 소냐. '늑대소년'을 보고 닭살이 돋아 그냥 나왔다는 남성 동지이여, 그대들도 이제는 인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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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윤 오늘자 살목지 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