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요즘 ADHD 자가진단 리스트가 인기글에 뜬다거나, 매체에 ADHD가 노출되면서 나도 ADHD일까...? 의심하는 방석이들이 많아진 것 같아 ㅎㅎ
하지만 정신과라는 게 진입장벽도 높고 보험처리가 안 되어서 의심만으로 쉽사리 진료받기 어려워하는 방석이들이 있을 것 같아서 후기 남겨!
0. 진료 계기
난 원래 내가 ADHD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성인 초입부터 가져 왔었어. 일을 마감일까지 미루고미루다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하기 싫은 일을 할 때에는 5분 이상 집중하기가 어려웠어. 성적은 늘 중하위권이었고, 약속 시간을 전혀 지키지 못했어. (회사/알바도 늘 지각함)
여기까진 누구나 어? 나도 이런데? 싶을 수 있어.
내가 정신과를 가게 된 중요한 계기는 충동조절 장애+일할 때의 실수 + 기억력 문제 때문이야.
알바를 할 때에도 지시 사항이나 주문을 듣고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하루에도 실수가 여러 번 있을 만큼 잦았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울증이 올 정도였어.
나이를 먹고 회사에 오니까 실수는 많이 사라졌지만, 기억력이 많이 감퇴했다고 느꼈어. 일주일만 지나도 누군가 나에게 한 말을 전부 까먹고, 어떤 말을 누가 했었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어. 그리고 난 이것을 내가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집중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서 진료를 받으러 가기로 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충동조절장애가 심했어. 일을 하다가도 보고 싶은 게 생기면 몰래라도 봐야 하고, 알림이 뜨면 일하다가도 끊고 확인하고, 약속에 늦을 걸 알면서도 게임을 한 판 더 한다거나 누워서 낮잠을 더 잔다거나 하는 게 심했어.
이러한 증상을 비슷하게 겪더라도, 일상이 이어지는 것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난 회사에 지각하고, 지시 사항을 기억하지 못하고, 애인이 나의 기억력을 지적할 정도가 되어서 병원에 가기로 했어.
1. 진단 과정
일단 나는 집에서 가깝고 후기가 좋은 병원을 찾아서 닥터윤정신과의원(동탄)이라는 곳을 찾아갔어.
초진비는 18만원. 약값까지 대략 19만원 나왔어.
병원에 가서 설문지? 같은 걸 작성하고, 스트레스 검사랑 CAT 검사라는 걸 받았어.
스트레스 검사는 팔목이랑 발목에 빨래집 걸 달고 기다리거나, 기계에서 시키는 대로 호흡을 하는 걸로 끝났고 간단했어.
CAT 검사는 내 집중력을 검사하는 테스트였고, 컴퓨터로 진행했어. 방법은 검색해 보면 자세히 나와. 지시에 따라서 화면을 보고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었어. 방법을 미리 알고 간다고 해도, 생각한 거랑 전혀 다르게 어렵고 막상 해 보면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방법을 보고 가도 괜찮은 것 같아.
나도 가기 전에 검사 후기를 다 보고 갔는데, 나는 인터넷에 있는 사람들보다 검사 결과가 아주 양호한 편이었어.
이게 내 검사 결과인데, 인터넷으로 보고 간 사람들 결과는 대부분이 경계/저하였는데 나는 간섭(방해요소가 있을 때) 집중력만 떨어지지, 나머지는 정상이었어. 특히 가장 어려운 검사(오른쪽)이 정상으로 나와서, 선생님이 나 같은 경우는 일상생활에서 남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만 속으로는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셨어.
검사가 끝나면 선생님과 면담? 이 시작돼... 근데 별거 아니고 왜 자신이 adhd라고 생각하는지를 묻고, 설문지에 작성된 내용을 토대로 여러가지 물어보셔(식욕이 떨어졌는지 줄었는지 등등) 그리고 직업같은 기본 신상도 물어보시고, 꿈이 있는지 이런 것도 물어보셔.
그리고 내 스트레스 검사 결과를 보여주시면서 상태를 알려 주셨어.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게 관리가 안 돼서 항상 긴장된 상태라고. (실제로 남들보다 많이 예민한 편) 해소 방법과 이걸 교정하는 약도 필요하다고 해주셨어.
그리고 내 검사 결과가 생각보다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를 토대로 ADHD가 맞는 것 같다고 진단하셨어. (검사 결과보다 환자가 이야기하는 증상이 더 중요한 것 같았음) 그래서 미리 할 이야기를 정리하고 가는것도 좋은 것 같아.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은지, 내가 스트레스 푸는 방법(충동소비)를 지적하면서 여러가지로 알려주시고 결국 콘서타18mg과 우울증 약(이지만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을 처방해 주셨어. 각 아침/저녁에 한 알씩 일주일치!
약은 일주일씩 먹고, 약 먹은 후기를 들은 다음 주마다 약 복용량을 조절하면서 결정하는 것 같더라고 ㅎㅎ
2. 복용 후기
나는 6월 18일에 진단받았고, 당일 저녁부터 약 복용 시작했어 복용 후기는 수정하면서 천천히 작성할게!
1일차 6.19 복용
전혀 모르겠음 딴생각이 여전히 들었다. 집중할 만한 일은 없었고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느라 체감이 더 안 됐을 수도 있다.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는데 몸의 어떤 변화가 느껴지진 않았음. 약효가 어느 순간 떨어진다고도 느끼지 못함. 밤에 잠이 안 왔다 열두 시간 자긴 했지만 새벽 두 시 반까지 못 잤고 평소보다 5분 늦게 일어남.
2일차 6.20 복용
여전히 딴짓했다. 실수로 커피 섭취하고 각성 효과 너무 심해져서 오히려 정신 없었다.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는 느낌. 일하는 속도는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훨씬 능률이 좋았던 것 같다. 원하던 목표의 80% 달성하고 집에 돌아감. 매일 아침마다 졸았는데 평소보다 덜잤음에도 아침에 졸리지 않음! 12시가 조금 지나가 약효가 바로 떨어져서 졸리기 시작했다. 약효 다 떨어지니 엄청나게 피곤하고, 토할 것 같고, 어지럽고 메스꺼웠음. 저녁쯤 되어 운동하자 안 좋은 느낌들은 다 사라졌다.
3일차 6.21 복용
밤에 잠이 오지 않았고, 아침에 결국 늦게 일어나 지각했다. 약을 먹었지만 무언가 변화되는 느낌 받지 못함. 어제 느꼈던 어지러운 고양감은 각성제+카페인 효과였던 듯. 일하는 속도는 약 먹기 전과 똑같음. 2일차엔 노래 듣지 않고 일했지만, 노래 틀고 일하기 시작.
3. 부작용
선생님이 부작용에 대해 식욕저하랑 불면증이 있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부작용 진짜 심해. ㅠㅠ
식욕저하가 특히 진짜 심하다고 느꼈어... 공복인데도 음식 눈앞에두고 먹고싶지 않았고... 먹지도 않았어.
불면증은 아직 하루라 잘 모르겠지만 심한 것 같으면 또 추가할게
질문 자유롭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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