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dit] 그들은 바닥이 기울었단 사실을 모른다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25/12/24/1/4/b/14b36f18be3f02918a017bd73a0e9c87.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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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그들은 바닥이 기울었단 사실을 모른다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25/12/24/f/5/b/f5b617bc3c7c64c7b75b5f3ddba88b13.jpg)
“바닥이 기울어졌어.” 내가 한숨 쉬며 말했다. “당신, 이 집 점검했다면서.”
“했지.” 대니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매물 나오면 바로 잡아야지. 정말 좋은 가격이었어.”
“기울어졌기 때문에 좋은 가격이었던 거잖아, 대니얼!” 나는 신음을 토했다. “당신, 기울어진 집을 사버린 거야!”
“기울어지지 않았어!”
나는 가방에서 사둔 사과 하나를 꺼내 바닥에 올려두었다. 사과는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네가 민 거잖아!” 대니얼이 소리쳤다. “봐…”
그는 사과를 집어 들고 내게 다가왔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미안해. 온라인에서 확인했을 땐 입찰도 없었고, 가격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 이 근처에 이런 집은 거의 없잖아. 이사 트럭도 필요 없어. 그냥 차로 조금씩 옮기면 돼. 지금이라도 철회할 수 있지만, 위약금이 들 거야.”
그는 한숨을 쉬고 나를 올려다봤다. 진심이었다.
“그냥 생각해봐. 그리고,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는 사과를 바닥에 다시 내려놓았다.
“…이 집, 안 기울어졌어.”
대니얼이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가자, 나는 사과를 지켜보았다. 사과는 굴러가지 않았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여전히 의심스러웠지만, 대니얼은 이 집이 전혀 문제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조금 낡은 건 인정했다. 단열이 형편없고, 창문을 바꿔야 하며, 주방 전기 배선에 문제가 있고, 샤워기의 수압도 약하다는 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집 자체가 기울어졌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든, 지금 포기하면 손해가 막심했다. 기울어졌든 아니든, 나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적어도 대니얼은 행복해 보였으니까.
이사 당일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후 안에 거의 다 옮겼고, 이케아 가구도 조립했다. 대니얼은 직장 동료들을 불러 무거운 짐을 옮겼다. 나는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있었다. 누구도 기울어진 바닥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어떤 것도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피자를 사러 나간 사이, 나는 거실에 혼자 남았다. 빈 병 하나를 주워 바닥에 눕혔다. 병은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안도했다. 처음 봤을 때 사과를 내가 무심코 민 걸 수도 있고, 내가 너무 예민했을지도 몰랐다. 여전히 발밑으로 기울어짐이 느껴졌지만, 그건 내 머릿속의 착각일지도 몰랐다.
그때, 딸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병이 거실을 가로질러 굴러가더니 벽에 부딪혔다.
며칠 동안 우리는 짐을 정리했다. 옷은 정리해 옷장에 가지런히 넣었고, 카펫을 깔고, 액자를 걸고, 스탠드를 연결했다. 하나하나 집 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대니얼은 단열을 위해 목수 친구들과 상의했고, 배관공도 불렀다. 최근 저수지 문제로 물이 검게 나오는 일이 시 전역에 퍼졌다고 했지만, 다행히 우리는 그런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늘 뭔가 더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단지 기울어진 바닥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소한 소리들,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끼익대는 문. 가끔은 밤에도 들렸지만, 대니얼은 그런 소리 들은 적 없다고 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 정말로 환청을 듣고 있는 건지 이제는 분간조차 안 갔다. 그건 뱃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불안이었고, 특히 밤에 잠들지 못하고 누워 있을 때, 집 안을 떠도는 그 조용한 소리들이 더 심했다.
도대체 뭐가 진짜였고, 뭐가 환상이었을까?
그런데… 정말로 바닥은 기울어져 있었던 걸까?
한밤중, 나는 현관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알 수 없는 불안이 몸을 덮쳐왔다. 내 옆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는 대니얼의 가슴이 오르내리는 걸 바라보며,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 집이었다. 하지만 그건 분명 누군가 집 안으로 들어와 돌아다니는 소리였다.
깨워야 할까? 아니면 내가 직접 확인하러 가야 할까? 또다시 내 망상이려나?
결국 나는 침대에 그대로 누운 채 기다리기로 했다. 발자국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삐걱이는 마룻바닥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소리. 나는 꼼짝 않고 누워 그 소리만 들었다. 제발 가까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모든 게 망상이라면, 도대체 왜 이렇게 무서운 걸까? 진짜로, 온몸이 굳어질 만큼 두려운 건 왜일까? 마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듣고 있어.” 웅얼거리는 목소리였다. “우리를 듣고 있어. 누가 알아차렸어.”
그 다음엔, 종이봉투를 뒤적이는 듯한 바스락거리는 소리.
대니얼이 자면서 몸을 뒤척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대니얼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삐걱이는 문도, 기울어진 바닥도, 그에겐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집이 완벽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일과 인간관계 등 새로운 걱정거리로 옮겨간 상태였다. 내가 괜히 시비를 거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그가 듣지 못하는 무언가를 내가 듣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바닥이 실제로 기울어져 있긴 했으니까, 어쩌면 우린 서로 전혀 다른 걸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무시하려 애썼다. 그냥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출근하고, 집에 오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대부분의 날은 멀쩡했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열 중 아홉이었다. 하지만 가끔, 아주 작고 이상한 것들이 틈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날도 그랬다.
욕조에 물을 받으려고 했다. 좋은 목욕가운을 입고, 머리를 빗고, 바디로션도 바른 후였다. 그런데 물이 검은색으로 쏟아져 나왔다. 나는 바로 대니얼을 불렀다.
“괜찮은데?” 그가 말했다. “입욕제 사올까? 트레이더 조에 있던데–”
“진짜 안 보여?” 나는 웃으며 말했다. “물 색깔이 안 보여?”
“뭐가? 무슨 말이야?”
“물, 대니얼! 물이 새까맣잖아. 어떻게 그걸–”
그는 그냥 못 본다고 했다.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눈빛이었다. 내가 그를 놀라게 한 거였다. 내가 비정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에게는 물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말하든, 그는 볼 수 없었다.
나는 그냥 그의 뺨에 키스했다.
“씻겨 내려갔나 봐.” 나는 한숨 쉬었다. “그냥 유심히 좀 봐줘.”
“괜찮아?” 그가 물었다.
“응, 괜찮아… 미안해.”
나는 고개를 돌렸다. 욕조 안 물은 여전히 까맸다. 하지만 그는 그걸 보지 못했다.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었다. 마치 앞 못 보는 사람에게 색을 설명하려는 기분이었다.
“그냥… 신경 좀 써줘. 저 배관, 믿음이 안 가.”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줄게. 널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그는 내 뺨에 키스하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냥… 목욕일 뿐이었다.
물을 맑고 깨끗하다고 상상해보려 했지만, 도저히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온도가 계속 변했고, 가끔은 내 몸 근처에서 무언가 작은 것이 헤엄치는 게 느껴졌다. 피부 틈을 찾아 기어오르는 듯한, 눌리는 감각이 있었다. 하나를 집어보려 해도, 언제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나갔고, 내가 건질 수 있었던 건 먼지 조각처럼 생긴, 검고 모양 없는, 손끝만 닿아도 부서지는 무엇뿐이었다.
원래는 오디오북을 들으며 목욕으로 피로를 푸는 저녁이 될 예정이었지만, 결과는 5분 만에 허겁지겁 몸을 문질러 씻어내는 스트레스 투성이의 시간이었다. 검은 물이 피부에 스며드는 걸 보는 순간, 나는 서둘러 씻고 욕조를 빠져나왔다. 물을 빼며 욕조의 오염된 물이 한 방울씩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나선형으로 휘감기며 사라지는 조각들, 작은 검은 덩어리들이 하나씩 소용돌이에 휩쓸려 내려갔다.
샤워기로 욕조를 씻어냈다. 떨고 있는 듯한 작은 검은 점들이 하나씩 씻겨 내려갔다. 아마 그것들은 나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했다.
나는, 그것들을 분명히 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에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가끔 들리는 소리, 벽에 비치는 이상한 그림자 정도였다. 그것들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것들이었다. 대니얼에게 이 이야기를 몇 번 해보려 했지만, 도무지 자연스럽게 꺼낼 말이 아니었다. 마치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보일까 봤다. 대니얼은 늘 태연했기에, 나 혼자 괜히 문제 삼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을 꺼내려 하면 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그 표정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었음에도 나를 주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어느 날 밤에 벌어졌다. 대니얼이 직장 동료 몇 명을 집에 초대했고, 그들은 거실에서 카드놀이를 하며 음악을 틀고 있었다. 나는 긴 하루를 보내고 퇴근해 피곤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뭔가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감자칩과 딥소스, 그리고 올리브를 담은 커다란 쟁반을 준비했다. 대니얼은 올리브를 아주 좋아했다. 중독 수준이었다.
“다들 괜찮아요?” 나는 쟁반을 들고 문을 열며 물었다. “대니얼, 손님들 잘 챙기고 있어—”
뭐야.
대체 뭐야, 그게?
그 쟁반을 들고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처음에는 그게 뭔지 몰랐다. 거기에는 여섯 명이 있었고, 모두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쾌한 음악이 스피커에서 울려 퍼졌고, 맥주병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뒷마당을 향한 창문 바로 밖에, 또 하나의 얼굴이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창백한 얼굴, 구슬처럼 둥근 눈. 창문에 손을 대고, 안으로 들어올 길을 찾는 듯한 모습.
손가락이 여섯 개였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언제 쟁반을 떨어뜨렸는지도 몰랐다. 왜 목이 아프지? 나, 비명을 지른 건가? 왜 심장이 이렇게 뛰는 거지?
“여보?”
대니얼이 내 어깨를 붙잡고 눈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떨고 있었고, 창문을 바라보는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 무언가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거기… 그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방 안의 표정들이 하나같이 걱정으로 변했다.
“동물이에요… 뭔가 동물이요.”
모두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들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했다. 대니얼은 창밖을 보지도 않았고, 그저 나를 안아주었다.
바닥에 떨어진 쟁반을 내려다보았다. 감자칩과 소스가 뒤엉킨 그 사이에 깨진 유리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올리브가 기울어진 바닥을 따라 굴러가고 있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그게 마지막 한 방울이었다. 나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들리는 소리들이 내 머릿속에서 나온 건지, 집에서 난 건지, 아니면 전혀 다른 무언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새벽 두 시,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욕실에 서서 거울 속 내 눈 밑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는 걸 지켜보고 있었을 때, 거실을 가로지르는 대니얼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를 깨운 줄 알고 욕실 밖을 살짝 내다보았더니, 대니얼은 여전히 침대에서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누군가 분명히 거실을 걷고 있었다.
그제야 이 집 안에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나는 공포에 질렸다. 숨을 죽인 채,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려 애썼다. 내 심장 소리가 귀를 때리듯 쿵쾅거렸고, 머릿속이 점점 희미해졌다. 들리는 발소리는 하나뿐이었고, 어딘가 바스락거리는 이상한 소리도 함께였다. 그들은 욕실 문이 열려 있는 걸 분명히 봤을 것이다. 나는 그 틈 뒤에서 최대한 몸을 숨기고, 한 치도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땀이 이마에 맺히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여기 있어,” 무언가가 속삭였다. “우릴 봤어. 그녀가 볼 수 있어.”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찾아. 나를 깨워. 제발, 나를 깨워줘.”
열려 있는 문 너머에서, 날카롭게 휘어진 손가락이 문틀을 휘감았다.
그때, 대니얼이 몸을 뒤척였다. 그가 눈을 뜨고 있었다. 아마 욕실 불빛이 그를 방해한 모양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그가 다시 잠들기를 바랐다.
‘지금은 아니야’ 나는 입모양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대니얼, 지금은 안 돼.’
하지만 그는 일어났다. 눈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보더니, 졸린 눈을 억지로 깜빡이며 말했다.
“괜찮아, 자기야?” 하품을 하며 말했다. “이리 와서 자자.”
그 순간, 문 너머에서 무언가가 낄낄 웃었다.
문이 확 열리며 윗부분 경첩이 부러졌다.
그 존재는 키가 매우 컸다. 복도 천장을 넘을 만큼 커서,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웅크리고 서 있어야 했다. 사람처럼 생겼지만, 온몸은 검은 점액으로 덮여 있었고, 손에는 축축하게 젖은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그 존재의 목소리는 입이 아닌, 그 무언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가락은 비정상적으로 길고 날카로웠으며, 타는 듯한 고약한 플라스틱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눈과 코가 따가울 정도로 강렬한 냄새였다.
대니얼은 자신이 뭘 보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에겐 내가 발작이나 공황 상태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존재와 마주 선 순간,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뒤로 몸을 피하며 작은 테이블을 쓰러뜨렸고,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래!” 목소리가 울부짖었다. “그래, 그녀가 봤어! 우릴 깨워! 지금 당장 깨워줘!”
나는 부엌을 통과해 뒷복도로 뛰었다. 그 괴물은 바로 뒤를 따라오며 스탠드, 액자, 의자 등 가구들을 마구 쓰러뜨렸다. 아예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미친 듯이 날 뒤쫓았다. 나는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듯 달렸고, 주방 테이블을 넘어뜨리며 간신히 거리를 벌렸다. 소금통이 바닥에 쏟아졌다. 카펫 모서리에 발이 걸려 균형을 잃었고, 현관 옆에 있던 옷걸이를 붙잡고 겨우 몸을 세웠다. 이 집을 벗어나야 했다. 계속 도망쳐야 했다.
현관문을 박차고 나간 순간, 나는 그저 밤하늘을 보고 있다고 착각했다. 수백 개의 동그랗고 작은 눈동자가 집 안 불빛을 반사하며 반짝이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들, 여섯 개 손가락을 가진 손들. 덩치는 개만 한, 짐승 같은 생명체들이었다.
“안 돼…”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이건 아니야…”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이 날 붙잡을 것이다. 그 더럽고 끈적한 손으로 날 끌고 갈 것이다.
나는 거실 쪽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침입자는 주방 테이블을 밀어버리고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계획 같은 건 없었다. 그저 계속 움직여야 했다.
거실은 막다른 길이었다. 밖에는 괴물들이 있었고, 안에는 이 괴물이 있었다. 나는 완전히 궁지에 몰렸고, 선택지도 바닥났다. 싸울 수 없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 존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잡아,” 그것이 속삭였다. “나를… 깨워줘!”
나는 오른쪽으로 몇 걸음 빠르게 움직이며 기습을 시도했지만, 그 존재는 내 길을 막았다. 다리가 너무 길어 단 몇 걸음이면 내 앞을 막을 수 있었다. 봉투는 그 손아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안에는 물 밖에서 허우적대는 물고기처럼, 입이 벌어졌다 닫히는 형상이 보였다.
느릿하게 침입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자기야?”
대니얼이 문가에 서 있었다. 그는 손을 떨며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었다.
“자기야, 나… 나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당신은 못 봐. 못 본다고!” 내가 되풀이해 말했다. “여기 있는데도… 당신은 절대 볼 수가 없어!”
“잘 들어봐. 아무 문제 없어. 이상한 소리 같은 거, 밤에 나지도 않고, 밖에 동물도 없고. 그리고… 봐봐…”
그는 과일 바구니에서 오렌지를 하나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오렌지는 굴러가지 않았다.
“바닥은 안 기울었어.”
나는 대니얼을 보았다가, 다시 침입자를 바라보았다. 길고 마른 손가락이 나를 향해 뻗어오고 있었다. 봉지 비닐이 바스락거렸고, 소리는 희미하게 뭉개졌다. 하지만 내 시선은 이내 아래로 떨어졌다.
아무리 봐도, 그 둥근 오렌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무서워도 바닥은 분명히 기울어져 있지 않았다.
이건 말이 안 됐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절망에 빠졌다.
“두 가지 사실이 동시에 맞을 수도 있어,” 대니얼이 말했다. “당신이 뭔가 들었을 수도 있고, 뭔가 봤을 수도 있지. 뭔가 느꼈을 수도 있고. 하지만 동시에,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던 게 사실일 수도 있잖아?”
그럴 수도 있었다. 대니얼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었다.
바닥은 기울어져 있었고, 또 기울어져 있지 않았다.
나는 대니얼이 나를 껴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은 그날 이후 처음으로,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아무것도 기울어지지 않았다. 아무도 밖에 없었다. 나를 쫓는 것도 없었다. 이제는 나와 대니얼, 그리고 우리 둘만의 집만이 남아 있었다.
마침내.
대니얼의 말 중 하나는 확실히 맞았다.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다. 나는 그 일들을 봤고, 겪었고,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한, 나는 어떤 진실을 받아들일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내 발 아래 바닥이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언제든 다시 기울어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날 이후로는 위협을 느낀 적이 없었다. 아마 그 무언가가 나를 데려가기 위해 찾아왔던 그때, 아주 짧은 틈이 있었고, 대니얼이 그 창을 닫아버림으로써 그 기회를 막아준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다시 불안해질 때면, 그냥 오렌지를 바닥에 놓으면 된다. 굴러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가끔씩 걱정한다. 지난주처럼, 시어머니 로렌이 집에 왔을 때가 그랬다. 우리는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고, 와인을 마시며 그녀의 은퇴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섰을 때, 카펫 모서리에 걸려 거의 넘어질 뻔했다. 그 과정에서 와인잔이 반쯤 쓰러졌다. 내가 부엌으로 페이퍼타월을 가지러 달려가던 순간, 잔이 바닥을 따라 굴러가며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로렌이 말했다. “이 기울어진 바닥엔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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